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글쓰기 지도 ① 1학년
1. 1학년 아이들의 특성
우리 나이로 일곱 살 또는 여덟 살 되는 시기로 넓은 세상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나타내며 학교에 가는 것에 큰 기대를 합니다.
아직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진 못해서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 친구의 말을 들으려 하기보다는 자기 이야기만 하는 일이 많습니다.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아직 부족해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선생님의 질문에 빨리 대답을 못하는 친구를 기다려 주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상상한 것과 현실을 혼동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는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기에게 잘해 주고 친절한 아이와 친구를 하려고 합니다. 가까이 있는 친구이면 아무하고나 잘 어울립니다. 예를 들어 같은 유치원을 다녀서 유치원 때 아주 친했던 친구랑 한 반이 되었는데 그 친구와 떨어져 앉게 되면 금방 다른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리게 되는 것이지요.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분별에 대한 어떤 기준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친절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낯선 사람도 친절하게 대해 주면 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전개하고 진행시키는 나이입니다. 글을 쓸 때도 입으로 불러가면서 쓰고, 놀이를 하면서도 혼자 ‘피이잉 슈우웅’하는 식으로 놀이 속의 상황을 입으로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1학년 교실이 시끄러운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림책을 좋아하고 판타지 요소가 들어 있는 것에 관심이 큽니다. 그러나 아직 알고 있는 어휘가 부족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읽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되기도 합니다.
글자를 줄줄 다 읽어도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가 많습니다. 문장을 읽다가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앞뒤 문맥으로 그 뜻을 추측해서 알아내기 시작합니다.
2. 글의 특징
ⓛ 여러 가지 사물이나 행동을 나열한다.
나는 학교에 갔습니다. 신예은을 보았습니다. 나는 뛰어갔습니다. 신예은하고 같이 갔습니다. (신정훈)
“나는 학교에 가다가 신예은을 보았습니다. 뛰어가서 신예은하고 같이 갔습니다.”할 것을 이렇게 쓰는 것이 보통입니다.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위치 이동 따위를 죽 나열하기만 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어주는 말이나 부사, 동사의 접속형을 써서 그것의 앞뒤 관계를 나타낼 줄을 모릅니다. 이것은 나이가 많이 들었더라도 글자를 익혀서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이 보이는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② 제목과 다른 말을 하거나 처음 하던 말과 다른 말을 한다.
구름
나는 아빠 차 타고 바다를 갔었다. 꽃게랑 집꽃게랑 고동, 소라, 새우를 삶아 먹었다. 점심 저녁을 바다에서 해먹었다.(7.18 정진관 남)
이 글은 어디에도 구름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바다에 가서 구름을 본 이야기를 쓰려다가 갑자기 먹은 이야기가 더 생각이 나서 그걸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 보게 한 뒤 제목을 마땅한 것으로 바꾸게 해 봐도 좋습니다. 자기 스스로 바꾸지 못한다면 구름, 바다, 꽃게같이 여러 개 제목을 보기로 주어서 그 가운데 가장 이 글과 맡는 것을 골라보게 해도 좋습니다.
미술학원
미술학원 갔더니 바닥이 노랑색이 됐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한테 물어봤다. 그런데 우리 엄마가 시장 갔다 와서 떡볶이를 해 주었다. 참 맛있었다. (5.14 권선희 여)
이렇게 처음 하던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가 불쑥 나옵니다. 처음 하던 이야기가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면 곧 그것을 씁니다. 일학년 어린이들은 어떤 한 가지 일을 오래 생각하거나 거기에 매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줄어듭니다.
③이야기가 한없이 길다.
학교
김선민 (백산 1학년)
나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놀았다. 순하랑 나랑 학교에 너무 빨리 와서 철봉을 타고 놀았다. 나는 재미있는 걸 고르려고 했다. 그런데 벌써 재미있는 것 골라 가지고 철봉을 타고 있었다. 이때 기수가 와서 나는 빨리 도망을 치고 순하하고 도망을 가자고 했다. 내가 순하한테 흩어지자고 했다. 그래서 기수가 안 보였다. 내가 안심을 했다. 나는 줄을 타는 걸 타고 싶어서 타보니 동생 밀어 줘서 계속 올라가 보니 못 올라가서 다시 타 보니 또 못 탔다. 계속 타 보니 이번에 돼서 또 다른 걸 타 봐서 선생님이 벌써 오셔서 나는 빨리 줄을 서고 선생님 말을 하고 곧장 선생님의 말도 듣고 있었다. 그리고 7반 선생님, 9반 선생님이 어제 무용을 못했는데 오늘은 잘한다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줄을 서고 똑바로 서서 선생님이 줄을 다 섰다고 말을 했다. 이제 무용을 한다고 선생님이 먼저 ‘냄새’ 5번 하고 ‘솜사탕’ 노래를 5번하고 오늘 처음 하는 ‘아빠손’을 하고 집에 왔다. 참 재미있었다. 나는 오늘 4번이 됐다. (3.7)
입학한 지 얼마 안 돼 학교가 새롭고 신기하기도 해서 그날 겪었던 일을 글로 쓰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쓰고 어떤 이야기를 빼야 하는지 가늠하지 못하니까 한없이 길게 쓰게 됩니다. 이 아이도 이글을 팔을 흔들어 가며 썼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글이란 길게 쓸 때도 있지만 짧아도 좋은 글이 된다는 것을 보기 글을 읽어 주며 알려줍니다. ‘글감을 한 가지로’ 하는 식의 설명은 아직 어려워합니다.
