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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Feb 16. 2021

충남 #예산 여행1

생소한 듯, 익숙한 듯

나는 고향이 충남 예산이다. 익숙한 사람도 있을 거고 거기가 어디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당연히 모를 거란 생각에 천안 밑에 있어요!라고 부연설명을 했는데 요즘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최근에 예당저수지에 출렁다리가 유명세를 얻으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유명세를 탄 것도 같다. 


어렸을 때는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어린 마음에 좀 더 번화한 곳으로, 화려한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든 지금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의문이다. 어린아이의 패기였다고 밖에는. 물론 지금도 타지 생활을 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든 일만 있다면 난 다시 돌아갈 것이다.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여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나 할까? 


첫 타지 생활을 서울에서 하면서 인생 극강의 번아웃을 겪고 다시 집으로 왔을 때 진짜 집이 주는 소중함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다.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 사람들이 왜 안정감을 찾는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특히 일을 쉬는 동안 동네 탐방을 많이 했는데, 예전에는 몰랐던 우리 동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내가 살던 곳의 매력을 함께 공유하며 공감하고 싶다. 예산이 이런 곳이었구나 하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향천사

향천사는 작은 절이고 여기 가는 길에 추억이 가득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여기가 다 계곡이었는데 지금은 다리 공사로 인해 물이 다 말라 버렸다. 굉장히 오랜만에 찾았을 때 그 허탈감이란. 발전되고, 편리해지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추억의 장소를 잃어버린 기분이라 좀 서글프기도 했던 곳이다. 


그래도 내가 기억하는 모든 모습이 모두 변해 버린 것은 아니었기에 나름의 위안을 삼고 있다. 예산초등학교라는 곳 정문 옆쪽에 들어가는 골목길이 있는데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작은 연못, 산책길, 간간히 있는 집들의 모습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특별하게 여깁니다! 이렇게 보는 곳은 아니지만 그냥 한적한 어릴 적 추억을 닮은 곳을 찾고 있다면 아무 기대 없이 와 볼 수 있는 곳이다.






카페브리즈

공주대학교 캠퍼스 안에 위치하고 있는 카페다. 들어오는 길목에 가로수 나무길을 보며 커피 한 잔 하면 내가 바로 드라마 주인공! 이곳의 주인공은 나야 나!(큼큼..) 야외 테라스가 넓고 화려하고 SNS에서 화제가 되는 막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햇살 좋은 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옛날 돈까스

거의 20년 단골집인 돈가스집이다. 다른 곳에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오빠랑 둘이 진짜 좋아했던 곳이다. 지금은 점심시간에 가면 1시간씩 기다렸다 먹어야 되지만 처음에는 늘 우리만 있던 곳이다. 이렇게 맛집을 일찍 알아본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이젠 너무 기다려야 돼서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적당히 잘됐으면 좋았을 텐데.. 휴.. 사장님이 들으면 배은망덕하다고 하겠지..? 아무튼 옛날 경양식 스타일의 돈가스인데 가격 대비 양도 진짜 많고 돈가스 소스가 일반 일식이나 돈가스집과는 좀 다르다. 좀 달짝지근한 맛이 은은하면서도 계속 먹을 수 있는 맛이랄까? 


여기 말고도 이 주변에 경양식 돈가스 집이 한 곳 더 있다. 남양 식당이라는 곳인데 완전 골목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가끔 옛날 돈가스 먹으러 갔다 사람이 너무 많거나 문 닫았으면 먹으러 가기도 하고 남양 식당의 돈가스가 먹고 싶어 가는 날도 물론 많다. 요즘엔 돈가스 맛집이 워낙에 많고 유명한 데가 많지만 나에겐 아직도 이 곳이 최애 돈가스 맛집이다. 경양식을 좋아한다면 남양 식당도 추천한다. 수프까지 나오는 제대로 된 곳이다.








예산성당

예산 성당 앞에 바로 군청이 있는데 그 군청 끝에 계절별로 꽃을 심어 놓는다. 사실 꽃이 있을 때 좋긴 하지만 돈지랄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기도 한데 아무튼 예쁘다. 예산성당은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곳이다. 1934년에 지어졌으며 한국인 신부에 의해 건립된 건축물로 일본의 건축문화를 수용, 혼재하지 않고 서양의 건축문화를 직접 가져와 만든 양식이기도 한 곳이다. 화려하다거나 엄청 넓어 이것저것 볼게 많다거나 한 곳은 아니지만 성당 특유의 고요함과 차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순례자 코스 중에 한 곳이기도 하니 돈가스 먹고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옛날 돈가스에서 차 타고 1분 거리,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다)







대박

부모님 생신이어서 가족끼리 코스 요리를 먹었는데 모든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었던 곳이다. 특히 이곳은 짜장면에 진심인 곳이다. 직접 돼지기름으로 짜장을 볶아서 만드는 곳인데, 이 돼지기름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가 대부분의 중국집에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진짜 기름인데 느끼하지 않고 짜장 소스가 일품인 곳이다. 코스요리까지 먹진 못하더라도 꼭 짜장면은 먹어보길 바란다.






