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파란펭귄 세미프로 여자축구단 창단 오디션 현장의 열기가 뜨거웠다. 지원자들은 대부분 20, 30대 젊은 여자들이었는데, 스포츠 관련 전공자 이거나, 축구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개중에는 축구가 좋아서 지원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 자리가 비네. 거기 몇 번 자리죠?"
"72번이요."
"72번... 김 아미씨! 72번 김 아미씨!, 김 아미씨 없어요?"
"여기요. 여기 있습니다."
다급한 목소리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헐레벌떡 뛰어 왔다. 진행자는 가뿐 숨을 쉬고 있는 아미에게 뛸 수 있겠냐고 물었고, 아미는 숨을 고르며 태연한 듯,
"네"
라고 짧게 대답했다.
"14조 50m 스프린트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휘슬이 울렸다. 5개 트랙 라인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던 지원자들이 일제히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막히는 차에서 내려, 오디션 현장까지 가슴 졸이며 달려왔을 아미는, 이미 느슨해진, 그래서 감각이 둔해져 버린 허벅지를 이끌며,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었다. 그것은 마치 전쟁터 어느 병사의 기도 소리 같아서, 간절함이 스치는 바람에 묻어 나올 것만 같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업치락 뒤치락하며 치열한 레이스가 벌어졌고, 달려야 한다는 단순한 일념으로 이를 악물었었던 아미는, 피니쉬 라인 앞에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꺼질 듯 넘어지고 말았다.
파란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스파크가 튀는 것 같이 의식이 돌아왔지만, 야속한 몸뚱이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쟁자들의 뒷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무거운 마음으로 결승선에 들어온 아미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흘렀다.
사정을 말하고 아르바이트를 조금만 일찍 끝냈더라면,
편의점에서 사발면을 먹지 않았더라면,
밀려오는 후회 속에 모든 것이 허무하게 끝나 버릴 것 같다는 걱정이 아미를 불안하게 했다.
"14조 리프팅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5명 동시에 시작해 주시고, 공이 떨어진 사람은 뒤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거기 간격 좀 넓혀주세요. 준비!"
여기서 잘해 낸다면, 달리기의 저조한 기록을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 아미는 생각했다. 휘슬이 울리며, 지원자들 손을 떠난 축구공이 발등을 타고 위에서 아래로 덩실거리기 시작했다.
축구공 중심으로 정확히 발을 벋어야 해. 중심을 놓친다면 공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도망갈 거야. 그동안 많은 연습을 했고, 평소 하던 대로만 하자.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이겨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인지, 쫓기는 자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평소에 늘 하던 리프팅이었는데, 이렇게 까다롭게 자신을 괴롭힐 줄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공이 불안정하게 튀어 올랐고, 아미는 밸런스를 잡기 위해 과도하게 몸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위기는 그녀를 향해 스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떡하지? 이대로 끝인가? 그 순간 어처구니없게도 아버지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갔고, 요동치던 감정 속에서 분노라는 녀석이 모락모락 머리를 치켜세웠다. 비로소 복잡한 감정들이 사라지며,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나는 이긴다! 오늘 나는 축구선수가 된다.]
06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