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이 늘어나고 외모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체중 관리와 비만 예방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요즘입니다. 삭센다와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약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실제로 사용한 후기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도 SNS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공유되고 있죠. 특히 우리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식사 방식과 횟수에 따라 비만을 비롯한 다양한 성인병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노화 뿐 아니라 나이든 이후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식들이 퍼지면서 식생활 변화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실천 중이기도 하죠.
확실히 그동안 밝혀진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먹는 것과 관련된 많은 요인들이 건강과 질병 발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이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성인병을 일으키고 삶의 질을 크게 감소 시킨다는 가설 역시 점차 확실한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중이죠. 특히 남들보다 특별히 몸이 약하거나 지병을 앓고 있는 분들의 경우 나쁜 식습관으로 인한 악영향은 훨씬 크다는 사실도 꾸준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좋은 식습관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건강에 무척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평생 앓을지도 모르는 지병의 증상을 상당히 개선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구요.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을 안다고 해도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맛있는 음식들이 존재하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 생기는 식당들은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자극적인 맛있는 요리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티비와 OTT, 유튜브에는 맛집과 맛있는 요리 방법에 대한 컨텐츠가 넘치고 있어서 이 모든 음식들을 즐기기 위해선 하루 몇 끼를 먹어도 부족한 상황이 되었죠. 특히 맛있는 음식은 인생의 매우 큰 즐거움 중 하나를 차지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만 맛은 별로 없는 음식들만 계속 먹는 생활은 누구에게나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성욕이나 성취의 쾌감과도 같은 강렬한 쾌감과 그 메커니즘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갈망이 마약 중독과 비슷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인 실천 방법은 애초부터 상정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실은 건강한 식습관은 누구나 다 아는, 매우 뻔한 것으로 길지 않은 말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야채와 샐러드를 충분히 먹고, 정제당 / 정제육 / 조미료를 멀리 하며 염분 섭취를 줄이고 고기도 기름을 빼고 담백하게 먹으며 자연주의 식품을 먹고... 그리고 이렇게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우리 뇌는 갈증을 견디다 못해 매우 타당하고 반박 불가능한 논리적 명제를 만들어 내죠 : 이렇게 소처럼 살면서 삶의 즐거움을 놓치고 사느니 그냥 즐겁게 살다 좀 더 짧게 가는 것이 더 최선의 인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이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실제 생물학적 원리 상으로는 맞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죠.
핵심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다이어트, 건강한 식습관을 영위하면서 맛있는 음식도 포기하지 않는가? 에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잇는 칼과 모든 칼을 막을 수 있는 방패의 만남, 즉 모순이라 하겠습니다. 그런 것은 한마디로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 몸은 그런 것이 가능한 방향으로 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그보다는 좀 더 완화된 방법, 또한 가끔씩 일탈을 할 수 있지만 곧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유도리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 합니다. 즉, 극단적인 건강식 식습관은 어차피 처절한 패배로 이어지므로, 긴 시간 지킬 수 있는 좀 덜 극단적 방법을 유지하되 가끔 일탈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의지를 갖고 돌아올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그리고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식사와 관련한 우리 몸의 작동 방식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은, 배가 고픈 것과 기운이 없는 것, 몸에 에너지로 사용할 영양분이 부족한 것 이 세 가지는 모두 별개의 현상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배가 고프거나 기운이 없다고 몸 속 영양분이 부족한 것이 아니며, 기운이 없다고 해서 뭘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가 고파도 반드시 기운이 없는 것도 아니구요.
