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어머니를 돌보아 주시는 여사님(간병인)과 임무교대.
어머니는 그렇게 불만이 많아 여사님을 미워하셨다. 말을 퉁명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분이 그렇게 곰살맞은 분은 아니셨다.
하지만 간병을 하는 솜씨는 야무져서 어머니 상태가 많이 회복되게 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지.
그런데 왜 그렇게 미워하시나 했더니
1. 저 사람한테 돈을 아주 많이 주고 있다. 그런데 하는 일은 별로이다라고 생각하는 점,
2. 약간의 치매 증상으로 보이는 우울감과 그에 따라오는 의심증(홍삼액 같은 거 저 여자가 다 먹을 거야. 하는 식) 때문에 그렇게 미워하고 계시는 듯했다.
이건 누구로 바꾸어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방법으로 해결 방법을 궁리했다.
"엄마, 저 간병인 바꾸고 싶어?"
"응!"
"알았어요. 바꾸어 드릴게. 그런데 사람을 바꾸는 게 쉽지가 않아요. 우선 이렇게 집으로 와서 24시간을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잘 없어. 그래서 시간이 좀 필요해요."
"얼마나?"
"한 달 정도."
"알았어."
"사람을 바꾸려면 우리가 협회에다 말해야 되는데 저 여사님이 협회에다가 저 할머니 참 좋아요 그래야 다른 사람이 올라구 하지, 저 할머니 되게 까다로워 그렇게 말하면 아무도 올라고 안한다구요."
"그려?"
"그럼. 그러니까 저 여사님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면 지금부터 엄마가 여사님한테 잘해주어야 해요. 한 달만 아주 잘해주어 보세요."
"뭐, 내가 못한 것도 없어."
"에이, 그래도 마음속에서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말을 안 해도 다 전달되잖어? 그러니까 미워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고. 나 밥해주는 사람인데 왜 미워?"
"... ..."
"저 여사님 돈 많이 받지 않아. 그리고 그 돈도 우리가 다 내는 것도 아니야. 나라에서 주는 돈도 많단 말예요."
"돈 많이 주는 게 아니여?"
"응 많이 안 줘요."
"나는 니들이 돈도 많이 준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많이 안 줘요. 나 같으면 그 돈 받고 안 해."
갑자기 안색이 심각해지셨다.
" 그러니까 엄마, 오늘부터 저 여사님한테 잘해줘요. 그래야 우리가 사람을 바꿀 수 있어. 미워하지 말고."
"나는 돈 많이 받는 줄 알고...."
"돈도 쪼끔 받고 하는 거야."
"그려? 돈 쪼끔 주냐?"
돈 이야기가 가장 효과가 큰 듯했다.
"그럼 쪼끔 밖에 안 줘.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밥해주면 고맙다고 말도 하고, 내 입맛에 좀 안 맞아도 특 밀어붙이지 말고... 아셨어요?"
"알았어."
대답은 아주 잘하신다. 금방금방 잊어버리셔서 탈이지. 그래도 어머니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는 돈도 많이 주는데 하는 생각과 저 사람만 아니면 다른 사람은 와서 내 입에 혀처럼 굴어줄 거라는 오해는 풀어드려야 할 것 같았다.
숙제 한 가지 풀어서 조금은 시원하면서도 끝없이 마음이 짠하다. 그 총명하고, 경우 밝고, 자존심 꼿꼿한 어머니는 어디 가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