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 맞는 부부
전셋집 구하러 갈 파티원 모집합니다 (보스 : 부동산)
전세 9천만 원에 구한 우리 부부의 첫 신혼집.
바선생과 누수와 곰팡이의 역습을 이겨내며
미운 정, 고운 정들며 살아왔더니 어느새 계약 기간인 2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우리는 집주인에게 6개월 전부터 이미! '이사 갈 것이다' 의향을 강하게, 아주 강~~ 하게 내비쳤다.
집주인은 우리에게 이 집을 사라며, 전세가보다 더 싼 7~8천만 원에 주겠다고 했다.
요즘 서울에서 7~8천만 원에 내 집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사탕발림을 했지만
우리는 강경하게 'NO!!!!'를 외치며 이 집을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사실 우리는 이 집에서 산지 6개월 만에 탈출 계획을 세웠다)
2년 동안 모은 돈이 약 5천만 원이 되었고
남편이 회사에 정규직 PD로 입사해서 '높은 한도의 대출'이 가능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 원정을 떠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주로 집을 구한 곳은 강서구, 마포구 쪽이었는데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부동산 20곳은 넘게 다녔고
강서구, 마포구 쪽에 있는 2억 5천만 원대의 전셋집을 50군데 넘게 본 것 같다.
(나중에는 중개사가 아~ 거기 사거리쪽에 괜찮은 집이 있는데... 하면
아~ 거기 000빌라요? 라고 알 수 있을 만큼 도사가 되었더랬다)
그리고 다양한 부동산 중개사들을 만났다.
중개사 : 2억 5천만 원이면 대출을 얼마 받는 거예요?
2억을 대출받아요? 에이~ 이왕 받는 거 3억까지는 안 되나요?
3억에 진~~ 짜 괜찮은 집이 있는데...
3억까지는 하셔야 그래도 쓰리룸에 발코니 있는 집까지 할 수 있어요
나: 2억 5천밖에 없어서.. 그 가격엔 집이 없나요?
중개사: 일단 만나시죠
(만난 뒤)
중개사 : 대출을 딱 5천만 더 받으시면 돼요!
3억에 나온 집이 이진~~짜 괜찮아서 그래요! 가는 길이니까 딱 한번만 보고 가세요
나 : 중개사님이 5천 빌려주실 거 아니면 2억 5천 집만 보여주세요
중개사 : 그래도 3억...
나: 2억 5천 매물 없죠? 그럼 전 갈게요
중개사 : 아~ 0방 어플 보고 전화 주셨구나~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매물은 마침, 어제 딱! 계약이 됐어요~
대신, 조금 더 가격대가 있긴 한데 더 괜찮은 집이 있어요
막상 보러 가면 2억 5천대의 집은 절대 안 보여준다.
왜냐? 처음부터 매물이 없었던 것이다!!
중개사 : 지금 매물로 가지고 있는 집이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인데
위치도 좋고, 집도 좋아요~
(20분 뒤)
중개사 :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5분이면 가요~ 근데 진짜 집은 좋아요
(집에서 물이 잘 안 나오고 햇빛이 안 들어오는 걸 발견한 뒤)
중개사 : 원래 햇빛이 잘 들어오는데 날이 흐려서 그래요 흐려서~
원래는 채광이 아주 좋아요~
(바깥에 해가 쨍쨍한 걸 발견한 뒤)
"앞에 나무가 커서~ 나무 때문에 빛이 가렸네~ 하하하
그래도 형광등 켜면 잘 보여요"
(형광등 켜면 잘 보이는 거 누가 모르냐!!)
처음에는 2억 5천만 원이 굉장히 큰돈이라고 생각했다.
이 돈이면 서울에 있는 웬만한 15평~20평대 빌라, 오피스텔에 전세를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큰 오산이었다.
중개사들은 하나같이 '요즘 집값'을 들먹이며 2억 5천만 원에
신혼부부가 살만한 좋은 집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3억, 2억 7~8천의 집을 자꾸 보여줬다.
우리가 가진 재산은 정말 끌어모아봤자 2억 5천만 원인데 말이다.
그들의 장삿속은 뻔했다. 좋은 집을 먼저 보여줘서 마음을 홀린 다음, 그것보다 한 단계 별로인 집,
그것보다 더 별로인 집을 보여주면서 처음에 보여줬던 높은 가격대의 집을 팔아치울 심산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빙다리 핫바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20곳 넘게 부동산을 찾아다녔고
결국 우리의 진심이 통한 부동산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의 부동산 중개사는 매우 솔직하고 담백하게
"2억 5천에 괜찮은 집이 있어요. 신축이고 지은 지 두 달 됐어요.
두 분이 살기 딱 좋아요. 저희는 이 매물 딱 하나만 가지고 있어요"
처음에 듣고서는 그를 '말발 좋은 사기꾼형'으로 분류하려고 했지만
의외로 그가 보여준 집은 정말 '괜찮은'집이었다.
집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 채광이 환하게 비쳤다.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리고 이 집이 나를 품어주고 있다는 포근한 기분도 들었다.
비록 실평수는 10평정도도 안 되는 작은 투룸이었지만 냉장고, 세탁기까지 있고
교통량이 많은 사거리에 뒤편에 위치해 있어서
지하철역 9호선, 5호선이 모두 가깝고 버스 정류장도 많았다.
우리는 단번에 이 집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3개월 간의 '전셋집 구하기 대장정'이 드디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비록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작은 문제들이 있긴 했다.
지은 지 1년 안 된 신축 빌라라서 우리가 원하는 금액인 2억대의 대출이 안 나왔다!!!
망연자실 할 뻔 했지만 부동산에서 연결해준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이자지원을 받는 형식으로 2억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두 번째 보금자리를 찾게 되었다.
(원래 받으려는 대출은 금리가 2% 중반대였다. 하지만 부동산에서 연결해준 은행 대출은 3%초반대의
변동 금리로 원래 생각했던 예산보다 조금 높았다.
하지만 그만큼 추가로 내야하는 이자를 지원금 형태로 현금으로 준다.
결국, 부동산이 연결해준 은행에서 돈을 빌리니 부동산은 거래도 체결하고, 집값을 그대로 유지하고
우리는 예산보다 오버된 금리지만 이자를 현금으로 다 받았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내려고 했던 2%대의 이자를 내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니
서로서로가 크게 손해볼 게 없는 장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