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메가3, 따로 챙겨먹어야 하나?

by rextoys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어려서부터 두뇌 발달에 DHA가 좋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참치를 비롯해서 많은 가공 식품들이 이같은 이야기를 광고에 많이 넣어왔기 때문이죠. 혈액 순환이나 항산화 같은 말에 오메가3가 좋다는 말, 등푸른 생선이 좋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그 비슷한 말로 불포화지방산이 좋다든가 트랜스 지방은 나쁘다든가 하는 말들이 있죠. 이런 말들은 돌고 돌아 결국 '오메가3 영양제' 섭취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모이게 됩니다. 실은 여기 나온 말들이 결국 모두 오메가3 지방산이라는 성분과 관련 있는 말이고, 해당 영양제를 설명하거나 광고할 때 자주 사용되는 말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대체 오메가3는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이 영양제를 따로 챙겨 먹는 것이 좋은지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21일 오후 08_43_41.png


우선 우리 몸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세포는, 세포 내부의 물질과 기관들을 외부로 보호하기 위한 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막이 없으면 내용물이 모두 쏟아지겠죠. 세포막은 단순히 세포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세포와 세포간의 소통이나 세포 안팎으로 영양소나 각종 물질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다양한 기구들을 함께 갖고 있죠. 또한 세포막 자체가 다양한 신호 전달 등 여러 반응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세포막이 움직이지 않고 단단한 상태가 좋을까요, 아니면 부드러워서 다양한 기구들이나 물질들이 상황에 따라 잘 움직이고 통과하기 쉬운 것이 좋을까요. 사람들이 동그랗게 서서 원을 만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만약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빽빽하게 서 있다면, 밖에서 원 안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어렵겠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슬슬 움직일 수 있게 서 있을 때 더 안과 밖의 사람들의 소통이 쉬울 겁니다. 마찬가지로 세포막도 너무 빡빡한 것 보다는, 어느정도 부드러운 상태가 좋은데, 이것을 '유동성'이 좋다고 표현 합니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21일 오후 09_32_14.png


그리고 이 때 세포막을 부드럽게 만드는, 유동성을 높여주는 것을 바로 '불포화지방산' (PUFA : polyunsaturated fatty acid) 라고 합니다. 불포화지방산, 즉 PUFA엔 오메가3와 오메가6가 있으며, 이것은 동물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어 식물이나 바다 조류를 통해 섭취해야 합니다. 이를 '필수 지방산' 이라고 합니다. 필수로 먹어야 한다는 의미로, 우리 몸 안에서 만들어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등푸른생선에 많은 불포화지방산도 알고보면 바다 조류를 섭취해서 축적된 것이죠. PUFA엔 오메가9도 있습니다만 그 양이 적고 중요도가 낮아서 여기에선 오메가3와 오메가6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pct00001.png


오메가3와 오메가6는 동일한 화학 특성을 가진 화합물들의 집합을 부르는 이름으로, 오메가3는 화학 구조식에서 왼쪽부터 3번째 탄소에 전자 이중결합이, 오메가6는 6번째 탄소에 전자 이중결합이 있는 것을 뜻합니다. 그냥 화학 구조식의 차이에서 그렇게 다르게 부르는구나 정도만 알면 됩니다. 이러한 오메가3와 오메가6는 세포막을 부드럽게, 즉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세포 내외 다양한 신호 전달 반응에도 참여하며, 세포 내에서 발생하는 염증이나 산화물이 세포 내부 기관을 공격하는 것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하죠. 우리에게 익숙한 DHA도 오메가3 지방산인데, 이것이 신경 세포에 많으면 신호 전달이 잘되서 신경 세포간 소통이 잘되고 관련 효소 반응도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DHA가 뇌 신경 발달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냥 적당히만 있으면 되지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뇌가 더 좋아질 일은 없겠죠.


