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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터러스 Sep 27. 2023

시험이냐, 회화냐? 선택이 먼저 필요하다

시험을 위한 어학공부는 듣기와 말하기를 방해한다

시험 준비 책이냐, 회화 책이냐?


오랫동안 영어를 손 놓고 있다가 이제부터 제대로 해봐야지 결심하고 서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서점에 나누어져 꽂혀 있는 책을 보면서 선택 장애가 왔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선택은 시험을 준비할 것이냐 회화를 할 것이냐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영어 시험은 종류도 많고 시험마다 방식도 기준도 다 달랐다. '그래, 네가 이제부터 시간 투자해서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는구나, 그런데 나중에 실력이 늘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레?'라고 묻는 거 같았다. 영어 회화를 잘하고 싶어 시작하려고 했지만 시험 점수나 등급 같은 증명이라는 확실성이 유혹했다.


토익에 리스닝도 있으니 결국 영어회화에 도움을 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고 리스닝 책만 먼저 샀다. 하지만, 토익 리스닝은 시험 요령, 문제 유형 익숙해지기, 기출 빈도가 높은 단어와 표현 암기의 집합이었다. 언어 사용 능력을 광범위하게 평가하는 Opic 시험 이외에는 영어 시험을 위한 대부분의 책은 단어와 숙어 암기, 문제 유형과 패턴의 숙달, 문제 풀기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고, 점수를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나중에 중국어, 일본어 책을 사려고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어 HSK 준비 책과 회화 책, 일본어 JLPT 준비 책과 일본어 회화 책을 선택할 때도 유사한 갈등을 겪었다. 중국어나 일본어는 실제로  특별히 쓸 일도 없는데 급수나 점수를 따놓는 게 스펙으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하지만, 토익 책을 산 것 이외에는 그 뒤로 항상 시험은 포기하고 회화 위주로만 선택했다.


시험 준비 흔적의 간섭 현상


기왕 토익 책을 샀으니 몇 달간 시험 준비를 하고, 동영상 강의도 듣고 모의시험을 보면서 시험 요령, 문제 유형을 익혀서 시험을 봤다. 자주 기출된다는 단어도 따로 외웠다. 그렇게 시험을 친 후 본격적으로 영어 회화를 위해 듣기와 말하기를 하려고 하는데, 시험 준비를 하던 패턴들의 간섭 현상을 경험하였다. 여러 가지가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엉켜서 듣기와 말하기가 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설명할 수 있는 용어도 몰랐고 정의 내리기도 힘들었다.


듣기를 할 때, 몇 개 단어만 머리에 들어오고 전체 내용도 이해가 안 되고, 집중해서 이해하려고 해도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서 인내력이 필요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방법을 익히고, 이에 관련된 여러 가지 책과 유튜브 동영상을 본 후에야 알게 되었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간섭 현상. 시험 준비를 위해 익혔던 방법들이 실제적인 듣기와 말하기를 할 때에는 머리에 과부하를 일으켰다. 세 가지 간섭 현상으로 구분하여 설명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단어 간섭


토익 시험 준비 과정에서 핵심 단어, 즉 키워드를 중심으로 듣기나 읽기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게 된다. 주로 단어의 정확한 뜻과 사용법에 중점을 둔 문제를 풀거나 듣기 지문을 이해했는지 고르는 문제를 핵심 단어를 캐치하여 듣고 문제를 풀게 된다. 특정 단어를 들었을 때, 그 단어의 정확한 뜻과 사용법을 즉시 떠올려야 문제를 빨리 풀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연습은 실제 듣기 활동에서 자연스러운 언어 이해를 방해한다.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거나 또는 키워드의 의미를 이해하느라 전체 문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를 단어 간섭이라고 한다.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어도 문맥상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어 재해석이 필요할 때도 간섭 현상이 일어난다. 본인이 알고 있는 단어의 한글 의미와 문맥생의 의미가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겪는 것이다.


영어 단어와 한국어 단어는 1 : 1로 의미가 매칭되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 자연스럽게 다양한 콘텐츠를 듣고 읽는 방식으로 습득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문맥 속에서 단어의 의미와 쓰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된다.


모두가 알고 있는 'Happy'를 예를 들어 보자. 영화나 드라마에서 'Happy'는 '만족스러운' '기꺼이 ~하는' 의미로 쓰인다. 특히 어느 정도 격식을 차려서 말하는 회사 내 대화에서 많이 쓰인다. 아래 예문은 모두 네이버 사전에서 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만족스러운; 마음이 놓이는


Are you happy with that arrangement?

