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이 되면 학교 생활에 제법 익숙해집니다. 대부분 읽고 쓰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이때부터는 경쟁심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또래에서 최고가 되려고 하는 욕구가 강해지는데 이것에 자신이 없는 아이는 도전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욕구가 투영된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서서히 만화 캐릭터나 유행 상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묵독을 하면서 책의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 가능해지기도 하는 시기이지요. 복선이 깔린 구성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입니다. 그러나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요.
아직 '내 편'인 친구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특별한 누구를 찾기보다는 가까이 있는 아이와 친하게 지냅니다. 좋고 나쁜 것의 기준도 아직 자기에게 친절한 것이면 좋은 것이라고 가치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서서히 학습 습관이 생기는 시기입니다. 일정한 시간만큼 (30분 정도) 진득하니 엉덩이 붙이는 연습을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20년 가까이 학생의 신분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훈련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집중력을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① 어느 정도 조리가 생긴다.
한 학년의 차이가 1학년 때와 2학년 때처럼 뚜렷하게 나타나는 때는 없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은 1학년 일 년간 쑥 자라납니다. 2학년이 되면 글에도 어느 정도 조리가 생기고 나름대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써야겠다고 하는 장면을 정할 줄도 압니다.
내 짝
김남준( 2학년)
개학한 지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짝 이름을 몰라서 엄마가 숙제를 짝 이름 알아오기를 내주셨다. 학교에 가서 짝 이름을 물어보았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말하려고 하는데 한 글자가 기억이 안 났다. 그런데 내 짝 언니도 내 누나와 반이 같다고 했다. 그래서 누나한테 내 짝 이름을 알아오라고 해야겠다. 누나가 꼭 알아왔으면 좋겠다.
이 어린이는 그날 하루의 일 가운데서 자기가 쓰고자 한 부분과 관련이 있는 것을 시간의 순서대로 잘 생각해 냈습니다. 짝 이름을 알아오라고 엄마가 숙제를 내 준 일, 짝에게 이름을 물어본 일, 엄마에게 말하고자 했지만 그런데 생각이 안 난 일, 그 아이 언니와 자기 누나가 한 반이라는 것을 알아낸 일을 차근차근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적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일을 정리해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는 힘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글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② 쓰고자 하는 그 부분을 떼어 낼 수 있다
오리
김경주(백산 2학년)
오늘은 오리와 함께 놀았다. 오리가 졸졸 따라와서 힘껏 달렸다. 오리는 "꽥꽥." 하면서 따라오다가 날개를 푸드덕 거리면서 점프를 했다. 눈 깜박할 사이에 30cm쯤 날았다.
"히야."
나는 깜짝 놀랐다.
"또 한 번 해 봐."
그랬더니 한 번 더 안 했다.
그림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자기가 쓰고자 하는 장면의 처음과 끝을 스스로 결정했는데 꼭 필요한 부분만 도려냈습니다. 1학년 후반 또는 2학년 정도 되면 이런 능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③ 겪은 일을 쓰면서도 자기 생각이나 느낌으로 쓰는 일이 많다.
2학년 어린이들은 자기가 겪은 일을 쓰면서도 자기 생각이나 느낌으로 쓰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은 감상문과는 조금 다르지요. 아직 자기가 한 일을 자세히 쓰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무엇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기서 내가 받은 느낌이 중요해서 그렇게 쓸 수도 있습니다.
서운했던 기억
박보린 ( 2학년)
글쓰기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지난 일요일 아빠가 서운하게 했던 기억을 말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교회를 갔다가 내가 뭘 좀 잘못해서 돌아올 때 아빠한테 혼이 날 때였다. 아빠는 내가 공부하는 것을 못 보셨다고 사회는 분명히 학교에서 30점일 테고, 수학은 0점일 것이라고 하셨다. 난 그때 아빠가 미워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래도 아빠가 잘해줄 때는 싹 풀린다. 그러나 이렇게 하실 때에는 나도 내 마음속에 화산이 쿵! 하고 폭발하는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아빠와 내 성격은 '쌍둥이 성격'이라고 할 정도로 비슷하고 생김새도 아빠를 닮아서 그냥 참는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주고받은 일을 전달하다가 그만 다시 그때의 억울한 일이 떠올라서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사실을 자세히 적지 않았다고 해서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 저학년 어린이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글을 놓고 자세히 쓰기 지도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④ 절실한 자기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슬플 때
서진화(2학년)
가장 슬플 때가요. 주말에 할머니 집에 갔다 오면 구몬 안 했죠, 구몬 한자 안 했죠, 피아노 숙제 안 했죠, 용운 수학도 안 했죠, 영어 스펠링 외우기 하나도 안 했죠. 아주 눈 앞이 깜깜해져요.
그래서 요즈음 학교에서 살아버릴까, 이런 생각도 해요. 아예 학교에서 집에 가기가 싫어져요.
자기의 절실한 문제를 다른 사람도 인정할 수 있게 적었습니다. 차근차근 생각하고 차근차근 글로 적었기 때문입니다. 글에서 이런 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⑤ 나름대로 비판의식이 생긴다.
토끼
김시현(2학년)
나는 집에 오는 길에 토끼를 파는 아줌마를 보았다. 나는 구경을 하러 토끼를 파는 데로 갔다 아주 큰 상자에 토끼를 넣고 있었다.
거기에는 고학년이 아주 많았다. 저학년은 나하고 황의선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학년들이 토끼를 만지려고 할 때 토끼 파는 아줌마가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렸다. 그랬더니 고학년 누나들 3명이 갔다. 토끼는 4마리가 뭉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또 한 마리는 깡충깡충 뛰면서 놀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또 한 여학생을 때렸다. 아까처럼 만지려고 하니까 때린 거다. 나와 황의선은 때리는 것을 보기 싫어서 토끼를 보다 말고 집으로 왔다. 왜 때리냐?
이 아이는 토끼를 아이들이 만진다고 그것을 못하게 말로 할 일이지 왜 때리는가? 하면서 나름대로 잘못된 것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와 아주 밀접한 일인 경우에는 이렇게 나름대로 비판을 해보는 능력도 생기기 시작합니다. (2학년 글의 특징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