예산 식당

본가 집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식당이다. 주변에 맛집 없냐고 하면 무조건 추천하는 집 중에 한 곳이다. 여긴 메뉴가 단일 메뉴다. 오직 갈매기살만 파는 곳인데 지금까지 먹었던 갈매기살은 잊길 바란다. 얇고 기름기가 없지만 퍽퍽하지 않고 정말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다. 다만 늦게 가면 재료 소진으로 거절당할 수 있는 곳이니 퇴근 시간에 후다닦 가는 걸 추천한다. 물론 낮에도 장사를 하지만 늘 반전이 있는 곳이라서 가기 전에 연락 한 번 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삼우갈비

예산에 유명한 소갈비 집이 두 군데 있다. 여기 삼우갈비와, 소복갈비! 소복갈비는 대통령도 와서 먹고 갔다고 해서 더더 유명해진 곳이고 더불어 여기도 지역민들에게는 뒤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소갈비 특유의 달달함과 부드러움이 맛있는 곳이다. 종종 부모님과 먹으러 가는데 반전 넘치게 우리 어머니의 최애는 갈비탕이다. 갈비탕도 다른 곳과 다르게 고기가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온다. 기본적으로 고기를 시키면 갈비탕 국물이 함께 나오는데 간혹 갈비탕이랑 동시에 시키면 국물을 주지 않기도 한다. 저번에 갔을 때 그랬던 적이 있어 짜증이 났던 적이 있다. 똑같은 돈 내고시키는데 갈비탕 시켰다고 국물을 맘대로 빼는 건 무슨 경우? 판단하기 전에 물어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좀 그랬지만 다음에 갈 때 갈비탕을 나중에 시키던가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나왔다. 맛은 비슷하고 고기 품질도 비슷하다. 근데 가격은 소복갈비가 조금 더 비싼 편이다. 아무래도 좀 더 유명하기 때문인가란, 생각이 든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왔다면 별미를 먹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리산

20년 단골집이 한 군데 더 있다. 이번엔 중국집 편인데 이 곳도 마찬가지로 배달하지 않던 시절부터 가서 먹었던 곳이다. 20년 동안 한결 같이 탕수육이 맛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많은 탕수육을 먹어왔지만 이 곳만큼 취저의 탕수육 소스는 만나지 못했다. 짬뽕도 맑은 국물에 아주 칼칼한 맛이 좋은 곳이다. 간혹 좀 맵게 해달라고 하면 국물도 같이 지옥 물처럼 만들어 나오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안 매운맛이나, 매운맛이나 겉으로 보기에 차이가 전혀 없어서 너무 좋다. 특히 탕수육 같은 경우는 바삭한 건 두 말할 필요 없고 소스가 정말 맛있다. 달달하고 신맛이 강하지 않아 질리지 않는 맛이다. 







삽교곱창, 한나네숯불곱창

예산에 삽교라는 동네가 있는데 여기는 곱창이 정말 유명한 곳이다. 얼마나 유명하냐면 이 작은 동네에서 곱창 축제를 한다. 식당도 많고 맛집도 많은데 이 지역 곱창의 특징은 돼지곱창으로 아무 양념하지 않고 구워 먹는 것이다. 서울에서 자취할 때 가장 먹고 싶었던 게 이 곱창이다. 서울에서는 곱창을 죄다 야채곱창으로 양념 철판볶음으로 파는 게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것도 맛있긴 하지만 이렇게 담백하게 구워 먹고 마무리로 얼큰한 찌개를 먹는 게 정석이었던 나로서는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삽교에는 곱창집이 정말 많은데 가장 유명한 곳은 할머니 곱창. 오래되고 많이 알려진 곳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안 가는 집이다. 맛없거나 한 것은 아니고 사실 곱창 맛은 거의 평준화돼서 거기서 거기다. 나의 기준은 찌게! 이 찌개가 맛있는 곳이 진정한 맛집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할머니 곱창은 안 간다. 찌게 맛이 약간 널뛰기여서 어쩔 땐 괜찮고 어쩔 땐 엥? 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는 곳은 삽교 곱창과 한나네 숯불 곱창이다. 곱창구이를 맛있게 먹고 싶을 때는 삽교 곱창, 찌게 맛집을 가고 싶을 때는 한나네 숯불 곱창을 간다. 곱창은 삽교 곱창이 좀 더 부드러운 편이긴 하나 찌게 맛은 넘버원 한나네 숯불 곱창이다. 보고 각자 취향에 맞는 식당을 찾으면 되나 둘 다 일찍 닫으니 늦게는 안 가길 바란다. 그리고 둘 다 쉬는 날이 있기 때문에 꼭 쉬는 날을 확인해 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1. 커피브리즈 2. 삼우갈비 3. 소복갈비 4. 옛날돈까스 5. 예산성당 6. 대박 7. 아리산 8. 예산식당 9.삽교곱창 10. 삽다리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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