이에 대해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게 끌려가 유대인 수용소에 수감 됐다가 살아남은 오스트리아 의사 '빅터 프랑클' 의 책 < 죽음의 수용소에서 > 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분명 먹은 것도 없는데 감기 등 병에도 안걸리고 일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이죠. 물론 극단적인 사례라 지금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대인들에게 영양 부족 상태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현대인들은 몇 일 아니라 십 수일을 굶어도 아무 이상 없을 정도로 몸에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영양분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분명 배가 고프면 기운이 없다가, 식사를 하면 바로 힘이 솟는 경우가 많으니 말입니다. 하루종일 굶으면 저녁때가 되어서는 팔다리를 움직일 힘도 없고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이 때 식사를 하면 갑자기 머리가 깨어나면서 힘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죠. 아침 공복일 때 기운이 없어서 샌드위치라도 먹으면 힘이 나서 직장에서 비로소 머리가 돌아가는 것을 느낀 적도 많을 겁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 뇌가 우리 스스로 식사를 하도록 만드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고프지 않으면, 기운이 늘 충만한 상태로 있으면 굳이 식사를 할 필요성을 못느끼겠죠? 지금이야 영양분이 충분하지만 그렇게 계속 식사도 안하고 지내면 언젠가는 영양분이 고갈될지도 모르죠. 그래서 뇌는 규칙적으로 배고픔의 신호를 보내고 영양분 사용을 아껴 기운을 빼 둡니다. 실제로 식사를 할 경우, 음식을 소화 시키는데만 평균 2-4시간 걸립니다. 그리고 이 때는 오히려 몸 속에 저장된 영양분을 사용해서 음식물 소화 작업에 투입할 에너지로 쓰게 되죠. 그러면 대체 기운이 없어서 식사를 했을때 힘을 솟게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온 걸까요? 당연히 그냥 몸에 처음부터 저장된 영양분에서 온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 뇌는 규칙적으로 배고픔을 느끼게 만들고 기운을 쭉 빼서 식사를 하게 만든 후, 그 때 비로소 에너지를 만들어내서 마치 식사를 해서 힘이 솟는 기분이 든 것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규칙적으로 때에 맞게 식사를 할테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우리 몸은 여전히 원시시대 시절에 맞춰져 있고, 지난 60-80년 정도를 제외하면 인간은 한 번도 지금처럼 배부르게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뇌는 아직 우리 몸에 어느 정도 이상의 영양분을 저장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근의 극히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한 번도 몸에 많은 영양분을 저장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대부분의 기간동안 인간은 몸 속에 간당간당한 정도로만 영양분을 저장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최대한 생체 리듬에 맞춰 규칙적으로 배고픔 신호를 만들어내고 기운을 빼둬서 에너지를 아껴야 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처럼 음식이 풍요로운 세상을 살거란 개념 자체가 뇌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결국, 우리가 하루 두 끼든 세 끼든 정해진 시간에 배고픔을 느껴 식사를 하는 것은 습관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게 정해진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는 습관을 오래 갖게 되면, 우리 뇌는 그 규칙을 기억해 두고 정해진 시간만 되면 배고픔을 느끼게 만들고 기운을 빼둡니다. 실제로 에너지로 쓸 영양분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데도 말이죠.
심지어 운동을 하고 나서 느끼는 배고픔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 몸엔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한 영양분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운도 없고 배고프죠. 그리고 식사를 하면 바로 힘이 넘칩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뇌의 장난(?)일 뿐입니다. 열심히 운동을 하게 되면 특히 갑작스런 운동일 경우 우리 뇌는 당황 합니다. 금방 저장 영양분이 바닥이 날까봐서요. 그래서 바로 배고픔 신호를 보내고 기운을 쭉 빼서 음식을 탐하게 만들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컷 운동해서 기운도 없고 배가 고픈 상황일때 너무나 만나고 싶은 이성에게 지금 당장 볼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면? 갑자기 힘이 솟고 배고픔도 싹 가시면서 두 시간 거리에도 바로 달려갈 수 있게 될 겁니다. 애초부터 영양분은 부족한 적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배고픔과 기운이 없는 현상, 그리고 실제로 몸 속 영양분이 부족한지 여부 세 가지가 모두 별개의 현상이라는 것, 규칙적인 식사는 습관들이기 나름이라는 것, 우리 몸은 왠만해선 늘 영양분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한 시작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습관을 형성해서 성공적인 다이어트 식습관을 만들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