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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Oct 10. 2022

사람을 믿어선 안 되는 이유

믿지 말고 사랑하라



"에휴... 역시 이래서 사람은 믿지 말아야 한다니까." 



얼마 전 아는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가 이런 말을 했다. 한 번쯤 주위에서 들어 본 말일 것이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밑에서 일하던 후임이 갑자기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린 것.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급한 상황이라 더욱 괘씸했다는 하소연이었다.


물론 얘기를 들었을 때 후임이 잠수를 탄 이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처사가 아쉽게 느껴졌다. 용기를 내서 대화를 시도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사람은 믿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맞아. 사람을 믿으면 언젠가 상처를 받게 되지."


일리 있는 말이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다짐했다가도 또 누군가를 믿게 되고 다시 상처를 받는다.


이후 또 그렇게 반복, 그러다 결국엔 사람을 믿지 않거나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는 경우도 있다.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리고 생각 끝에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물론 순전히 나의 견해다.






▲사람 자체를 믿지 마라. 그냥 사람이라는 것을 믿어라


사람 자체를 믿지 말고, 사람이라는 것을 믿으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쉽게 말하면, 전자는 상대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믿는 것(기대하는)이고, 후자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상대방이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믿는 것이다. 전자가 인간의 불완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믿음이라면, 후자는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믿음이다.  


모든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전자는 믿음은 무섭기까지 하다. 마치 잘 알지 못하는 신을 숭배하는 맹목적인 신앙처럼 말이다. 


상대가 어떤 존재인 줄 알고 내가 바라는 대로, 내 뜻대로, 내 기대대로 해줄 것이라 믿는다는 말인가. 상처를 받았다는 건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를 그만큼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상대는 내 믿음에 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살아가다 보니 어쩌다 당신을 만났고 조금씩 알아가면서 당신에 대한 믿음을 조심스럽게 가져본 것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상황이나 환경, 또는 단순 변심으로 언제든 약해지고 사라질 수 있다. 이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도 나와 같은 나약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당신만큼이나 약하고, 때론 가슴이 미어지고 상처받으며 아플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말이다.


그럼 상대가 내 기대에 응하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도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 다시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당신이 가진 신념과 보이지 않는 가치를 믿으니까


우리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하곤 한다.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 자체를 인정하고 품어 주는 것."


맞다. 나 자체라는 말은 그 생명, 존재를 좋아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걸 말한다. 그 사랑은 내가 꼭 무언가를 해내고 잘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게 돼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의 마음과 그가 가진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차분히 사랑해주는 일이다.



어쩌다 사람은 몸과 마음에 병을 얻어 본의 아니게 그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넘어져 한 참을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가치를 소중히 하고 가지려 했던 노력들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언젠가 다시 찾기를 소원할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가장 힘든 순간에도 우리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믿어야 할 존재라기 보단 사랑해야 할 존재에 가깝다. 그리고 그렇게 실아야 우리가  짐들을 조금이나마 덜고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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