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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양 Jun 07. 2021

회피형 남편과 사는 법

참 안 맞는 부부



회피형 남편과 사는 법


# 회피형 남편과의 결혼 

'술 먹고 잠수 타던 남편, 결혼 후 180도 변하다!' 편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우리 남편은 전형적인 '회피형 인간'이다.


회피형 인간의 특징은 무엇이냐?

- 책임지고 구속받는 걸 싫어한다.

-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잠수를 타거나 도망간다.

- 남들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중시한다.


여러 책이나 칼럼 등 회피형 인간을 소개하는 글과 분석이 많지만

실제로 회피형 인간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딱 한 가지 키워드는 

'잠수 그리고 도망' 일 것이다. 


#회피형 인간과 싸운다면?

우리 남편은 연애할 때부터 회피형 인간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만약 어떤 일로 싸우게 되면 남편은 이렇게 행동했다. 


싸운다 -> 갑자기 연락을 씹고 잠수 탄다 -> 왜 그래? 대화로 풀자!라고 하면 할수록 더 숨는다

-> 혼자 화가 풀리면 연락이 온다 -> 화해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서는 순간, 아차! 싶어서

재빨리 남편을 잠수함에서 꺼내려고 하지만 

이미 남편은 잠수함을 타고 해저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다. 


#회피형 인간, 1단계 '대화 거부'

우리의 싸움을 예로 들면


나 : 사과남편아, 컴퓨터 게임은 12시나 1시까지 하고 자면 안 될까? 


남편 : 어쩌다 하루 쉬는 날인데~ 늦게까지 해도 되잖아~ 


나 : 다음 날 출근 안 해? 아침에 못 일어나니까 문제지!

맨날 늦게 일어나서 택시 타고 부랴부랴 출근하잖아.


남편: ... 내가 알아서 할게. 잔소리 좀 그만해 


나 : 나도 잔소리 하기 싫어. 그러니까 게임 좀 적당히 하라고


남편 : 하... 몰라!  


(대화만 봐도 열 받는 분들 죄송합니다... ㅜㅜ 우리 부부의 진짜 대화인데

전형적인 아내, 남편의 싸움이 아닐까 싶다) 


서로의 의견 차이로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되면

남편은 다시 회피 스킬을 발동하기 시작하고 

저렇게 싸우고 나면 남편은 이틀 동안 말을 하지 않는다. 


# 회피형 인간, 2단계 '거리 두기'

'대화 거부'의 단계에 들어섰다면 그다음 단계는 '거리 두기'이다.

코로나 19로 거리 두기가 필수인 시대가 되었지만, 

회피형 인간은 뭔가가 마음에 안 들면 가차 없이 '거리 두기'를 한다. 

말을 안 하고, 나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으려고 하고 

밥도 같이 안 먹고 잠도 따로 자려고 한다. 


후에 남편한테 물어보니 이 과정에서 남편의 심리는

'더 상처 받기 전에 벽을 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연애할 때는 이 단계에서 잠수 탔더랬다... (지금은 같이 사니까 잠수 탈 곳이 없다) 


# 회피형 인간, 3단계 '자의적 해결'

회피형 인간은 어떤 문제에 직면하면 곧바로 피해버리고 

혼자 마음을 삭히고 감정을 정리한 다음, 쨔잔~하고 나타난다. 


처음에는 남편이 회피형 인간인지 모르고 

싸우고 나면 연락이 안 돼서 톡도 보내고 전화도 보내고 해 봤지만 

결국 본인 마음이 풀리니까 연락이 오더라. 


그 과정에서 참을성 없는 분들은 화가 '푸악!!!'하고 날 테지만 

회피형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선 '푸악!!!'하고 

터지는 화를 억누를 필요가 있다. 


# 회피형 인간과 행복하게 사는 법?

연애 기간 포함하여 약 6년간 남편을 관찰하며 

회피형 인간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 결과!


1. 싸울 일을 만들지 않는다. 

함께 지내다 보면 싸울 일이 참 많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 말을 하면 싸우겠지?' '내가 이 행동을 하면 싸우겠지?'

생각이 드는 순간 그냥 안 하는 거다. 

중요한 건 나의 어떤 행동이 상대방에게 화를 유발하느냐를 잘 알아야 한다. 


2. 싸우게 되면 혼자 풀릴 때까지 놔둔다.

싸움을 피하고 숨는 것은 회피형 인간의 본성이고 습성이 바꿀 수 없는 천성이다. 

싸우고 난 뒤에 대화를 하자, 만나서 풀자, 전화받아라 등등 닦달을 하지 말고

적어도 하루 이틀은 혼자 마음 정리를 할 수 있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한 번은 내가 싸우고 나서 "얘기 좀 하자"라고 했더니 

남편이 


"왜 너는 싸우고 나면 자꾸 얘기 좀 하자고, 대화로 풀자고 하는 거야?

나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혼자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 

얘기를 하고 대화로 풀자는 건 너 편하자고 하는 행동 아니야?

나는 그게 더 불편해. 너는 왜 나를 배려하지 않아?"


라고 했다. 


사실 싸우려 들자면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왜 나를 배려하지 않아?!?!"

라고 맞받아칠 수 있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맞춰가겠다 다짐했던 나이기에

남편의 천성과 성격은 바꿀 수 없는 부분이기에

내가 한 걸음 물러나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싸울 일을 만들지 않고 

(6년간 쌓인 데이터베이스로 싸움이 일어날 것 같으면 재빨리 대화를 중단한다)

싸우게 되면 남편이 화가 풀릴 시간을 충분히 준다. 

(이 동안에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연락만 한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겪고 나면 

오빠가 퇴근길에 치킨을 사 오거나 나를 조용히 데리고 인근 맛집으로 간다. 

그리고 조용히 나한테 말한다.

'나를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우리는 '참 맞는 부부'에 한 걸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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