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시계와 대사, 심혈관 건강

( 정리용 )

by 치의약사 PEN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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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단하게 용어 정리를 하자면, '대사' 는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몸에서 작동시키는 수많은 종류의 물질 합성과 분해 및 에너지 변환 과정을 뜻한다. 이것은 주로 외부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고 에너지 분자를 저장하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를테면 음식이 입에 들어왔을때 이것을 효소가 분해해서 몸 속에 흡수되기 쉬운 분자로 바꾸는 과정, 이 분자들을 필요에 따라 저장하거나 에너지로 사용하는 과정, 저장된 다양한 화합물들을 이용해 세포를 증식하거나 쓸모 없는 세포를 파괴하는 과정, 흡수하고 남은 쓸모 없는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 전체를 포함한다. '심혈관'은 심장과 동맥, 정맥, 모세혈관 등 혈액을 몸 곳곳에 보내는 기관 전체를 의미한다. '기관' '조직' '장기' '세포' 의 용어가 혼용될 수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세포가 모여 조직이 되고 조직이 모여 기관과 조직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선 그런 개념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므로 그냥 대강 '몸을 구성하는 기능 단위' 정도의 의미로 이 용어들을 섞어 쓸 예정이다.


'생체시계'는 '생체리듬' '바이오리듬' 과 혼용되어 사용되는 용어다. 시계든 리듬이든 비유적인 표현이므로 사실 무슨 용어를 써도 상관은 없다. 한마디로 우리 몸 속에서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수많은 기관, 조직, 세포들과 심혈관계 기관이 시간대별로 조금씩 퍼포먼스 성능(?)이 달라지며, 이것이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기 직전 간에서는 당분을 많이 만들어 혈액으로 보내서 아침에 일어난 후 바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잘 때가 가까워지면 지방을 많이 동원해 잠자는 동안 심장이 사용할 에너지원을 마련해 둔다. 그 외에도 위, 소장, 대장 등의 장기와 몸 속 수많은 근육들, 심장과 혈관은 아침과 점심, 저녁때 퍼포먼스 성능이 달라진다. 탄수화물은 아침이나 점심때 주로 먹고 저녁때 줄이는 것이 좋을 수 있는데, 일찍 먹을수록 우리 몸속 세포들이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 커서 인슐린 저항성 없이 당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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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는 모호한 개념이나 그저 주기적 변화가 있다는 관찰된 현상이 아니다. 실제로 유전자 수준에서 인체의 거의 모든 세포 수준에서 조절되는 현상이다. 즉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와 여기서 비롯된 단백질이 있으며, 이 조절 단백질에는 'CLOCK', 'BMAL1'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조절 단백질은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발현되어 몸 속의 생화학적 반응의 성능이 시간대별로 달라지게 만든다. 한편 몸 전체의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중추는 시상하부의 SCN이라는 곳에 있는데, 여기는 시신경이 교차하는 부위다. 여기서 빛과 어둠의 신호를 종합해 몸 전체에 < 지금은 하루 중 아침임 / 점심/저녁/밤임 > 과 같은 신호를 전달한다. 이 때 스트레스 저항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양이 많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코르티솔은 아침에 분비가 많고 저녁에 분비가 적다.


