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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Aug 23. 2024

불교 명상 수업을 듣다가 든 생각

불교 명상에서 핵심은 생각을 아예 사라지게 만드는게 아니랍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어느 정도 인정하고. 그저 호흡 하나에만 집중한 후, 호흡 너머로 생각과 느낌이 번져나가는 것을 막는 데에 초점을 둡니다. 

호흡에 집중하다가 자꾸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흐르는 걸 지켜보다가,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왜 집중을 못하고 자꾸 내 안에서 다른 생각과 느낌이 솟아 오르는 걸까? 불교 가르침에선 생각과 느낌은 그저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것으로 봅니다. 저는 여기에 내 멋대로 뇌과학적 설명을 섞어 보았습니다. 


인간의 뇌는 지금 현재 몸이 즐거움을 느끼고 별다른 괴로움을 느끼지 않으면 뇌 속에서 도파민과 엔돌핀,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들이 적절히 유지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 시간 동안엔 다른 생각과 느낌이 떠오르지 않죠. 그런데 정신적으로 지루하고 몸이 괴로우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뇌가 계속 신호를 보내는데 그것이 바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빨리 다른 행동을 통해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라고 우리 뇌가 외치는 거죠.


예를 들어 뭔가에 열중해서 거기에만 집중할 때, 그 대상이 재미 있으면 다른 생각이나 느낌이 떠오를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이 번져나가지 않는 이유는 현재 집중하는 대상만으로 충분히 즐겁고, 채워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죠. 즉, 그로 인해 여러 행복 호르몬들이 충분히 분비되고 있다는 의미 입니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인 생각에 < 지금 하는 모든 일에 집중해라, 현실을 살아 > 라는 조언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대신에 다른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집중하기 쉬운 것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이 지루하고 재미 없으며 나를 괴롭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순간 머리 속에서 계속 다른 생각과 느낌이 떠오르며 더더욱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게 만드는 거죠. 지금이 괴로운 이유는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 공간, 내가 현재 하는 일,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상이 어떤 이유로든 나와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명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현재 내 앞에 있는 뭔가가 나와 맞지 않는 거죠.


스님처럼 오랫동안 수련을 쌓으면 어느 곳에 있어도 그런 생각과 느낌이 솟아오르는 것을 자유 자재로 막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까지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일단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그런 경지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스님들 역시 현실에서도 그걸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면 그런 노하우를 익힌 후 속세로 내려왔겠죠. 그렇지 않은데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즉, 스님들은 절이라는 공간 안에 있어야 잡생각과 느낌이 솟아오르는 것을 막는 경지를 유지할 수 있는 거죠.


우리는 생각의 세계에 살기를 좋아합니다. 어떻게 보면 생각의 세계는 나의 삶을 좀 더 안전하게, 그리고 풍요롭게 만드는 착각을 만드는데 효과적이니까요. 이를테면 나는 이 국가에 소속되어 있고 이 국가는 나를 언제든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 -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그저 내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 뿐이죠. 그래서 혹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경찰 등 국가 공권력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 큰 배신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애초에 국가가 언제든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개념 자체가, 내가 내 멋대로 만든 생각이 불과 하죠. 그냥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 뿐.


그 뿐 아니라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들 역시 실제로는 언제든 어떤 계기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내가 안정적이라 생각하는 내 직장 역시 마찬가지죠. 만약 정년 보장된 직장이라 한들 그것은 현재 기준이고, 미래엔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그 모든 것을 안정적인 실체로 생각해 버리죠. 그렇게 생각들이 쌓이면 어느새 나는 안정적인 세계에 속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건 현실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안한 일을 겪으면, 우리는 혹시 내가 구축한 안정적인 세계가 무너진게 아닌가 의심하고 그걸 점검하기 위해 또다시 생각의 세계로 빠집니다. '내가 안정적인 상황에 있는 것이 맞나? 이러이러한 경우를 따져보면.. 맞겠지.'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결국 확률에 불과하며, 우리의 생각은 그 확률들을 좀 더 과하게 해석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고, 이제까지 잘해냈던 일이 오늘부터 잘못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우리는 그런 확률을 어차피 모르죠. 모른 채로 두기 보다는 그것을 확신을 갖는 개념으로 만들어 생각의 세계를 구축해 버립니다. '어제까지 우린 친했으니까.. 그 동료는 늘 나와 함께일거야' '세상 일은 원래 그렇게 쉽게 안 무너지니까.. 갑자기 일이 잘못될 일은 없지' 하고.


알고보면 그 모든 생각은 결국 허상일 수 있고, 따라서 나 자신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몰입하고 집중하는 대상 그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지루하고 괴롭고 힘들면, 그 대상에 집중할 수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내가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어떤 면에서 우리는 모두 답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어떤 사람과 있을 때,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동안 다른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과 있을때 비로소 현실을 살 수 있는 거죠.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 자체에 몰입할 수 있으면 역시 그 일을 할 때 비로소 현실을 살 수 있는 거구요. 이것은 내가 있는 공간도 포함됩니다. 내가 있고 싶은 공간에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더이상 원할 바가 없이 충족될 거라고 봅니다. 


도시와 떨어진 산골짜기에서 살더라도, 다른 생각과 느낌을 일으키지 않고 그렇게 주위에 있는 사람, 환경 등등에 모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삶이 완성 될 것이라 생각 합니다. 다만 지금 시대는 유튜브와 SNS 등이 끊임없이 내가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계속해서 다른 채워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떠오르게 하죠. 그래서 현대인들은 더더욱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분명 풍요로운데도 괴로움을 느끼는 이상한 기분 속에 살게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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