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리고 이태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월호 참사 추모시(詩)>
그래서 돌아오지 못하나 보다
-글로 나아가는 이
아이들은 꽃인데
꽃은 땅에 심기면
다시 피어나기 마련인데
땅이 아니라
바다에 묻혀서
그래서 꽃은 다시 피어나지 못하나 보다
그런데 해는 떠올랐다
해가 바다에서 떠오르는 걸 보니
이제 와서 보니
아이들은 꽃이 아니라
해였나 보다
<2014년 4월의 어느 봄날>
<이태원 참사 추모詩>
검은 가을
-글로 나아가는 이
축제가 끝났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잎새들에 물었다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왜 떠나갔느냐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조차 너무 무거워
흔한 한숨도 담을 수 없었을테니
차가운 폴리스라인
바람 하나 지날 수 없었던
좁디좁은 골목길에서
황량한 숨을 내쉰다
이렇게 뱉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럴 수 없었을까
차라리 황량했더라면
나았을까
이태원, 그 좁은 골목길
낙엽 하나도
지나길 허락할 수 없는
가을, 그 검은 가을
<2022년 11월의 어느 가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