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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n 25. 2023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이방인, 알베르 카뮈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는 아무 뜻이 없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방인 中, 알베르 카뮈






첫 문장부터 강렬하고 파격적이었던 이방인. 이 소설이 왜 불멸의 명작이 됐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왠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뫼르소는 제 삶에도 타인에게도 부조리한 세상에도, 그 누구에게도 모두 이방인 같은 태도를 취한다. 날카로운 듯 건조한 카뮈의 문체가 그를 말해준다. 어쩌면 뫼르소가 곧 카뮈였을지도 모른다. 뫼르소는 자신을 둘러싼 일상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그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뿐이다. 뫼르소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히 흘러간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삶의 큰 자극과 사건들을 뫼르소 같은 시선으로 전부 건조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순 없을까.


모든 게 잘돼야 하고, 의욕이 있어야 하고, 앞으로만 나아가야 한다고? 물론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지만 잘 모르겠다. 조금 지쳐서 그런지도 모른다.


열심히 꾸준히만 해왔던 내 삶에서 조금은 탈피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매번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때론 한 발짝 물러나 이방인으로서 삶을 바라보고 싶은 그런 기분이다.


뫼르소에게 깊이 이입한 부분이 있다. 뫼르소는 해변가에서 아랍인에게 총을 쏜 후, 이방인이 되어 수많은 타인들에 둘러싸여 실체 없는 심판을 받는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무료함, 분노, 설움 등 과거의 상처로 인해 덧난 무언가에 이끌려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타인의 상처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저 그 일을 어떤 잣대로 바라보고 심판할지에만 혈안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그래서 인간은 본질을 잃기 쉬워, 늘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분량은 짧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소설. 이방인이었다.


-글로 나아가는 이





네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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