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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Sep 18. 2023

삶이 밑바닥에 있다면, 달려라

오롯이 나 자신을 느끼며 살고 싶다면

"마라톤은 나에게 부작용 없는 약과 같아요. 언제나 울적할 때 달리면 웃으며 집에 올 수 있었으니까요. 늙었다고 주저하지 말고 당신이 원하는 것에 도전해야 해요." (페냐 크라운(Pena Crown): 미국의 최고령 여성 마라토너)


사진=픽사베이


'부작용 없는 약'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그렇다. 러닝은 약이다. 8년간 내가 러닝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 


누군가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떤다. 이것들은 개인의 기호이지만, 안타깝게도 요즘엔 마약에 빠지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단연코 가장 좋은 약은 러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삶이 서서히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때 난 달렸다. 바빠서 여유가 없을 때도, 돈이 없어 가난에 허덕일 때도, 인간관계로 불안에 휩싸였을 때도, 피로가 극에 달해 쓰러지고 싶을 때도, 그 어떤 순간에도 달렸다. 물론 달린다고 현실이 당장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달릴수록 더 달리고 싶은 욕구는 강해졌고 그 욕구는 점차 화마가 되어 내 삶의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러닝 후 찍은 인증컷들, 가장 왼쪽은 비대면 마라톤 대회 '남산타워런' 10km 완주 기념 사진


지난밤, 같이 러닝을 하는 크루원들에게 물었다.


"왜 뛰세요?"


"살 빼려고요, 이렇게라도 해야 운동을 하니까,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서요" 등 여러 답변이 돌아왔다. 답은 다양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러닝이 주는 어떠한 긍정적 효과를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로 모은다면 "러닝이 삶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


러닝이 우리의 몸과 정신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많다. 하지만 과학으로 매번 자신의 몸을 측정할 수는 없을뿐더러, 그건 달리기를 직업으로 가진 운동선수들에게나 적합한 방법이다. 생활체육인에게는 직접 달리며 느끼는 몸의 변화와 긍정적인 감정이 더 중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오랜 시간 혼자서 혹은 함께 러닝을 하며 가장 크게 얻는 것은 '지속하는 힘'이다. 러닝을 시작하면 일단 몸이 살아있다는 걸 어떤 이유로든 느끼게 된다. 몸이 무겁다는 느낌, 어딘가 불편한 느낌, 숨이 차오르고 땀이 나며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현상. 이 모든 고통이 자신이 살아있고 그래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는 걸 일깨우게 되고, 러닝을 하는 순간만큼은 살아있는 몸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일상에서는 너무도 크게 신경 쓰이던 일들도 스쳐가는 하나의 배경에 불과해진다. 그들은 더 이상 내게 불안을 가져다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으며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직 지금 이 땅을 딛고 뛰고 있는 내가 있을 뿐이다. 


사진=픽사베이


그렇게 러닝은 내가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힘이 키워지면 일상에서도 내가 하고픈 일들을 다른 누군가의 말이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페이스대로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나는 나의 페이스대로 이 삶을 완주하고 말 테니까.


러닝은 그냥 뛰는 행위가 아니다. 내가 내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달리게 할 수 있고, 때론 페이스를 조절해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 자신'을 느끼고 살아가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삶이 밑바닥에 있다면, 달려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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