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언어학자들은 사람들이 모국어를 완성시키는 시기를 10세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나이로 3,4학년 시기가 되겠지요. 보통 이 시기가 되면 자기 나름대로의 언어 체계를 갖게 됩니다. 일상용어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적극적이고 명랑한 성격을 띠게 됩니다. 아이다운 특성을 보이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슬프고 우울한 것보다는 기쁘고 즐거운 것을 훨씬 빨리, 그리고 오래 기억합니다.
이 무렵부터는 상상과 현실의 구분을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화의 세계에서 벗어나 실제에 적응하게 되고 소박하게나마 현실 인식이 싹트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표현에 훨씬 적극적이 되어서 부모나 선생님을 당황하게도 하고, 자기만의 장소나 자기만의 비밀 노트 같은 것을 갖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이때부터는 친구를 사귀는 일도 훨씬 적극적이 되고 소위 '내 편'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래 학년에서 가까운데 있는 동무들과 친하게 지냈다면 이때부터는 멀리 있어도 나랑 잘 맞는 아이와 친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먼 곳에 있는 친구 집에도 놀러 가기도 하고 친구 집에서 이것저것을 해보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칫 생활의 리듬이 깨질 수도 있지만 늘 짝을 지어서 행동하려고 하지요. 힘센 친구가 동무들 사이에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서서히 구별되기도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책만 끼고 지내려고 하는가 하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몇 줄도 못 읽고 지루해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특성을 잘 살펴 책 읽기 지도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남자 어린이의 경우는 과학에 대한 책에 아주 흥미를 보여서 편독을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화나 전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제의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위인들의 행적을 담은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며 모험을 그린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정의감이 싹트기 시작하는 때이며 선악의 구별도 어떤 기준에 의거해서 판단하려고 하고 자기 행동도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대체로 인생이 즐거운 시기, 의욕이 넘쳐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치기도 하지요.
4학년부터는 각 개인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지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이제부터 보이는 성격은 아이의 고유한 성격으로 자리 잡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이때 지각을 자주 하는 아이는 앞으로도 지각을 예사로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자아가 확실하게 생기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으려고 하고 유행이나 패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기 합리화를 위한 거짓말도 능청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자기하고 맞는 아이들과는 아주 친하게 지냅니다. 이때 친했던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친했던 친구가 전학을 가게 되면 대단히 낙심하기도 하지요.
교과의 내용이 확 어려워지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입니다. 공부방을 따로 마련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만큼 학습을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한편 체력이 증가하고 수직 분화가 생기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역량을 인정하면서 지배, 복종의 관계가 생깁니다. 지위에 따른 책임을 완수할 수 있고 자기 말에 대한 책임도 질 줄 압니다.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한 자기주장을 쉽게 철회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이런 특성을 좀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에서는 실제로 써 놓은 것보다 훨씬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귀찮아서 대충 빨리 쓰고 놀고 싶어 합니다. 괜히 멋 부리는 문장을 써보고 싶어 하고 겪은 일을 쓰는 것을 시시하게 여기는 생각을 갖기도 하지요.
아직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펴내지는 못하지만 추리력이 발달해서 이야기의 뒷부분을 상상해서 써 보는 일 따위를 즐거워합니다. 화제도 넓어지고 이야기의 내용도 풍부해집니다. 반면에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의성 의태어에 의지하는 일이 조금 줄어듭니다. 또 추상화하는 능력이 생기며 추상적인 것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써 내려간다.
여전히 꼭 할 말만 직감으로 짤막하게 쓰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써내려 갑니다.
이 뺀 것
한상은(영도초등 4)
나는 어제 아빠 병원에 가서 이를 뺐다. 나는 주사로 마취를 할 것 같아서 무서웠다. 병원에 들어가서 나와 상아는 TV를 보았다. 어린이날이라 원래 병원은 안 하는 알이다. 그런데 우리 식구들 치료하러 병원을 간 거다.
TV를 보고 있는데 아빠가
“자, 어디든 누워. 이쪽이든 저쪽이든.”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가운데에 앉았다. 그 이유는 TV가 잘 보일 것 같아서 이다. 아빠는 먼저 이부터 빼지 않고 무슨 치료를 해 주셨다. 그런데 이를 마구 헤집는 것 같았다. ‘윙윙’ 소리도 나서 무서웠다. 잇몸이 너무 아파서
“음, 음”하는 소리를 내었다. 이를 닦는 방법도 정식으로 가르쳐 주셨다.
“이럴 땐 45도로 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 그리고 이 사이사이에 있는 것들은 이렇게 빼는 거야.”
치료가 끝나고 TV를 보았다. MBC에서 창작동요제를 했다. 부채춤, 네 잎 클로버 봄비 같은 노래들은 다 배운 것이라서 더욱 재미있었다.
TV를 보고 있는데 아빠가
“이 빼자.”하고 말씀하셔서 의자에 누웠다. 이번에는 주사로 마취를 안 하고 칙칙이로 마취를 시켜 주셨다. 나는
‘휴! 다행이네 주사로 하지 않으니깐 하나도 안 아프다.’하고 생각했다. 마취가 되자 쇠로 된 집게를 드셨다. 나는
‘으윽, 주사기가 없더니 더 무서운 거 나왔네.’하고 생각하고 각오를 했다.
아빠가 왼쪽 위 송곳니를 쑤욱 뺐다. 굉장히 아팠다. 나는 울 것 같았다.
집에 올 때 이빨이 조금 허전했다. 그래서 이상했다.
이제 어느 정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차근차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요령도 제법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거운 일과에 시달리다 보니 글이고 뭐고 쉬고 싶은 생각만 가득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빨리 쓰고 놀거나 쉬려고 하는 일이 많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