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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Jun 03. 2024

못 물어보는데 어떻게 알아요


부바부(부서 by 부서)라는 단어를 직장인이 자주 쓰듯이, 어느 회사든 부서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어느 부서는 공기가 꽉 막힌 것처럼 조용하고 숨 막히고, 어느 부서는 대화도 많고, 밝은 느낌이 돈다. 어느 부서로 가는지에 따라 회사생활의 만족도가 달라지기에 인사이동 때만 다가오면 저절로 예민해진다. 그런 걸 보면 역시 직장생활에서는 사람이 가장 스트레스인 것 같다.


가끔 업무 때문에 타 부서에 갈 때가 있는데, 정말 숨 막히는 부서가 있다. 부서장은 얌전하면서 말이 없고, 팀장은 본인이 유머러스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 실상은 철저한 권위주의자인데 혼자 밝은 척한다. 차장은 항상 뭔가 맘에 안 든다는 신경질적이고 불만 많은 표정으로 건들면 터질 것 같은 자세로 앉아있다. 과장 밑으로 젊은 직원들은 선배들 눈치 보느라 말도 없고, 움직임도 없고, 모니터 화면만 응시한다. 그중 한 명의 직원만 정신없이 바쁘다. 해당 부서에서 대부분의 일을 그 한 명의 직원에게만 몰아서 시켜서 그렇다.


그 부서에 갈 때마다 마음이 참 불편하다. 갑갑하고, 덩달아 나도 말이 없어지고, 무슨 말을 해도 실수라고 받아들여질 것만 같다. 혼자 바쁘게 일하는 그 직원은 업무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느낌이다. 모르는 내용이 다소 많고, 회의를 하면서 혼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일할 때는 관심도 없고 알려주지도 않았다가, 회의 때 혼내면서 가르치는 느낌이었다. 잔뜩 분위기 무겁게 잡으면서 말이다. 그 불친절함에 숨이 막혀서 그 부서는 매번 가기가 싫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고객유형을 나눌 때 외부고객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우리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협업하거나 영향을 끼치는 주체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내부고객에 대해서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고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동료, 직원이라는 존재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렇기도 하고, 급여만 주면 까라면 까는 노동자이고 조금의 복지만 챙겨주면 알아서 입 닫고 일하는 존재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동료의식이라는 게 참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회사,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는 한 팀으로서 서로 도와가며 일해야 한다. 함께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인데, 도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언제나 힘들고 지치는 곳이 직장이기 때문에 직원들끼리는 서로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보수적인 회사일수록 직원 간에 소통이 없다. 동료의식이 아닌, 상하관계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 옆에 앉아있는 직원이 나보다 아래 직급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직원이 본인을 도와줘야만 한다는 일방적인 관계에만 매몰되어 생각한다. 신입이든 저연차든 경력이 낮으면 업무를 하면서 모르는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참고할 매뉴얼, 문서 등 업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기록물이 없거나 부족하면, 본인보다 잘 알 법한 선배한테 물어보는 것이 당연하다. 어쨌든 업무는 쳐내야 하니까. 잘 알든 모르든 내 할 일을 해내야 하는 게 직장생활이니까 물어봐서라도 일을 진행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직원 간, 특히 상하 직원 간 소통이 없는 조직을 보면, 업무에 대해 질의를 하면 업무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하는 문화가 있는 경우가 많다. 물어보며 배우는 직원은 계속 물어보기만 하지, 혼자 진지하게 업무에 대해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그래서 혼자 고민해 보고 찾아봐서, 알아서 해결책을 찾아보라는 답변이 온다. 물어보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표현하면서, 도리어 물어보면서까지 책임감 있게 업무를 하려고 하는 직원을 자기한테 물어본다고 혼내기까지 한다.


이런 모습들을 직접 목도했을 때 참 어이가 없었다. 자기들에게 물어보지도 말라고 하고, 결정해주지도 않고, 후배직원이 알아서 찾아보고 알아봐서 해결책을 알아서 만들어오라는 태도를 봤을 때, 대체 저런 사람에게는 선배라는 자리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선배는 단순하게, 조직 내에서 일상권력을 행사하며 후배들에게 대접받고, 업무적으로 도움 받으며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꿀이 흐르는 자리인 건가 회의감이 들었다. 초상 등 선배직원 경조사를 밤늦게까지 남아 본인 일처럼 챙기기를 바라고, 그걸 눈치를 주며 반강요하는 행태를 한다는 것을 들었을 때는 소통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업무적 소통은 지식공유를 통해 좀 더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실수를 줄일 수 있게 한다. 더 나아가 직원 간 협업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기존에 없었던 추가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부가적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 낼 수도 있다. 업무 효율성과 효과성을 모두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소통은 조직 내에서 정말 중요하다.


업무 말고 근무만족도 차원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 직원 간의 교류에서 오는 관계 만족, 도움을 받아서 업무를 해낼 수 있었을 때 개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성취감 등은 직원 개개인의 근속기간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는 만족스럽게 회사를 다닐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에 가능하다. 다른 여러 요소와 함께, 활발한 조직 내 소통을 통해서도 근무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누군가와 어울리며 함께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에서 근무하는 것이 행복한 회사생활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직원 간의 유연한 관계는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겠지만, 활발한 소통만큼은 가장 먼저, 그리고 필수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다. 대화가 없는 조용한 조직, 자기 이익만 찾을 줄 알지 옆에 있는 동료를 챙길 줄 모르는 조직은 결국 병들어 갈 수밖에 없다. 불편하고 숨 막히는 회사생활은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조금씩 청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부드러워지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조직문화도 상식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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