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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Oct 21. 2024

여왕벌 전투

04 메시지

"엄마 친구 중에 영숙이라고 알지? 전에 마트 앞에서 봤잖아."

"카페 크게 한다는 이모?"

"그래, 맞아. 카페 일 도와줄 사람 구한다길래 엄마가 니 이야기해 뒀어.

"왜?"

"너 이제 졸업하잖아. 그럼 뭐라도 해야지."

"아니, 지금 내가 하는 알바도 있고, 대학 갈 수도 있는데, 엄마 맘대로 그렇게 결정하면 어떡해?"

"너, 대학 갈 생각이야?"

"......"

"전에 대학 갈 생각 없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그랬지. 설마, 너도 아빠처럼 놀려고?"

"아니야!"

"부모로서 이런 말하기 정말 부끄럽지만, 너도 우리 집 형편 뻔히 알고 있잖아. 엄마 혼자 너무 힘들어. 너라도 엄마를 도와줄 순 없어? 빚이라도 갚고, 나중에 좀 여유가 생기면 뭐든 할 수 있잖아."

"......"




  카페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갔다.

폭풍처럼 밀려온 손님들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 직원들이 주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쉬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아미는 화면에 동생이름이 뜬 걸 보고, 주방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어, 무슨 일이야?"

"누나, 바빠?"

"아니 지금 괜찮아. 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버지가 다쳤어."

"......"

"병원에 있는데, 누나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어."

"이만 끊을게."

"누나!"


아버지를 생각하면 사춘기 아이처럼 반항심이 올라왔다. 이유는 딱히 말하기 어려웠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란 사람과 연을 끈을 수 없다는 것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표정이 그늘져 보이는 아미를 보며 반찬가게 사장이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네"

"아니에요. 많이 파셨어요?"

"우리야 당골 장사니까 오시던 손님만 꾸준하게 오지. 경기도 안 좋고 힘만 들어. 돈 벌긴 그른 것 같아."

"에이, 엄살이 느셨네요."

"근데, 축구 잘하더라. 가끔 여기서 발로 이렇게 공차는 거 봤어."

"아, 리프팅이요. 잘하진 못하고 그냥 좋아해요."

"요즘, 여자스포츠가 대세던데, 축구 한번 해보지 그래."

"축구요?"

"여자 축구선수들은 돈도 많이 벌던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도 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지금은 마음이 뜨겁질 않아. 일도, 사랑도, 하고 싶은 열정이 있을 때 해야 돼.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어."

"......"

"어! 손님 왔네"


반찬가게 사장이 수고하란 말을 남기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미도 카페 안으로 들어가려다, 진동이 느껴진 스마트 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새로운 메시지는 세미프로 여자축구단 'FC파란펭귄' 창단 공개 오디션 공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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