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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아기 열이 날 때 부루펜? 타이레놀?

by rextoys
화면 캡처 2025-03-18 205546.jpg


평소 약에 대해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타이레놀, 부루펜이라는 이름에 대해선 친숙할 겁니다.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약국에서 어린이 해열제, 감기 몸살약으로 타이레놀과 부루펜 시럽을 사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감기 걸리고 열이 나서 소아과로부터 처방전을 받아 약을 탈 때도 타이레놀이나 부루펜 시럽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거나 초등학교에 다닐만큼 자랐다면 굳이 어떤 해열제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별 고민을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러나 아이가 아주 어린 경우 - 이제 막 돌이 지났거나 2살 정도 되서 말도 걸음걸이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 살짝 걱정될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너무 어린 아이에겐 어떤 약을 먹이지 말라고 들은 것 같은데 거기에 타이레놀, 부루펜이 포함된 것 같기도 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6개월 이후라면 2세 이하의 아이에겐 타이레놀, 부루펜 시럽은 용량 맞춰서 단기간 복용시 (즉 열을 떨어뜨리기 위한 용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은 6개월 이하라도 꼭 필요하다면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을 거구요.


다만 이와 관련하여 알아두어야 할 기본 지식들이 있으니 이것은 '어린 아기에게는 그 어떤 것도 위험할 수 있으며 다만 최선의 선택이 있을 뿐' 이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지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간단히 약의 성분과 효능,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리가 부루펜으로 부르는 약의 성분은 ibuprofen이라는 성분으로, 부루펜은 엄밀히 말해 상품명 입니다. 이 약은 소아부터 성인까지 통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내리며 염증을 줄이는 목적으로 두루 쓰이는 약이죠. 감기부터 시작해서 관절이나 근육통, 두통, 치통 등등 다양한 질병에 증상 완화제로 쓰여왔죠. 이 약은 약의 분류상 NSAIDs 라는 분류에 속하는데, 이에 속하는 약들 중에는 위장관 부작용 (위염, 위궤양, 장염 등)을 일으키는 약들이 많아 해당 부작용을 낮춘 약들도 많이 개발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ibuprofen, 즉 부루펜은 장기간 복용시에도 그런 약들과 비교해서 부작용이 별로 크지 않아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약은 1-2세 아이에게 1번에 50-100mg, 즉 시럽으로 3-5ml 씩 하루 3-4회까지 먹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가급적 공복에 먹이는 것은 위염을 일으킬 수 있어 모유든 유아식이든 어느정도 배가 찬 후 먹는 것을 추천하죠. 신생아에서도 시럽이나 주사제 등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국가마다 권고 사항이 다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생후 1달 후부터 5mg/kg 씩 하루 3-4번, 하루 최대 30mg/kg에 해당하는 용량을 먹일 수 있고, 미국에서는 6개월 이후부터 투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옳은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미국의 권고 사항이라고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보면 일단 생후 6개월 이후부터 먹이는 것이 안전해 보이긴 합니다.


부루펜은 몸 속에서 위장관 문제 외에 특별히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다만 드물게 너무 어린 아이에게 장기간 투여시 신장 독성, 탈수 증세, 피부 감염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있긴 합니다. 여기서 장기간 투여는 보통 4주 이상을 뜻하며 그 이하에서는 특별히 몸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안좋거나 유전병 등을 앓고 있는 경우가 아니면 큰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이레놀은 역시 상품명으로, 정확한 약의 성분은 Acetaminophen 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루펜처럼 주로 시럽으로 먹일 수 있습니다. 부루펜과 같은 약이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밝혀져 있지만, 타이레놀은 그 작용 방식이 완전히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부루펜은 뇌나 척수처럼 신경의 중심이 되는 중추신경계 보다는 그 외 팔, 다리, 각종 장기들에서 주로 작용하지만 타이레놀은 척수와 뇌 깊숙한 곳부터 몸의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다만 작용방식이 그렇다고 더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타이레놀 역시 부루펜처럼 열을 내리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두루 쓰이는 약이며, 따라서 부루펜이 사용되는 질병엔 부루펜 대신 타이레놀을 쓸 수도 있고 둘을 동시에 쓰는 경우 그 효과가 증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2세 이하 아기들에겐 둘 중 하나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실은 둘을 같이 사용한 후의 부작용이나 독성에 대한 연구 보고 기록이 그리 많지 않아서입니다.


