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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Oct 27. 2024

양 옆 커플 사이에 낀 나

예전에 여러 기관 담당자들과 함께 저녁에 사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사내커플이 어느 정도 되냐는 질문에 젊은 직원들 사이에는 사내커플이 없다는 답변을 했었다. 우리 회사와 비슷한 근무환경인 기관들이었지만, 다른 곳들은 사내커플이 꽤 많은 듯했다. 회사 내 사내커플 명단을 인사부서가 관리하고 있는 기관도 있었고, 한 사람이 순차적으로 사내의 여러 사람들과 연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얘기하는 기관도 있었다. 인사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기관에서 온 담당자는 사내커플이 현재는 없다는 나의 답변에 적잖이 놀라며, 사내커플이 너무 적은 건 조직문화가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나에게 얘기했다. 나도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어서 크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10개 정도 되는 기관이 모인 자리였지만, 결혼하기 전, 연애하는 중인 사내커플이 없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었다.


그러고 1년이 좀 지났다. 현재는 젊은 직원 사이에 사내커플이 두 커플 정도 생겼다. 신입직원들 중심으로 조금 자유롭게 어울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눈 맞는 직원들이 좀 생긴 것 같다. 한 커플은 나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서 눈에 더 잘 띈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사내연애는 복사기도 안다고 하는 것처럼 자기들 모르게 티가 난다. 눈치 빠른 직원들은 한 번에 알아차리기도 하고, 나처럼 둔한 직원들은 눈치 빠른 직원이 얘기해서 알아차린다. 그래서 모두가 알게 된다. 소문이란 게 참 빠르기도 하고. 사랑 이야기는 누구나 다 흥미로워하니까 직원들끼리 얘기할 때 쉽게 우선순위로 가십거리가 되곤 한다.


한 부서에서 같이 일하면서 업무분장 같이, 직원 간에 기싸움이 이뤄질 때 서로 편을 들며 챙기는 모습이 좀 얄밉고 짜증 나기는 했지만, 사내커플이 회사에서 자유롭게 형성되는 데 나는 찬성하는 편이다. 같이 일하다가 눈이 맞아 연애를 한다는 게 얼마나 로맨틱한 이야기인가. 거기에, 조직 분위기가 자유로운 것처럼 느껴져서 연애를 하는 당사자도 아닌데 오히려 마음이 좀 풀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내커플을 반대하거나 안 좋게 보는 직원들이 많은 것 같았다. 평소에는 지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뒤에서 험담을 하는 모습을 보고, 사내 연애가 아니꼽게 보이는 건가 싶었다. 인사를 잘 안 하고 다닌다는 얘기, 일을 성실하게 안 한다는 얘기 등 근무태도에 관해 불만을 제기하는 직원들이 많이 늘었다. 비슷한 태도의 다른 직원들에 관해서는 그렇게 험담하지 않으면서, 왜 사내커플에게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지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배들 사이에서도 사내커플이 되게 적다고 느꼈었는데, 이렇게 사람을 재단하려는 습관을 가진 직원들이 많으니까 많은 직원들이 부담을 느껴서 사내연애를 지양해 온 것으로 보였다. 성별이 다른 직원 간에 소통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자주 느꼈는데, 경직된 분위기에 문제 생길 일을 줄이려고 하는 보수적인 태도가 소통을 자연스럽게 막고 있었다. 한번 입사하면 오래 근속하려고 하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시끄러운 일이 하나 생기면 오랫동안 신경 써야 하니까 더욱 조심하게 된다. 직원들끼리 사내연애 하는 게 자기들 업무와 조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커플들끼리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꼴 보기 싫어서 그러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사내연애에 관한 관점이 대체로 부정적인 것을 보고 이렇게까지 안 좋게 볼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곳에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일하러 온 직장에서 일은 안 하고 다른 것에 집중하고, 남 험담하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그런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


한 공간에서 같이 일하면 아무래도 시선이 가게 되고, 직원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이야깃거리가 될 수는 있지만, 우리는 남의 사생활에 너무 관심이 많다. 회사에서 볼썽사나운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바깥에서 둘이 어떻게 지내든 사생활과 회사생활은 엄격히 구분하고 그 사람을 업무적으로 평가하는 데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설사 질투심이 난다고 해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고, 감정에 휩쓸려 개인적으로 험담하는 등 쓸데없이 분란을 만드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안 그래도 많이 싸우는데, 사적인 문제들까지 끌어들여서 서로 싸운. 조직 내 업무역량, 태도 등 일과 관련되어 평판이 형성되어야지, 사생활이 평판에 영향을 끼치면서 그 사람을 나타내는 하나의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회사에 일하러 가는 것이고, 개인의 자유는 보장받을 필요가 있으니까. 공과 사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조직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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