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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an 22. 2024

휴식은 훈련의 일종이다

당신은 강박적 인간인가요?

작년 12월 2일 열린 '위아러너스 : 시즌마감 마라톤 2023'에서 하프 코스를 완주한 후 왼쪽 정강이 통증으로 한 달간 러닝을 쉬었다. 불안했다. 당분간 못 달리겠다고 생각한 순간 마음에 든 감정은 '불안'이었다. 삶에서 안 되는 중에 하나가 사라진 기분.



운동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게 되면 엄청난 좌절감과 우울감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그 심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운동이 직업인 분들만큼은 아니겠지만 러닝은 내 삶에서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한 달간 쉬고 나니 지금은 통증이 사라졌다. 처음엔 병원에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 정도로 큰 통증은 아닌 것 같아 휴식을 택했다. 하지만 평안도 잠시. 강이 통증이 나은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웨이트트레이닝 중 어깨를 다쳤다. 바벨 숄더 프레스(바벨을 양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운동)를 하는 중에 무게 욕심에 중량을 올리다가 목-승모근-어깨 부위에 담(근육통)이 온 것이다. 그 순간도 불안이 엄습했다. 며칠 운동을 제대로 못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왜 계속 다칠까?"

"다칠 때마다 왜 불안해질까?" 



다치거나 통증이 있다는 건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무리했거나 몸에 이상이 있다는 말이고, 그래서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텐데, 나는 왜 그 자연스러운 현상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한참 생각해 보니 내 안에 쉬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 강박이 때론 나의 몸과 마음에 엄청난 대미지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것도. 운동이 아니라도 계속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같은 기분. 이것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강력한 강박의 씨앗이다. 그런 나를 보며 '에너지가 많다'라고 느끼기도 하지만 때론 "왜 계속 뭔가를 해야 해. 그냥 잠깐 쉬면 안 돼?"라고 묻기도 한다.


물론 각자에게 휴식의 의미와 방법은 다르겠지만 휴식조차 강박의 틀 안에서 해온 듯한 내 모습을 발견한 후부터는 조금 내려놓고 휴식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휴식도 훈련의 일종이다."


요즘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는 수많은 강박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정말 많다. 강박이 삶의 긴장감을 유지해 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고리를 한 번씩 끊어내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야 하던 일의 형식을 떠나 본질을 생각해 볼 수 있고, 또 그 안에서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운동이든 뭐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그리고 행복을 위해 하고 있다면, 내가 정말 오랫동안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다.    



 

[브런치 매거진] 운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https://brunch.co.kr/magazine/glo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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