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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Apr 15. 2019

시인의 거리 6 : 어느 순수의 담벼락

찌라살롱

어느 순수했던 시절, 그 시절은 언제나 흘러갔고, 나는 지금 그 시절을 기억하며 여기에 서 있다. 우리는 왜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걸까. 

어쩌면 인간은 과거의 추억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시인의 거리 여섯 번째 전시, 벌써 여섯 번째다. 어떻게 흘러왔는지도 모른 채 기록한 날들이 정처 없이 흩날리고 있다. 





‘시’는 언어 예술 중에서도 궁극의 자유를 지향하는 분야다. 시 안에는 목적 없는 순수와 사랑이 있다. 시는 일상, 이상과 닿아있다. ‘시인의 거리‘를 기획하게 된 건 글을 업으로 하지 않아도, 누구나 시를 쓰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였다. 우리는 누구나 내 삶의 예술가고 디자이너다.

‘순수’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삶에서 가장 순수한 시절은 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와 노인이 떠올랐다. 인생의 시작과 끝, 그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다. 한 줄기 새싹과 느티나무, 한 장의 백지와 한 권의 자서전, 그 차이는 크지 않다. 결국 태초의 삶이란 순수와 열정으로 가득한 세계이다.

서울에는 오래된 주택단지와 신식 아파트가 공존한다.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들과 새로 유입된 주민들의 공생이 이뤄진다. 그중 동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아이’와 ‘노인’이 아닐까.

학교를 마치고 골목을 뛰어다니며 놀이를 하는 아이들, 집 앞 경로당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노인들, 지역은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명의 터전이다.

나는 그들이 삭막한 세상에서 소통과 대화를 가장 잘 이끌어 올 수 있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시작과 끝을, 과거와 현재를, 오래됨과 새로움을 연결해보고 싶었다.

<시인의 거리 6번째, '어느 순수의 담벼락' 기획의도>



이번 전시가 열린 '찌라살롱'의 입구, 개인적으로 알던 북튜버 '책읽찌라'님 이 운영하는 카페다. 이전에 전시를 했던 공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어 고민하던 중, 우연히 '책읽찌라'님이 카페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부탁드렸다. 다행히 승낙하셨고 우린 전시를 할 수 있었다. 




지난 전시인 '언어의 숲'에 이어 '어느 순수의 담벼락'에도 함께 해주신 그림작가 '히힛'님의 벽 글씨, 히힛 작가님은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순수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그림, 벽화, 조형 들 어느 하나 못하는 분야가 없다. 내 예상에 이분은 곧 유명해져 뵐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전시의 포스터도 히힛 작가님께서 만들어주셨다. 





이번 전시엔 특별히 사진작가님이 함께 해 주셨다. 임상묵 작가님은 여행과 사진, 글을 좋아하는 분이다. 전시가 끝난 지 채 1달이 지나지 않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를 여행 중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연결하며 끝없이 인생을 항해한다. 볼때마다 참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상묵 작가님은 포스터의 배경이 되는 사진과 포스터 메이킹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 속 두 남녀는 실제 할아버지와 손녀다. 색다르면서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사진들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곧바로 3개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어릴 적 솔직하고 순수했던 동심의 세계, 공부가 너무 싫었던 그때, 물론 지금도 다를 건 없지만... 그땐 정말 노는 게 좋았고, 노는 게 삶의 전부였다.

"제일 싫은 공부! 커서 공부 없애는 청소기를 만들 거야!"라는 문장에서 빵 터졌다. (ㅎ.ㅎ)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동심의 세계란 정말 무궁무진하다.  





전시를 할 때마다 늘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수익성이다. 좋은 마음, 좋은 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수익이 필요하다. 인정한다. 쉽게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도전을 포기할 순 없다. 나는 돈이 없어, 환경이 좋지 않아 예술을 할 수 없다는 말이 싫다. 아니, 슬프다. 그래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함께 작업하는 모든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최소한의 수익이라도 얻어 갔으면 한다. 




화장실 입구에 붙어있는 두 할머니의 시, 인생을 오래 맛본 후라 그런 지 두 분의 글에는 포장이 없다. 






어릴 적 '밀에서 빵까지'라는 책을 읽고 썼던 시, 11살 때 어떻게 저런 시를 썼을까 떠올려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삶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바라보는 건 마찬가지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시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늘 질문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사랑은 뭘까? 우리는 왜 사랑을 하는 걸까? 그 답은 저 하늘 너머 어딘가에 그분만이 알고 계신 걸까?







당신이 생각하는 '순수'는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순수함에 자신의 순수를 남겨주셨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수는,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아직 내겐 오지 않은 그때'라는 말이었다. 

우리의 순수는 지금쯤 어디에 있는 걸까... 






삶의 고난과 풍파 없이는 느낄 수 없는 마음들이다. 삶은 무엇인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정처 없이 답할 것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요. 인생무상이지요."  



아이들의 '동심'은 흰 도화지 같다.  

아무런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다.  

아픔마저 잘 모르기에  

"아파? 왜 아프지? 왜 아플까? 아픈 건 뭘까?" 하고  

그냥 느끼고, 같이 주저앉아 울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처음부터 고스란히 아픔을 배워나간다.  


노인들의 '동심'은 검은 도화지에 그린 몇 개의 별 같다.  

모진 세상 풍파를 다 경험했기에  

세상이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보다 더 소중한 '별과 같은 것'이 있다고  

기억하고 얘기해준다.   

"아프지? 맞아 나도 아팠어?" 그래도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다시 한 번 천천히 아픔을 쓰다듬는다.


-글로 나아가는 이, '동심'에 대하여-





"당신의 삶은 어떤 마음인가?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당신도 찾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이번 전시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시인의 거리 6, 어느 순수의 담벼락 

-일시 : 2018.10.15~2018.11.18
-장소 : 합정 찌라살롱
-참여작가 

☆글 
곽중희 한경훈 최인영 김태광 강하나 오태근 소현빈 김대석 김동월 박월규 엄숙자 임신택 

☆캘리그래피
김다이 염현지 강대석 임수빈 방연호 강혜승 김군순 조수진 김민주 홍재혁
서유진 한주영 김상희 

☆그림
김상희 강혜승 장희영 배효진

☆사진
임상묵

-후원 : 찌라살롱, 만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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