저렇게 정리하는 것이 마음에 드세요?


기꺼이 ~하는; ~하게 되어 기쁜


I’m happy to leave it till tomorrow.

저는 기꺼이 그 일을 내일로 넘기겠습니다.


운 좋은, 다행스러운


By a happy coincidence, we arrived at exactly the same time.

다행스러운 우연의 일치로 우리는 정확히 같은 시간에 도착했다.


 (말·생각·행동이) 적절한


That wasn’t the happiest choice of words.

그것은 가장 적절한 어휘 선택이 못 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활용을 문맥 속에서 접하고  같이 사용되는 단어와 같이 자연스럽게 습득하면 의미를 맥락 속에서 덩어리로 이해하고 광범위한 의미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시험을 위해 단어의 의미를 한, 두 개 암기하면 시험을 풀 때는 문제 보기와 지문을 같이 활용하여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지만, 아무런 단서나 지문이 없는 듣기와 말하기 상황에서는 간섭과 혼란을 겪게 된다. 원래 알고 있는 의미가 문장에서의 활용과 다를 때, 또는 알고 있는 의미를 연결하여 머릿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해야 할 때 간섭 현상이 일어난다. 자연스럽게 습득한 광범위한 의미와 뉘앙스(막상 말로 설명하려고 하면 어려운)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두 번째, 문법 간섭


시험에서는 문법 규칙의 이해와 활용이 중요하다. 문법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읽기 문제를 풀 때도 사용되고, 듣기 문제에서도 보기를 분석하여 차이를 비교할 때도 도움이 된다.  문법을 활용하면 문장을 분석하여 정확하게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문장을 분석하는 공부하는 방법, 또는 문법 번역식 교수법(Grammar Translation Method)의 장단점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다른 글을 참고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rhino00/36


그러나, 듣기 중에 문법 규칙을 이용하여 내용을 이해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언어 이해를 방해한다. 문장의 구조보다는 전체적인 의미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언어의 흐름과 리듬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문장을 덩어리 단위로 이해하고 의미를 끊어지지 않게 연결하여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글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실제로 다양한 실제 영어 컨텐츠를 많이 소비해보지 않은 성인의 경우 문법의 도움 없이 읽기와 듣기를 할 때, 그 수준이 현저히 낮은 경우가 있다. 중급 레벨이 아닌 초급 레벨로 떨어진다는 말이다. 위에 첫 번째, 단어 의미와 문법으로 부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못하는 경우, 정말 간단한 문장의 빨리 읽기와 듣기만 가능하게 된다는 말이다.


세 번째, 한국어 간섭: 머릿속의 번역


모국어 간섭은 두 번째에서 언급한 문법 번역식 교수법으로 외국어를 배운 사람들이 실제 듣기와 말하기를 하려고 할 때,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어 나는 현상이다. 유튜브 영어채널에도 아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아래는 '머리로 번역하는 것을 멈추고 원어민처럼 영어로 생각하는 방법(한글 제목)' 영상으로 조회수 1500만을 기록하고 있다.


https://youtu.be/FUW_FN8uzy0?si=pPl0i-sPeFznNc2n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습자들은 영어를 듣거나 말할 때, 무의식 중에 한국어로 번역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생각의 흐름을 끊게 만들며, 영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이는 머릿속에서 지속적인 번역 작업으로 인해 학습자의 머리에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자연스러운 프리토킹으로 가는 길은 멀어진다. 내면에서 번역하여 의미를 파악하고 싶은 유혹을 피하며 언어에 몰입해야 합니다. 소리 구분, 문장에서 덩어리 구분(종종 호흡이 쉬게 되는), 전체적인 의미 이해, 모호하지만 문맥과 전체 흐름으로 봤을 때 모르는 단어나 표현의 의미 유추 등.


말하기를 할 때도 문법 지식을 활용해서 작문을 하기 때문에 오래 걸리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실제 자연스럽게 습득한 표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의 작문으로 어색한 표현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말을 하게 된다.  


결론


시험 준비를 위한 학습 방법이 실제 언어 사용, 특히 듣기와 말하기 능력의 향상에 방해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세 가지 간섭 현상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영어를 더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먄약에 지금까지의 학습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꺠달았다면 어떻게 습득하고 연습할 것인가에 대해서 시간을 들여서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외국어 학습이라는 먼 길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없을 것이다. 오랫시간 학습하고 겨우 초보 탈출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초보가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올바른 듣기와 말하기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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