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 맞는 부부
* 멋진 주택청약 성공기를 쓰고 싶은데 내 글은 '현실적인 부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주 현실적으로 실패한 이야기를 적어보았다.
신혼부부 주택청약 실패기
세상에 아무리 간절히 소망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우리 부부는 새해가 되면 소원을 빈다.
'올해는 제발 로또에 당첨되게 해 주세요'
'올해는 제발 주택청약에 당첨되게 해 주세요'
어쩌다 보니 둘 다 '운'이 필요한 소원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행운의 여신이 우리 부부에게 와줬으면 했다.
아니, 오는 것도 사치고 그냥 잠깐~ 아주 잠~~ 깐만 들렀다 와도 되건만
그것도 우리에겐 사치였는지 로또 5천 원도 당첨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주택청약도 될 리가 없었다.
모든 신혼부부들은 '특별공급 주택청약' 일명, 특공! 을 노리는데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주택청약(아파트)을 넣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아이가 없고, 부양가족 없이 신혼부부 단 둘만 넣으면 점수가 매우 매우 낮다.
수도권 지역의 주택청약 대부분 커트라인 점수가 80점인데
우리 부부는 청약 통장 만기, 무주택자임에도 불구하고
23점? 24점 정도가 나왔다.
마치 고등학교 수학 시험 성적을 보는 것 같았다.
둘이서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우리의 처지가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특공 주택청약 신혼부부(국민주택, 민영주택, 공공주택) 대상자는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혼인기간이 7년 이내인 부부이기 때문에
햇수로 4년 차인 우리 부부는 해가 갈수록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주변에 결혼 2년 차에 아이도 없고 부양가족도 없는
친구 부부가 주택청약에 당첨이 되었다.
나는 물어봤다.
"대체 어떻게 당첨된 거야?"
"아주 쉬워"
"쉽다고? 뭔데?!"
"서울 말고 경기도에 넣으면 돼"
"경기도도 되는 게 어디야~~~ 어디에 넣었는데?"
"서울하고 멀어..... 분당. 분당에서도 끝자락이야"
그 부부는 둘 다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경기도든 경상도든 지역 상관없이 아파트만 되면
그쪽 지역으로 직장을 옮길 수 있었다.
그래서 경쟁률이 적은 지역에 청약을 넣었고 넣자마자 바로 당첨이 되었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당첨이 되어 중도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랴부랴 대출을 하고 한바탕 난리를 쳤더랬다.
그래도 '내 집'이 생긴 것이 어디냐며 나는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내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한 마디 했다.
"우리도 경기도권이나 지방으로 빠지면 가능성 있어. 그쪽으로 넣을까?"
"그러면 직장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거지 뭐~"
우리는 둘 다 방송 관련 업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서울 근처에 있는 집을 원했다.
사실, 욕심을 버리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나는 '서울 근교'에 살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에 서울, 서울 근교의 특공 주택청약은
올라오기가 무겁게 마감되었다. 운 좋게 넣었어도 결과는 안 봐도 뻔한 '탈락'이었다.
처음에 주택청약을 넣을 때는 해당 아파트의 위치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어떤 동, 어떤 평수의 아파트를 넣을지도 고민하면서 넣었다.
근데 이제는 그냥 뜨면 무조건 클릭이다.
되는대로 그냥 클릭!! 우리가 넣는 평수가 몇 평인지,
무슨 양지고 음지고 동향이고 남향이고 나발이고
이 짓을 열댓 번 넘게 반복하다 보니 남편은 이골이 났다.
"우리 그냥 돈 모아서 땅 사서 집 짓고 살자. 서러워서 못 살겠네"
"땅은 어디서 사고 집은 어떻게 사? 우리 돈 많아?"
"음.....미래의 우리는 돈이 많겠지...?
그리하여 남편과 장기 계획을 세웠다.
오십이 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땅덩어리 어디엔가 땅을 사서 아담한 주택을 짓고 살기로.
마당이 딸린 주택에서 고양이를 열댓 마리 키우며 행복하게 뒹굴뒹굴 구르면서 살기로.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남편은 청약 홈 사이트를 클릭하고 있다.
행운의 여신이 지나 가다가
행운의 부스러기라도 살짝 흘리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