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원색의 꽃에 인생을 담아내는 화가, 사도세자
사도세자 작가의 그림 인생이 시작된 것은 불과 1년 반 전의 일이다. 아직 그리 긴 삶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평생 열정을 쏟아 전념해 온 운동인 야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큰 실망감을 드러내시며 야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사도세자를 보느니 차라리 그를 뒤주에 가둬버리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지금 그의 활동명이 된 사도세자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뒷 이야기가 존재한다. 우리 역사 속 인물 사도세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뒤주라는 오브제 역시 이때부터 그의 예술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오브제가 되어 종종 등장하게 된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뒤늦게 삶의 방향을 전환하고 미술에 뛰어들었을 때 나오는 폭발적 힘과 에너지를 우리는 미술사 속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해왔다. 나는 그들 화가들이 보여주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순수한 표현력에 매료되어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그림을 찾아보는 편이다.
프리미티브 아트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는 그들의 예술은 진부하고 고정관념으로 뭉쳐진 동시대의 화단에 기분 좋은 충격을 주는 경우가 많다. 증권맨으로 회사생활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림에 인생을 던졌던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경우가 그렇다.
사도세자 작가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느껴지는 생생한 에너지와 투박하고 거친 터치감이 가져다주는 다소 생경한 압박감은 ‘그의 다른 그림들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우리를 이끈다.
분명하지 않은 마감처리를 한 것 같은 낙서 같은 형태를 지닌 채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자유로운 형상들은 그들 각자가 자율적인 생태계를 형성하여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보이곤 한다. 그의 그림 속 꽃들, 사람들은 자신만의 에너지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개체임이 분명하다.
사도세자의 그림에 시그니처와 같이 등장하는 이미지는 꽃이다. 어떤 그림이건 꽃이 등장하는데, 그가 그려낸 꽃은 어떤 모양, 어떤 색채로 표현되어 있던지 간에 상관없이, 순백의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통의 경우, 사도세자의 꽃들은 다섯 개의 꽃잎을 가진 동그랗고 유기적인 형태로 그려져 있다. 다양한 크기, 다양한 색채로 그의 캔버스에 등장하는 꽃들은 때로는 삶의 슬픔을, 때로는 인생의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결국 그 꽃들은 우리네 인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가 그려낸 각각의 꽃들은 어떤 인생의 향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사도세자는 작품의 영감을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그때 느꼈던 감정, 매일 듣는 음악과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물에서 얻어낸다. 이런 경험들 가운데에서 그의 무의식은 어떤 알 수 없는 색채와 향기, 맛을 떠올리고 이것은 그의 의식 속으로 전환되어 존재하게 된다.
그 순간의 생생한 느낌을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 사도세자는 그 감정이 사라지기 전, 하루가 지나가기 전에 그 감정과 느낌의 형태를 그의 캔버스에 옮겨낸다. 느티나무 가지를 태운 목탄과 오일바(Oil bar)로 그려진 그림에서 느껴지는 다소 거칠고 생생한 느낌은 그가 이렇듯 빠른 필치로 자신의 감정을 화폭에 그려냈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
사도세자는 자신의 캔버스에 강렬한 원색을 쏟아놓는다. 어떤 때는 그림의 뒷 배경에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깔을 한꺼번에 담기도 한다. 때로는 검은색 목탄의 질감이 그대로 남아있는 단색조의 그림을 그리지만, 많은 경우 색채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벗어나 생소한 위치에 칠해져 있다.
이 지점에서 과감한 원색을 사용하여 파격적인 이미지를 창조해 낸 20세기 초 프랑스 야수파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다. 또한 그가 창조해내는 낙서 같은 이미지의 인물과 사물, 꽃들을 보면서 우리는 격동적인 내면의 감정과 느낌을 거칠고 빠른 붓질로 표현해내는 독일 표현주의, 신표현주의의 특성과 뉴욕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 예술의 영향을 찾아낼 수 있다.
실제로 사도세자가 제일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화가는 뉴욕의 거리미술로 시작한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이다. 끄적끄적 그려놓은 낙서 같은 이미지, 거리의 벽에 아무렇게나 스프레이로 그려놓은 듯한 강렬한 형상들로 작업하는 바스키아는 사도세자가 꿈꾸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미래상이다.
자신의 작품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그려내고,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것과 전위적이고 현대적인 것을 동시에 담길 원하는 욕심쟁이 화가 사도세자는 훗날 한국의 바스키아라는 호칭으로 불려지길 희망하고 있다.
사도세자의 그림 속 인물과 꽃들은 그들이 살아갈 밝고 환한 미래를 향해 내딛는 첫걸음에 동참하도록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그들의 초대에 응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그의 그림 앞에 서서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우리들의 몫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