생체시계는 중심 센터에서만 조절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외부 환경 변화 (온도와 습도, 계절 변화 등), 신체 활동 (의도적으로 몸을 많이 움직인다든지), 음식 섭취 시간 (뜬금없이 야식을 먹는다든지), 그 외 여러가지 요인들(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 들여다보기, 그 외 알려지지 않은 지구 자전 태양 고도 등의 영향)에 의해 바뀌기도 한다. 이렇게 생체시계를 변화시키는 요인들을 'zeitgeiber'라고 한다. 그런데 이 때 생체시계가 변한다는 것은 24시간 주기를 28시간으로 늘린다거나 하는 등 '시간'의 개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체시계에 따른 몸 속 장기와 기관, 조직들의 대사 성능을 조금씩 조절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예를 들어 겨울이 오면 (즉 추워지면) 우리 몸은 지방 저장량을 늘린다. 그래서 같은 양을 먹어도 겨울에 먹으면 운동량과 상관 없이 더 쉽게 살 찔 수 있다. 한편으로 동남아 등 일년 내내 여름인 국가들의 사람들이 마른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그럼 우리 몸은 왜 생체시계에 따라 작동하며, 생체시계는 건강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실 진화에 '왜' 라는 이유는 없고 그냥 생존에 적합한 종들이 살아남은 결과가 우리이긴 하다.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우선 지구가 24시간마다 자전하기 때문에, 달에 의한 인력이 하루를 주기로 시간대별로 미세하게 바뀐다거나 태양이 하루를 주기로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등의 현상에 그냥 우리 몸이 맞춰진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생체시계가 24시간의 주기를 갖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고, 대사 측면에서 보면 생체시계의 역할은 자명하다. 한마디로 '효율적이고 무리 없는 대사 및 심혈관계 기능 확보'를 위해서다. 음식이 들어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면 그 때에 맞춰 소화기관이 영양분을 받을 준비를 하고 심장이 열심히 혈액을 돌릴 준비를 할 수 있다. 잠 잘 시간이 정해져 있으면 소화기관이 기능을 서서히 끄고 심장도 수면을 대비해 에너지 공급원을 바꿀 수 있다. 뇌를 비롯한 수많은 장기들의 세포에서는 언제 세포와 단백질들을 더 많이 합성하고 폐기할지 예측할 수 있으며 면역 세포들은 언제 바짝 긴장하고 언제 힘을 빼둘지 예측할 수 있다. 한마디로 효율적으로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각각의 기관들이 서로 충돌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장에 비유하면, 관리자가 생산 기계를 돌릴 때 모든 직원들이 출근해 있어야 한다. 직원들이 별로 출근도 안했는데 기계를 돌리면 전력 낭비가 일어난다. 그리고 분업화된 생산 공정에서, 예를 들어 A-B-C-D 공정을 통해 생산품이 만들어진다고 할 때, B가 열심히 일하는데 C가 갑자기 쉬면 B와 C 사이에 중간 부품들과 폐기물이 쌓이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공장이라면 그냥 다시 C를 가동시켜서 쌓인 물건들을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우리 몸은 다르다. B와 C 사이에 중간 부품들이나 폐기물이 쌓이면 이것이 우리 몸의 세포와 조직, 기관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공장의 생산 공정 전체를 대사 과정이라고 하면, 이처럼 중간중간 문제가 발생한 후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여기저기 부품들이 쌓이거나 부족해지고 에너지가 비효율적으로 쓰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대사질환' 이다.


생체시계는 심혈관계를 구성하는 세포들에서 특히 중요한 개념이다. 대사와 심혈관계는 독립된 개념이 아니다. 심혈관계가 건강해야 몸 속 여기저기 대사를 하는 장기와 조직, 세포들에 충분한 혈액을 제 때 제 때 공급해주고, 대사 조직에서 영양분과 에너지 물질, 면역 세포와 기타 물질들을 원활하게 필요한 곳에 보낼 수 있다. 그래서 몸의 대사에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심혈관계에도 문제가 생기고, 심혈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대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생산공장 비유로 가서, 근로자들에게 밥도 먹이고 기계를 돌리기 위한 기계도 켜고 생산 부품도 공급하고, 중간중간 쓰레기도 버리고, 생산품을 적재적소에 보내야 한다. 그 모든 것들을 전달하는 체계가 고장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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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심혈관계 역시 생체시계를 갖고 시간대별로, 상황에 따라 성능 퍼포먼스를 조절한다. 우선 심근세포(cardiomyocyte)는 심장에 수축력을 가하는 세포로 심장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심근세포는 항상 활동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세포이기 때문에 당연히 에너지도 잡식성이다. 깨어 있을 때는 주로 에너지 효율이 좋은 당분을 섭취해서 힘을 내고, 잠을 잘 때는 지방을 태워 (지방산) 힘을 낸다. 이 과정에 심근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관여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심근세포는 잠에 들기 바로 전 여러 기능적 단백질들을 많이 합성하고 잠든 후 4시간이 지나면 세포 속 폐기물을 활발히 처리한다. 이런 현상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자야할 때 잠을 자지 않으면 심근세포가 기능에 필요한 물질을 제대로 합성하지 못하거나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제 때 자야 지방을 태우는데 제 때 안자면 당분이 계속 땡겨 야식을 먹게 되고 이 때 먹은 지방이 그대로 축적될 수 있다. 밤에 잠 안자고 술 먹고 치킨 먹는 것은 그럼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심장에는 섬유모세포(fibroblast)도 있다. 이 세포도 심장에 매우 풍부한 세포로, 심장 전기 전도와 수축력, 구조 유지에 영향을 주는 세포다. 그런데 이 세포는 양날의 검을 갖고 있는데, 만약 심장에 산소 공급 (즉 혈액 공급)이 부족한 부분이 생겨 심근 세포가 괴사되면 이것이 심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부분을 섬유화 시켜 버린다. 섬유화된 부분은 한마디로 수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뻣뻣해지는 셈이다. 이런 부위가 늘어나서 심장 여기저기가 섬유화될 경우 심장에 한 번 무리가 올 때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섬유모세포의 활동 역시 시간대별로, 그리고 주위 환경에 따라 조금씩 성능이 달라지는데, 그래서 불규칙한 생활이 위험하다고 하겠다.


