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06

by 진혁

"벼리호 테러 첩보가 있었어. 인류사 박물관 테러 사건에 연루된 AO 조직이 배후였지. 신뢰도가 80%가 넘는 정보였기에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런데, 벼리호 조난신호가 들어온 거야. 돌발상황이 발생했던 거지. 지구 궤도를 순찰하고 있던 우리 경비함에 긴급출동 명령이 떨어졌어."


바 다로는 태주 말에 놀란 표정이었다.


"벼리호에 도착했는데, 특별한 징후는 없어 보였어. 연락 채널도 이상 없었고, 도킹하는 것도 순조롭게 진행됐지. 벼리호 승조원들은 왜 조난 신호가 작동됐는지 모르더라고. 벼리호 수색 작전을 시작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RDE엔진 제어실에서 다량의 폭발물 C-4가 발견 됐어. 미리 발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지.

승조원들은 건강했지만, 심리적으로 힘들어했어. 처음엔 팬도럼 현상 때문일 거라 추측했었지만, 약물 중독이라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어. 승조원들은 약물을 섭취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래서, 선내 영상기록장치 전수검사를 하게 됐지. 공유공간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이상 증상을 보이는 영상이 있었어. 술에 만취한 사람들 같았지. 바닥에 쓰러진 사람도 있고, 환각에 빠졌는지 비틀거리며 소리치는 사람도 있고."

"나는?"

"너는 화장실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더니, 조난신호를 작동시키고 갑자기 구명 셔틀을 타고 탈출하더라고."


다로의 놀란 두 눈이 커졌다.


"내가? 전혀 기억이 없어!"

"다른 사람들도 너랑 증상이 같아. 자신의 행동을 기억 못 하고 있어. 하지만, 선내에 멀쩡한 사람이 있었어.

누굴 찾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살피고 다녔는데, 승조원 프로필을 보니까 지질자원담당 하비였어. 위조된 신분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하비!"

"왜? 뭔가 아는 게 있어?"

"지금 희미하게 기억나는 게 있어.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가는데, 그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걸 본 것 같아. 화장실 바닥에는 컬러 랜즈가 떨어져 있었고, 두고 간 스마트워치가 있었어. 진동이 울려서 쳐다봤는데, 메시지에 내 이름이 보이는 거야.

내용은 기억나질 않아,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기억해 봐. 더 생각나는 건 없어?"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어. 눈을 떠보니까 구명 셔틀이었어."

"네가 벼리호에 있었다면, 승조원 모두가 몰살당할 수도 있었겠네. 네가 비틀거리면서 구명 셔틀을 타고 빠져나가자 범인도 바로 구명 셔틀에 타더라고. 네가 주 타깃이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

그래서, 우리가 구명 셔틀 궤적을 추적해 긴급하게 침투 셔틀을 플루토에 보내게 됐지.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런데, 너 엄청 맞고 있더라. 예전의 다로가 아니야"


태주는 몸을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웃음이 나오냐? 형님이 아파서 누워있는데!"

"미안 미안"

"약물 중독은 뭐야?"

"GHB 중독이었어. 음식물 튜브 표면에서 검출됐지. 무색무취이고, 피부 접촉 만으로 중독이 가능한 촉매가 사용됐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야. 추가 검사가 필요해서 오염된 음식물 튜브는 모두 수거한 상태야."

"벼리호 승조원들은 괜찮은 거지?"

"승조원들은 전혀 문제없고 휴식이 좀 필요할 것 같아. 벼리호는 먼저 지구로 출발했어. 우리 경비함도 귀환 중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쉬어.

그리고, 지구에 있는 진짜 하비 박사는 현재 실종 상태야. 특경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으니까 기다려 보면 뭔가 나오겠지."



다음 page 7

keyword
이전 05화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