images.png


한 때 '트랜스 지방' 을 주의해야 한다는 건강 상식이 많이 공유되곤 했죠. 이 역시 화학 구조식에서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인데, 시스 지방은 이중결합 부위가 디귿자 형태로, 트랜스 지방은 Z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트랜스 지방은 한마디로 세포막을 덜 부드럽게, 더 뻣뻣하게 만드는 성질이 있습니다. 세포막이 뻣하면 세포간 소통도 잘 안되고 신호 전달 반응도 덜되고 염증 등에 의해 손상에도 취약합니다. 신경 전달 반응 속도도 늦어지니 뇌 신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긴 어렵겠죠.



nutrients-13-02421-g002.jpg


어쨌거나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필수 지방산인 불포화 지방산, 즉 PUFA는 오메가6와 오메가3인데, 그 중에서도 평소 식단에서 많이 섭취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앞서 오메가6와 오메가3는 특정 화학 구조식을 가진 지방산 분류 이름이라고 했죠? 즉 오메가 6에는 리놀레산, 아라키돈산 등 여러가지가 있고 오메가3에도 알파리놀렌산, EPA, DHA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 다른 지방산들은 같은 오메가6로 분류된 것들은 우리 몸에서 서로 변환이 가능하고, 오메가3로 분류된 것 역시 변환이 가능합니다.


nutrients-13-02421-g003.jpg


그리고 우리가 평소 음식으로 가장 많이 섭취하는 오메가6 지방산은 리놀레산이고, 가장 많이 먹는 오메가3 지방산은 알파 리놀렌산입니다. 오메가6는 콩기름,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오메가3는 들깨, 등푸른 생선, 고등어, 연어, 해조류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죠. 우리 몸은 오메가6와 오메가3를 균형 있게 필요로 합니다.


오메가6는 주로 리놀레산으로 섭취하게 되는데, 우리 몸 속에서 여러 효소 반응을 통해 아라키돈산 이라는 성분으로 변환됩니다. 아라키돈산은 우리 몸 속 세포막의 25%를 차지할정도로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 입니다. 한마디로 아라키돈산 역시 오메가6에 속하며, 이 성분은 우리 몸에서 다양한 생리활성과 효소 반응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죠. 다양한 면역, 염증 반응에 중심 역할을 하며 그 외에도 여러 세포간 신호 전달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만큼 중요한 지방산인데 왜 시중에서는 오메가6 영양제는 없을까요? 그 이유는 우선 오메가6는 우리 몸에 늘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습관이 서구식으로 바뀌면서 우리 몸에서 오메가6가 부족할 일이 없죠. 위에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계란 프라이 해먹을 때도 식용유로 듬뿍 쓰는 기름이죠.


그런데 문제는 오메가6가 오메가3에 비해 너무 많을 때 일어납니다. 오메가3보다 오메가6를 지나치게 먹으면 과잉 오메가6는 오히려 몸 속에서 잦은 염증을 일으키는 등 몸에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오메가3에는 알파 리놀렌산이 많다고 했죠? 이것은 주로 식물성 기름에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 들어와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EPA, DHA 라는 또다른 오메가3로 변환됩니다. 그리고 우리 몸엔 알파 리놀렌산과 EPA, DHA 세 가지 오메가3가 역시 모두 균형 있게 필요하죠. 문제는 알파 리놀렌산에서 EPA, DHA로 변환되는 비율이 무척 낮다는 점입니다. EPA의 경우 5-10% 남짓, DHA는 0.5-5% 정도밖에 되지 않죠. 그마저도 오메가6를 너무 많이 섭취한 경우 이 변환율도 낮아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오메가6, 그리고 오메가3 중 알파 리놀렌산만 많이 섭취하게 될 경우, 우리 몸 속 EPA와 DHA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데, 최근의 연구 결과는 절대적인 EPA, DHA의 양이 아니라 상대적인 양이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가고 있습니다. 즉 오메가6, 오메가3중 알파 레놀렌산, 오메가3중 EPA,DHA의 양이 모두 균형을 이루도록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식물성 기름에 해당하는 오메가6와 오메가3중 알파 리놀렌산만 많이 섭취하게 되니 EPA와 DHA가 상대적으로 양이 적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 오메가3 중 EPA와 DHA는 따로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근거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EPA와 DHA는 등푸른 생선과 해산물 등에 많습니다. 위에서 동물은 오메가3 등 지방산을 만들지 못한다고 했죠? 하지만 동물성 기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냥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결국 등푸른 생선과 해산물도 바다 조류 등에서 DHA와 EPA를 섭취한 것이지만 그냥 편한 이해를 위해 동물성 지방산이라고 부르는 일이 많은 것입니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21일 오후 10_11_03.png


