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언젠가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현실이 힘들 때면 주문처럼 이 말을 외쳤다. 그땐 정확한 의미도 몰랐다. 알고 보니 이 말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 나와 유명해진 문장이었다.
영화뿐 아니라 소설도 있었다. 각본가 '톰 슐만'의 원작을 'N.H. 클라인 바움'이 소설로 각색했다. 보통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 반대였다. 책의 두께가 생각보다 두꺼웠다. 그래서 그런지 원작보다도 풍성한 문장들을 지니고 있을 거라 기대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전통이 깊은 한 명문 고등학교에 새로운 국어 선생이 온다. 그의 이름은 '존 키팅', 그는 학교의 엄격한 교칙과 교육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 교육의 핵심은 바로 '독특함'이다. 모든 학생이 오직 아이비리그 대학진학을 위해 살아야 하는 곳에서, 그의 신선한 교육은 아이들의 억압된 정신과 육체에 자유와 생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기존의 체제와 전통에 익숙한 학교 측은 키팅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교탁 위로 뛰어올라왔을 때는 뭔가 중요한 까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조금 전에 말한 대로 나는 여러분이 다른 각도에서 끊임없이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면 세상은 달라 보이거든.”
<p134>
존 키팅 교육의 중심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 모임이 있다. 매일 저녁, 학교를 빠져나와 한 동굴에서 모인다. 그리곤 서로 가져온 시집을 읽고 나누고 소리치고, 자신이 느끼고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한다. 숨 막히는 학교 속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는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가 된다.
좋아. 이제 결론을 내리자! 시를 읽는다는 건, 다른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이 인류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인류야말로 열정의 집합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의학, 법률, 금융, 이런 것들은 모두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시, 낭만, 사랑, 아름다움이 세상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삶의 양식...... 말이다. 자. 윌드 휘트먼의 시 한 편을 읽어주겠다. 잘 음미해 보도록!.”
<p93>
정해진 미래만 바라보며, 스스로 행복하지도 않은 길을 걷는 건 얼마나 힘들까. 나는 오히려 1989년에 나온 이 영화가 오늘날 한국의 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학생들은 닭장 같은 교실에 갇혀 수천수만 개의 문제들과 씨름을 한다. 하지만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그들은 고갤 돌리거나 푹 숙이고 만다.
나는 적어도 우리의 교육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전공을 떠나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자신의 삶에 거짓을 고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는가. 물론 나의 생각에 부족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슴이 꿈틀거리는 걸 어떡하겠는가.
"이 사람 가운데 한평생 소년 시절의 꿈을 마음껏 펼쳐 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 지난 세월을 아쉬워하며 세상을 떠나 무덤 속으로 사라져 갔을 것이다. 능력이, 시간이 없어서 그랬을까? 천만에! 그들은 성공이라는 전지전능한 신을 뒤쫓는 데 급급해서, 소년 시절 품었던 꿈을 헛되이 써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 지금 땅속에서 수선화의 비료 신세로 떨어지고 만 것이지. 하지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이들이 여러분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자 들어 봐! 어서 들어 봐!"
그는 다시 학생들을 재촉했다.
“사진에 귀를 대봐! 어서! 들리지? 뭐가 들리지?” 학생들은 조용했고, 몇몇 학생들은 주저하면서도 사진에다 귀를 갖다 대어 보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은 일순간 알지 못할 전율감을 느꼈다.
“카아르페에 디이엠......” 키팅이 쉰 목소리를 내며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그치듯 말했다.
“오늘을 즐겨라! 자신의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 마라!"
<p61>
존 키팅 선생은 결국 경고를 받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말들은 제자들의 가슴속에 남아 영원히 살아 숨 쉰다.
“시를 쓸 때도 그렇겠지만 다른 노력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곧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는 것이다. 그건 사랑, 아름다움, 진리, 정의 같은 거야.”
<p158>
그의 문장들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일은 또 어떤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내일 다가올 나의 시는 또 무엇이 될까?
나는 숲으로 갔다.
왜냐하면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였다.
나는 인생의 정수를 마음속 깊이
그리고 끝까지 맛보며 살고 싶다.
삶이 아닌 모든 것들을 털어버리기 위해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삶이 끝났다고 포기하지 말자
<책 '죽은 시인의 사회' 중, 존 키팅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