2살 아이에게 타이레놀은 80mg씩 하루 2회까지 사용할 수 있고 이것은 보통 10-15mg/kg 정도의 용량 입니다. 하지만 신생아의 경우 오히려 60mg/kg 으로 몸무게 대비 소아보다 더 많은 용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타이레놀은 우리 몸에 들어와 간에서 두 가지 주요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타이레놀이 우리 몸에 독성을 나타내기 전 빠르게 처리되는 일종의 독성 처리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하나는 sulfate pathway, 또 하나를 glucuronidation pathway라고 하는데, 이 중 후자의 처리 과정이 보통 만으로 2살 이후부터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은 이를 근거로 타이레놀은 2살 이후부터 복용하는 것을 추천하는 임상가나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타이레놀의 가장 큰 문제는 과량으로 복용시 위 두 가지 처리 과정 외에 남는 약이 또 다른 대사 과정을 거쳐 NAPQI라는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 간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외 드물게 아세트아미노펜에 알레르기와 피부 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루펜도 그렇지만 아이에게서 이런 문제는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며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다시 회복될 수 있습니다.


타이레놀은 2살 이하의 아이가 열이 있는 경우 부루펜보다 먼저 1차로 사용되는 약입니다. 그 이유는 매우 드물게 부루펜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너무 어린 아이에게 사용할 경우(1살 이하) 나중에 천식, 아토피 가능성을 높인다는 역학 연구도 있긴 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뭔가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부루펜은 6개월 이후의 아이부터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 것 같고, 타이레놀은 1살 이후부터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 것 같은데 부루펜은 드물게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으니 1차 선택약은 타이레놀이다?


1) 그럼 6개월 이하에는 부루펜 타이레놀 중 아무것도 사용하지 말고

2) 6개월~1살까지는 부루펜을 먼저 사용하고

3) 1살 이후부터는 타이레놀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이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부분입니다. 저런 결과를 낸 연구 논문이나 보고서들은 알고보면 연구 조건과 환경, 인종, 시기 등등 수많은 요인들이 다르고, 또한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사람의 몸과 관련된 연구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그동안 부루펜, 타이레놀을 2살 아이에게 사용해서 효과와 안전성, 독성 관련 연구들을 모두 종합한 연구를 살펴보면, 대부분 28일 이내 사용에서 그 어떤 성분도 별다른 독성이나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약이든 6개월 이상된 아이부터 사용하라는 권고가 나온 것도, 6개월 이하에서 사용시 부작용을 보고한 연구가 단 한 건 있어서인데, 그것 역시 별로 의미 있는 결과로 보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아이의 경우는 그런 작은 가능성조차 피하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긴 하죠.


흥미로운 것은,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에게 타이레놀과 부루펜을 사용한 경우의 결과를 종합한 연구입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 동맥관 개존증(PDA)라고 해서 폐동맥과 대동맥을 연결하는 혈관인 동맥관이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선천성 심장 기형이 간혹 나타납니다. 대개는 수 시간~ 수 일내에 닫히지만, 닫히지 않는 경우 우선 약을 사용해보고 그럼에도 안되는 최악의 상황엔 수술을 해야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약에 바로 타이레놀과 부루펜이 포함 됩니다. 당연히 매우 이른 시기에 사용되죠. 그리고 꽤 좋은 경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약은 아무리 보고된 위험의 가능성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그보다 더 큰 위험이 존재할 경우 그냥 사용하는 것이 더 최선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아이가 이상 고열이 있는데 혹시 모를 부작용 보고 때문에 타이레놀 부루펜 시럽 뭘 사용해야 할지 주저한다? 이건 뭔가 매우 잘못된 생각이죠.


현실에서도 2살 이하 어린아이에게 타이레놀 시럽과 부루펜 시럽을 많이 사용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가 뱉지 않을까 하는 경우일 뿐, 해당 약의 부작용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상 고열이 있는 경우 그냥 방치했을 경우의 피해는 예상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예상 가능한 매우 경미한 보고된 부작용 (그마저도 거의 안타나는) 을 염두에 두고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더 올바른 선택인 거죠. 대개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설명을 해줍니다만 혹시나 불안한 분들이 계셔도, 위와 같이 고려할 것들이 있지만 그냥 지시대로 먹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 입니다.


6개월 이하에선 어떨까요? 그래도 고열이 있고 병원에서 지시가 있으면 당연히 뭐든 먹일 수 있으면 먹여야겠죠. 결국 이런저런 연구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연구들은 최소한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가능한 모든 부작용을 염두에 두기 위함이고, 그런 부작용이 혹 나타난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런 부작용보다 더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상 고열 등등) 약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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