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시와 사진 에세이
시, 사진이 주는 영감의 시간이다.
나를 아름다움에 떨게 하고
다시 살게 하는 이미지에
동시대의 감성이 폭발한다.
당신들과
이 사랑의 시간을 나누고 싶다.
<애인이 있는 시간 中, 신현림>
3년 전부터 작은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명은 '시인의 거리',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드는 전시다. 글을 잘 써서, 공간이 있어서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좋아서, 정말 그냥 좋아서 한다.
전시는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의 생각을 밖으로 꺼내 타자에게 전달한다. 처음 전시를 시작할 때, 시는 글인데 어떻게하면 잘 보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융합이었다. 그림과 함께 표현하면 어떨까?
글씨를 더 예쁘게 써보면 어떨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캘리그래피, 회화, 조형, 사진 등...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는 '회화는 말 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회화다'라고 했다. 시는 펜으로 말하고, 회화는 붓으로 말한다. 모든 예술은 각자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신현림 작가는 시를 쓰며 사진도 찍는다. 몇몇 예술가들은 한 가지 분야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을 보인다. 신현림 작가가 감동한 전시, '7인의 작가전'을 잠시 살펴보자.
혼자 견딘다는 것
<p12>
우리 자신을 결정하는 게 무엇인가요. 좌절할 때마다 나 자신이 되어갑니다. 제 관심은 정체성과 언어에 대한 거예요. 외모, 출신지, 성, 인종, 계급 등에 따른 일반적은 가정에 도전하는 거죠. 마음을 비우고 마치 물처럼 모양도 없이 사는 거예요. 물을 컵에 따르면 컵 모양이 되고, 주전자에 넣으면 주전자가 되죠.
<영국 예술가, 에텐파텔>
헤텐파텔의 말에서 "좌절할 때마다 나 자신이 되어갑니다."란 말이 몹시 공감 되었다. 무너질 때마다 나 자신이 되어간다는 말. 비로소 나다운 내가 된다는 말. 아주 마음에 들었다.
<p14>
좌절할 때마다 나 자신이 되어간다, 참 맞는 말이다. 잘못하고 좌절하고 넘어지지 않으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없다.
오늘 아침에 동료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내가 그녀의 비닐 안에 담긴 물건들을 꺼내놓고 마음대로 비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급한 마음에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너무 부끄럽고 좌절스러웠다. 나의 허물을 들여다본다. 나의 부족함을 느꼈다... 오롯이 느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오늘 좌절했다. 오늘 실패했다. 그래, 오늘 진정한 나와 한 번 더 만났다는 뜻이다.
청춘은 주저 없이 가는 거야
<p16>
모든 사람이 동등했다'라는 말이 왜 이리 마음에 젖어들까. 참으로 차별 많고 상처 많은 세상을 살고 있어서일까. 세상에 대한 고뇌와 참된 작가의 양심이 느껴져서 그가 믿음직스러웠다. 사실 내가 열심히 작업하는 큰 이유는 공평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나 나름대로의 저항이고, 끝없는 싸움이기에 그의 말에 깊이 공감되었다.
<p19>
'예술의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주제의 포럼에 참석했다.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저항과 표현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극단적인 생각은 분노로 인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잘 표현된 예술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내가 사는 세상을 예술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예술 경영이란 분야도 생겼다. '예술'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답은 없다. 하지만 각자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삶을 펼친다.
고통받는 사람들, 고통 줄이기
<p34>
누구나 죄인 맞다.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켜 무수한 애들이 죽는 모습을 봐도 그렇다. '세상의 많은 고통은 저마다 자신이 옳다'라는 착각에서 온다.
누구나 안 착하고 옳지 않을 때도 많다. 물론 부실한 인간인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늘 자성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하느님께 기도한다. 나부터 낮은 곳에 머물고 나를 들여다보게 해달라고.
<p40>
세상엔 깨부수어야 할 것이 많다. 편견, 차별, 폭력, 고정관념, 등...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먼저 부수어야 할 건 '나 자신'이다. 편견, 차별, 폭력, 고정관념은 모두 우리 안에 있다. 나무가 차별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나무는 누구에게나 그늘이 되고, 공기를 제공한다. 구태여 값을 바라지 않는다. 오직 '나'만이 가장 추악한 죄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전체를 본다는 것
<p112>
얼마 전에 하얀 눈이 내렸다. 그렇게나 기다렸던 눈이었다. 하지만 눈발을 즐기고 바라볼 틈 없이 바빴다. 하루 이틀이 지나서야 눈 내렸던 풍경을 떠올릴 뿐이었다. 그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생각했었다. 도시 곳곳에 골고루 쏟아지는 눈에 왜 감동을 할까. 묻고 답을 구하면서 통의동 거리를 보니 풍경은 흰 눈에 물들었고, 느린 걸음으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하얀 눈발을 바라보거나 맞는 일이 감동스러운 건 사랑받는 느낌 때문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도시 전체에 흩날리는 눈발이 사랑이라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래전에 읽은 신앙서적에서 어느 말씀이 떠올랐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전체를 본다는 것."
<p113>
자연이 주는 위로가 감동적인 이유는,
아무 대가 없이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자연은 늘 전체를 본다. 전체를 생각하기에 이기적일 수가 없다.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전체를, 지구를.
가수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의 가사가 생각난다. 이렇게 노래할 수 있는 시절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이 자연만큼 아름답고 선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어느 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외에도 신현림 작가가 발견한 수많은 작품의 세계가 담겨 있다. 겨울이 가기 전, 꼭 한 번 당신도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