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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 함께 사는 몸

by rextoys

닭을 키워 계란과 닭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닭에게 모이를 줘야 한다. 담벼락이 낮은 집에 살면서 도둑을 예방하고 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마당에 개를 풀어놔야 한다. 이 때 당연히 개에게 먹이를 줘서 키워야 한다.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려면 고양이 먹이를 사다 먹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 몸은 40조개의 작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그와 비슷한 숫자의 미생물이 우리 몸 곳곳에서 같이 살고 있다. 이런 미생물들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우리 몸에 도움을 준다. 장내 미생물은 소화 흡수를 돕고 독성물질이 몸을 해치지 않도록 면역계를 활성화시키고, 피부 미생물은 몸에 해로운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최근 미생물에 대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면서, 미생물에 대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기능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여기엔 미생물이 아토피 등 피부 질환이나 우울증 등 정신 질환, 심지어 노화와도 관련 있다는 증거들이 포함되어 있다.


집에 닭과 개, 고양이를 키워 도움을 받기 위해선 각각의 동물들에 맞는 먹이를 사다 먹여야 한다. 그렇듯이, 우리 몸에 사는 유익한 미생물들도 그에 맞는 먹이를 잘 먹어야 쑥쑥 자랄 수 있다. 유익한 미생물을 키운다는 말은 미생물의 크기를 키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 몸엔 모두 유익한 미생물만 사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엿보다가 몸이 허약해지면 우리 몸을 해칠 수 있는 미생물들도 꽤 많이 살고 있다. 유익한 미생물을 키운다는 말은 바로 이런 해로운 미생물들이 자기들 멋대로 몸에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유익한 미생물의 양을 늘린다는 의미다.


이렇게 유익한 미생물을 키우기 위해선 몸에 어떤 먹이를 줘야 할까? 현재까지 밝혀진 것으로 여기에 가장 맞는 먹이가 바로 신선한 야채다. 아무래도 야채를 맛있게 먹기란 쉽지 않다. 당분도 없고, 어떤 야채는 심지어 쓰기까지 하고..야채의 섬유질은 우리 몸에서 소화해서 흡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단지 야채에 포함된 몇몇 영양소가 우리 몸 속 피를 맑게 하거나 산화된 물질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야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니다. 야채의 가장 핵심 역할은 바로 몸 속 유익한 미생물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 몸 속에 사는 미생물은 우리 몸의 면역계와도 끊임없이 교류하며 일종의 균형과 화해 상태로 살고 있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면역계가 예전보다 오작동을 많이 일으킨다. 그래서 미생물들과의 균형도 자주 깨질 수 있다. 그래서 나이 들면 젊을 때보다 더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


우리가 야채를 먹어야 하는 근거는 우리 조상인 원시인들이 그 당시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먹었던 식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살던 시기는 먹을 것이 널려 있던 시기가 아니었다. 뭐든 배를 채울 수 있는 것들 중 몸에 독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은 모두 뜯어 먹어야 살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야채들을 뜯어 먹었을 것이다. 당연히 야채의 뿌리에 붙어 있던 흙 속 미생물들도 같이 섭취를 했다. 그 미생물들이 우리 몸 속에서 자리를 잡아 몸 속 세포들과 서로 도움을 주며 살기로 일종의 협상을 하게 된 셈이다. 흙 속 미생물의 먹이가 흙에서 자란 야채였던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흙을 만지고 자란 아이들은 면역계가 건강하게 발달하지만, 도시 속에서 강박적인 위생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면역계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흙 속 세균들을 통해 우리 몸 속 면역계도 '아 이 놈은 우리 몸에 유익한 놈이구나 / 이 놈은 나쁜 놈이구나' 하고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역계가 우리편과 적을 구분 못해 몸 속 기관을 공격할 때 나타나는 질병이 류마티즘, 천식 같은 자가 면역 질환이다. 그 외 피부나 피부 미생물을 공격해서 아토피를 유발하기도 하며, 장 내 미생물과 협력을 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적대적인 극우, 극좌와 같은 성향도 알고보면 장내 미생물 문제로 인한 뇌 속 염증 반응 증가라는 연구도 있다.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그냥 직관적으로 생각했을때 자기 몸에 함께 사는 작은 생물들과도 함께 못사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서 편안한 마음으로 살기는 더 어렵지 않을까? 남과 잘 지내려면 남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내줘야 하듯, 우리 몸과도 잘 지내려면 우리 몸 속 작은 녀석들이 원하는 것도 열심히 줘야 한다. 그게 입에 딱 맞진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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