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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석 Jul 29. 2021

단상

가끔은 두서없이 끼적거려도 좋다

1.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간 거지?


2. 정말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무언가에 몰입해본 게 언제더라.


3. 글을 쓰기는 힘들었다. 쓰고자 한다면 까짓 못 쓸 것도 아니지만 정신적 에너지를 한 스푼도 나눠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대충 일필휘지해서 올릴 수 있는 위인이 아니라는 건 나 자신이 더 잘 안다. 분명 몇 줄 쓰기 시작하면 그놈의 퇴고한답시고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천착과 집착 사이를 오갈 것이다.그만큼 눈앞에 닥친 일에 집중하지 못하리란 건 자명하다. 심리적으로 딱히 부정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매우 괜찮았다. 무언가에 몰입한 뇌는 다른 걱정을 하지 않으니까. 그에 더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명상의 효과인 듯?


4. 바쁨의 사이사이에도 어김없이 비집고 나오는 생각들. 나는 무엇을 위해 바쁜가. 이걸 왜 하려 하는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의미란 거, 있기는 한 건가. 그러나 그러지 않기로 했다. 모든 생각은 일단 미루기로 했다. 일단 무언가 해 보기로 선택했으니까. 범사에 대한 의미 부여, 나같은 인간은 그만 두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5. 한편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정서적으로 상태가 괜찮을 때는 글이 잘 안 써진다, 혹은 글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나에게 글이란 무언가 - 그것이 내 안을 향한 것이든 바깥의 사회를 향한 것이든 - 불만족 배출의 통로인 건 아닐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글의 집중도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내 글이 시니컬하고 무겁고 때로는 음울함을 풍기는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세상만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상 비판적(불평분자라기보다는 critical하다는 의미에서)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6. 제목을 무어라 붙일까 하다가 그냥 짧은 글, 이라고 적어봤다. 뭔가 좀 이상하다. 짧은 단상, 은 어떨까. 음, 단상 자체가 짧다는 의미 아닌가? 네이버에 물어보기로 했다. 단상(斷想),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 한자가 좀 낯선데? 끊을 단이라.. 헐, 짧을 단(短)이 아니고 끊을 단(斷)? 나 평생 단상이 '짧은 생각'이라 알고 살아왔다. 실화냐.


7. 이런 두서없는 글엔 본래의 사전적 의미가 더 어울리긴 하겠다. 근데 단편적이든 짧든 무슨 상관이냐. 그래서 그냥 단상.


8. 짧은 글도 좋다. 호흡이 짧은 것도 마음에 들고, 퇴고에 머리 싸매지 않아도 되니 더 좋다. 가끔은 가볍게 끄적끄적해도 좋겠다.


9. 시동이 잘 걸릴지 모르겠네. 부릉부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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