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로 보이는 아이들이 가게 앞에서 붕어빵 기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홍색 지갑.
여자아이가 꾸깃꾸깃한 돈을 꺼내 주인에게 내밀었다.
"한 봉지 주세요."
"한 봉지에 3개인데, 둘이 나눠 먹을 수 있어?"
"하나는 엄마 줄 거예요."
"와, 효녀구나. 몇 학년이야?"
"3학년이요. 제는 1학년이에요."
"동생이 예쁘게 생겼네."
"제는 남자애라서 예쁘단 말 싫어해요"
"아, 그래."
주인이 봉지에 붕어빵을 담아 누나에게 건넸다.
"아줌마가 1개 더 넣었으니까 동생하고 사이좋게 나눠먹어."
"네, 감사합니다."
"누나, 나 하나 줘"
"아직 안돼. 뜨거워"
"호호 불어 먹으면 된다고 엄마가 그랬어!"
"알았어. 좀 이따 줄게."
놀이터에 도착한 누나가 봉지에서 붕어빵 하나를 꺼내 동생에게 건넸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붕어빵을 받아 든 동생이, 입김을 불어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맛있어?"
"응, 맛있어."
놀이터 한쪽 공터에선 왁자지껄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들 틈에서 튕겨져 나온 공이, 꼬리를 치며 남매가 있는 곳까지 굴러왔다. 아이들이 공을 달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붕어빵을 먹다 만 동생이 누나의 눈치를 보더니, 미끄러지듯 벤치에서 내려왔다.
설레는 눈빛.
고양이처럼 몸을 움츠렸던 동생이, 공을 향해 당차게 발길질을 했다. 아뿔싸, 길을 잃은 발이 허공을 갈랐고, 동생은 매트리스에 나온 네오처럼, 몸이 뒤로 기울어지며 땅바닥에 자빠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웃었고, 동생은 바닥에 떨어진 붕어빵을 바라보며, 뚜껑 딴 콜라 같은 울음을 터트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러운 것은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이 상한 누나는 원수를 만난 어느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복수에 이끌거리는 눈빛으로, 축구공을 향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새처럼 높게 비상한 공이 아이들 머리를 넘어 멀리 반대편으로 떨어졌고, 아이들은 놀란 눈빛을 보였지만, 차츰 흑화 돼 가고 있었다. 누나는 울고 있는 동생의 손을 잡고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아미야!, 지호야!"
"엄마다. 어디 갔다 와?"
"마트에"
"오늘 맛있는 거 먹어?"
"아니, 김치 담가야 해."
"엄마, 누나가 공을 뻥 찼는데, 공이 하늘만큼 날아갔어!"
"정말?"
"응, 축구선수 같았어."
집 앞에 승합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아미는 겁먹은 듯 걸음을 멈췄다.
"아빠 왔으니까 너희들 집에서 뛰지 말고 조용히 있어. 알았지?"
현관문 앞에서 엄마는 남매에게 당부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거실벽에 기대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미와 지호는 엄마 뒤로 몸을 숨기며 따라 들어갔다.
"아버지 왔는데, 인사도 없어? 누가 그렇게 가르쳤어!"
아버지의 호통소리에 남매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종종걸음으로 도망치 듯 방 안에 들어가 숨었다. 밖에서는 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들렸고, 엄마와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물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버지가 또 엄마를 때릴까 봐 남매는 두려워서 울고 있었다.
0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