심장에서 연결돤 수많은 동맥과 정맥, 그리고 모세혈관은 비닐관처럼 하나의 거대한 관이 아니다. 이런 혈관들은 수많은 내피세포와 평활근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비닐관은 뚫리면 그냥 정신없이 물이 새겠지만, 혈관은 살아있는 내피세포들이 찢어진 부위를 급히 막고, 필요하면 영양을 흡수하거나 에너지를 만들고, 면역 세포들을 끌어들이기도 하며 혈관을 증식하기도 한다. 평활근 세포는 이런 혈관들의 특정 부분을 조이거나 넓히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혈관 세포들 역시 당분과 지방산을 에너지로 사용하는데 (실은 모든 세포가 다 그렇다), 이것이 생체시계의 시간대별로, 상황별로 조금씩 달라지며, 혈관을 얼마나 증식할지도 달라진다.


생체시계에 따라 활동하는 세포들 중 대사 기관과 관련해서 중요하게 봐야 하는 세포가 소장 상피 세포와 지방세포다. 소장 상피세포는 시간에 따라 영양소 흡수 종류와 양이 달라지고, 미생물과의 상호작용 방식도 달라지며, 증식 등도 달라진다. 음식에서 지방이 들어오면 이것을 포장해서 (chylomicron) 심장이 가장 처음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이것 역시 시간대별로 달라진다. 지방세포의 경우 몸에서 지방을 저장하고 분해하거나 leptin 등 식욕이나 포만감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역시 필요에 따라, 시간에 따라 이런 성능이 달라진다. 최근엔 exosome이라 해서 유전물질과 지방, 단백질을 함유한 작은 포장체가 세포와 세포간 소통에 사용된다는 가설이 연구되고 있는데, 여기에 지방세포가 시간대별로 조절에 관여한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생체시계는 중앙에서 통제하는 부분이 크긴 하지만, 실제로 우리몸은 유연한 적응기능을 하기 때문에 각 기관과 장기들이 환경 변화나 여러 자극에 따라 조금씩 생체시계에 따른 성능을 조절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분명 자야할 때 뭘 먹거나 컴퓨터를 오래 하는 경우, 밤에 신체 활동을 많이 하고 야식을 먹는 경우는 각 기관들이 조금씩 생체시계에 따른 성능을 조절하는데, 그래야 어느정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불규칙성이 지속될 때이다. 유연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 대응한다는 이야기지, 지속될 경우 몸은 무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차가 반대인 나라로 갔다면, 몸이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몸 이 곳 저 곳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우리 몸은 그에 금방 적응한다.


생체시계와 관련된 여러 연구 결과들은 결국 건강과 관련하여 단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 규칙적으로 생활할 것, 저녁 이후엔 아무것도 먹지 말고 밤엔 딴 짓 하지 말고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날 것. 규칙적이라 해서 예를 들어 밤에만 활동하고 낮에는 자면 어떨까? 우리 몸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은 있지만 엄연히 빛과 어둠, 즉 태양이 뜰 때와 질 때에 중앙 통제 시스템인 SCN이 생체시계를 조절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중앙 시스템 생체시계와 각 기관 장기의 생체시계가 매일 안맞고 무리하게 조절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즉 몸이 어떻게든 비효율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규칙성 뿐 아니라 아침 점심 저녁 밤의 시간대 별 해야 할 일도 그에 맞게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심혈관협회의 지침은 가급적 일찍 먹고 저녁엔 줄이는 것을 권하고 있는데, 이 역시 생체시계에 따른 과학적 지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처럼 저녁때 폭식하거나 야식을 먹기 쉬운 (술을 포함) 곳은 이게 참 어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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