오메가3 중 DHA와 EPA의 기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되어 있습니다. 세포 단위에서는 각종 아미노산 및 신경 전달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 물질이 원활하게 세포 안팎을 드나들 수 있게 해주고, 염증을 일으키기 쉬운 산화물의 독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 그 외 세포 내부 대사가 부드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죠. 그로 인해 눈의 시각 자극 전달에 도움을 주고 뇌 신경 세포간 소통 역시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뇌 지방산의 40%가 DHA, 1%가 EPA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DHA가 두뇌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이 퍼지게 된 계기가 되었죠. 물론 엄밀히 말해 두뇌가 좋아지는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EPA,DHA를 보조제와 음식으로 섭취한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면 EPA, DHA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몸에 여러모로 유익한 효과를 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EPA, DHA는 약한 치매나 우울증 등이 있는 경우 인지기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생선을 많이 섭취하는 지역의 우울증 발병률이 낮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정신분열증 환자가 적혈구 내에 EPA, DHA가 적다는 연구도 있는데 아직까지 그 인과관계는 알기 어렵지만 이 오메가3가 정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분들이 고용량 오메가3를 섭취할 경우 기억력과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기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뇌혈관에도 유익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편두통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EPA, DHA가 류머티스 염증을 완화하는 등 만성 염증에 도움을 주며 심혈관 질환, 대사성 질환을 완화시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는 세포와 혈액 속 적혈구에 대한 산화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즉 항산화 작용), 혈액 속 기름 성분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콜레스테롤 생성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장내 유익균 증가 등의 효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몸 속 염증을 줄이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효과를 지닌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편 EPA와 DHA 비율 중 EPA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이 효과가 좋다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EPA가 DHA보다 두 배 더 많이 섭취하는게 좋다는 설명이지요. 이런 이야기가 퍼져서 가끔 오메가3 영양제를 고르시는 분들 중 EPA 비율이 더 많은 것을 찾고자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우선 EPA와 DHA의 최적 비율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결론을 지을만큼 충분한 연구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EPA가 반드시 두 배여야 하는지, DHA와 비슷한 비율이면 되는지 혹은 DHA가 더 많아야 하는지 결론 난 것은 없다는 의미죠. 다만 위에 언급했듯, 오메가6에 대해서 충분히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물론 음식으로도 충분히 많이 섭취하고 있으므로 영양제 형태로는 EPA, DHA를 합쳐 하루 2g을 넘지 않도록 FDA는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루 500mg이 좋냐 1000mg이 좋냐 혹은 그 이상이 좋냐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이 나있지는 않습니다. 실은 이같은 영양제는 일반 약과 달리 강력한 생리적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용량이 좋다는 식의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동안 연구에 사용된 용량을 참고하자면 EPA와 DHA를 합쳐 대략 1000mg 정도 보조제로 섭취하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메가3가 반드시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정상인에게는 특별한 효과가 없다는 연구, ADHD나 인지기능 떨어진 아이에게 오메가3 보조제가 특별한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 심혈관 질환에 대한 효과도 명확하지 않다는 연구, 장내 미생물 유익균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연구 등. 그러나 예방적 효과를 생각하면 굳이 먹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언제나 골고루 영양가 있는 음식을 잘 챙겨 먹을 수 있으면 그게 최고의 상황이겠지만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사는 분들에겐 꽤 긴 시간동안 충분히 균형 있는 식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많으니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은 혼자 걷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