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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루 Nov 18. 2019

다시 와서야 보인 것들

Taiwan #2 Taichung

#1. 지금은 타이중에서 타이베이로 향하는 기차 안.


순간이 아쉽고 쓸쓸다.

매순간 헤어지지 않으면 안되는 이런 여행을 나는 무얼 위해 꾸준 떠나와야만 하는 건지.



#2. 어제는 타이중의 초가을 바람을 맞으며 펑지아 야시장을 걸었고 그 인파 에 섞여 큐브 스테이크를 먹었다. 행복했다. 진부한 표현인데, 정말 그랬다. 행복을 느낀 순간이 언제였나 돌이켜보면 주로 현재를 살고 있다고 자각할 때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과거도, 미래도 없이 오로지 현재만 느고 있을 때.



나는 과거 아님 미래에만 사는 사람기 때문이다. 지금을 의식하고 실감하는 순간을 생활에서는 자주 맞닥뜨리지를 못한다. 늘 떠나버린 순간을 회상하고 그 기억을 미화해 왜곡한 채 글을 쓴다. 누군가 의식해서 들여다 보려고 한다면 나의 눈동자에는 과거의 영상이 재생되고 아주 가끔 오지 않은 미래의 환영도 스칠 것이다. 그런 내가 현실에 사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 택한 방법이 여행이라고 한다면.. 맞다. 여행 중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실 하지 말아야 하는 거기는 하다.



전에는 현재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행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몇 번의 긴 여행, 그리고 부 생활 경험이 쌓인 후에는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현재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게 아니라 현재를 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라고.



#3. 경험이 쌓이고 있는 걸 (제대로) 실감하기 시작할 나이가 되다 보니 기존의 생각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새로운 만남과 경험에만 집중했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헤어짐을 맞이하는 태도를 연습하기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요즘은 시작 단계에서 느끼는 설렘보다는 그 여정의 끝에서 느끼는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쓸쓸함과 같은 감정에 마음이 더 기운다. 한 살씩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관련이 있는 변화일까, 아니면 커다란 상실을 경험한 것에 대한 쓰디쓴 후유증일까.   



이번 여행은 일주다 보니 이동할 기회가 유난히 많다.

그래서 한 장소를 둘러볼 때 여길 언제 다시 와볼 수 있으려나 하다 보면 시간과 세월에 대한 감상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언제가 되었든 다시 찾아올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현실적으로 지금보다는 몇 살은 더 먹은 이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로. 대만만 해도 그렇다. 3년 전 출장으로 와 펑지아 야시장을 걸을 때는, 내가 이곳에 다시 올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같은 예산이라면 가본 곳보다는 가보지 않은 곳을 선택할 것임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3년이 지나고, 그때 생각했던 미래의 내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변화를 맞은 채로 대만을 다시 찾아 이렇게 펑지아 야시장을 걷고 있다. 그 순간 느낀 감회란.

문구 여행
홍루이젠

이처럼 만나지 못할 이라고 생각한 인연(비록 장소이지만)이 알 수 없는 순간에 앞에 타나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사실 다시 만나 기쁜 감정보다는 만나지 못해 씁쓸해지는 그 감정의 무게가 나는 더 견디기가 어렵다. 아마도 이별의 무게를 알아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로 인해 방어기제의 일종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나를 찾아오고 떠나가는 다양한 인연에 대하여 상처 받 싫어 덤덤 척 애쓰고 있는 것을 의식할 때 스스로가 렇게 쓰럽고 또 안타까울 수가 없다.


, 마침 타이베이 도착.

좀 더 걷고 생각해봐야겠다.

펑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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