④입말이 그래도 살아 있다
학교 (최선영 여)
마수경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이었다. 나는 1학년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무용을 했다. 학교는 디게 추웠다. 학교에서는 날씨가 좋았다. 접때는 비가 왔다. (3.8)
우리 동생과 나 (신정훈 남)
나는 슬픈 날이 있었다. 슬픈 날의 이유가 뭐냐면 엄마가 예은일 때려서 나는 슬펐다. 예은이가 나를 때려서 엄마한테 일렀더니 예은이를 뒤지게 때려서 나는 슬펐다. 엄마가 나를 때렸는데도 예은이는 상관도 안 했다. (3.8)
찍어 보기 (정혜수 여)
오늘은 학교에서 재미있는 놀이를 하였다. 야채에 물감을 찍어서 종이에 찍어내는 신나는 놀이였다. 우와 재미있네. 신기하다.
이 무렵 아이들은 글을 쓰면서도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쓰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말이 글로 나옵니다. 생각이 막힌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계속 길러 주고 싶은 부분이지만 아쉽게도 2학년만 돼도 많이 없어집니다. 표준어 교육과 부모들의 간섭 따위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입말이 살아있는 글, 함부로 고치지 마세요.
⑤ 문장을 적당히 끊어 쓰지 못한다
재수 있는 날 (김선민 남)
오늘 이모가 로봇을 사주었는데 이름은 씩스맨이라고 해서 나는 문구점에서 그랑조를 살라다가 없어서 이것을 샀는데 기분이 좋았다.
문장을 나누어 쓰면 글의 뜻이 분명해질 텐데 이렇게 한 문장으로 썼습니다. 나열하는 시기가 조금 지나면 이렇게 기차 같은 글을 쓰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늘 그런 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받아들여 주세요. 차츰 스스로의 힘으로 문장도 끊어 쓰고 그러는 순간이 금방 옵니다.
⑥ 일기를 쓸 때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거의 모든 아이들의 일기를 쓸 때는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글 속에서도 또 ‘나는’이라는 말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것은 글 안에서 자기를 강조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자기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나는 학교에 갈 때 비가 왔습니다.’ 같은 표현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이 어법에 맞는 문장이 되려면 ‘내가 학교에 갈 때 비가 왔습니다.’ 혹은 ‘학교에 갈 때 비가 왔습니다.’ 하는 식으로 써야 하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 문장의 ‘나는’을 ‘내가’로 고쳐 놓는 것은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정된 잣대로만 글을 보는 잘못된 일입니다.
‘나는 오늘’로 글을 시작한다고 해서 쓰지 말라고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일학년 수준에서는 자연스러운 표현이고 또 아이들이 거기에 기대서 글을 써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지나면 저절로 첫머리가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두세 달쯤 흐른 뒤에 슬쩍 이야기를 꺼내도 아이들은 잘 알아듣습니다.
⑦ 이어주는 말을 알맞게 쓰지 못한다.
혜영이네
이예슬(1학년)
오늘 혜영이네 갔다. 그런데 꽃이 예뻤다. 그리고 목련을 봤다. 그런데 참으로 예뻤다. 그리고 하얀 송이로 예쁘게 피어 있었다. 그래서 봄 같았다. 그리고 장미꽃도 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예뻤다.
처음에는 이어주는 말을 몰라서 문장을 죽 늘어놓다가 ‘그래서’ 같은 말을 알고 난 뒤부터는 많이 쓰게 됩니다. 안 써도 될 곳에도 쓰지만 틀리게도 씁니다. 위에 보기로 든 글에는 이어주는 말이 꼭 필요한 데 쓰인 곳은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이런 예는 1학년 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어주는 말을 제대로 익히기는 일학년 단계에서는 어렵습니다. 기회를 봐 가면서 이어주는 말의 쓰임이 다 다르고 잘못 쓰면 말이 이상해지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정도로 지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족 하나. 장미꽃과 목련은 피는 시기가 서로 다릅니다. 그러니 한꺼번에 같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없지요. 그래도 아이는 그것이 장미라고 믿고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⑧ 글 끝에 ‘참 재미있었다. 즐거운 하루였다’는 말이 붙는다.
일학년 아이들의 글에는 끝에 재미있었다. 즐거웠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어디서 배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씁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글이 끝나는 것 같은 후련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감기
백수진
나는 너무 아팠다. 나는 학교에 가서도 기침이 꼴락꼴락 났다. 나는 친구와 달리기를 해도 안 되고 놀아도 안 되었다. 저녁때 엄마가 죽을 해주셨는데 나는 먹기가 싫었다. 어머니께서 한 스푼 먹여 주셨다. 나는 밥을 먹어 보고 싶어 먹어 보니 먹기가 싫었다. 나는 감기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즐거운 하루였다.
실제로 이 어린이는 감기를 심하게 앓아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 밥도 죽도 다 먹기 싫은 지경이 되었습니다. 감기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즐거운 하루’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여러 가지 감정 가운데서도 즐겁고 기쁜 일을 더 잘 더 오래 기억해내는 아이들의 특성과 맞물려서 이렇게 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어른 마음대로 고치지 말고 ‘진짜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만 쓰도록 하면 더 좋다.’고 말해주세요.
⑨ 독특한 아이들의 어법
씽씽카 시합
주현이가 다 이기고 나는 혜수만 없으면 한 번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선정이도 없으면 된다.(정진관)
씽씽카 시합에서 1등을 하고 싶은 마음을 글로 썼습니다. 1등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친구는 주현입니다. 주현이만 아니라 혜수도, 선정이도 자기보다 실력이 월등합니다. 그저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는 아이들만의 독특한 어법입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기 일을 자기처럼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내키는 대로만 써도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으리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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