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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Nov 07. 2024

여왕벌 전투

09 평가전

  FC파란펭귄 최종평가전이 5인 4개 조로 팀이 구성되어 실전과 다름없이 진행되었다. 골키퍼를 지원했던 수연과 민지가 두 경기 내내 골대를 지키며 평가를 받아야 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와 공격 포지션을 바꿔가며 평가전을 치렀는데, 강감독과 코치들은 매의 눈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1조 골키퍼가 민지인가?"

"네"


상대팀의 결정적인 찬스를 막아낸 골키퍼에게 관심을 보이며, 엄코치에게 감독이 물었다.


"민지가 골키퍼는 처음이라고 했나?"

"네, 처음이죠. 민지는 신체적 조건이 좋고, 포지션 이해도가 높아, 발전 속도가 빠른 케이스입니다. 연습 경기에서도 슛에 대한 반응 속도가 좋았고, 상대의 기습 공격에 대응하는 방식도 뛰어났습니다."

"나코치가 보기엔 어때?"

"저도 엄코치님과 같은 생각인데, 수연이와 경쟁 구도로 가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기 10번이 아미인가?"

"네"

"골대 앞에서 움직임이 아주 인상적이네. 포지션 바뀌 봐 수비하는 것도 보게."


확성기를 켠 엄코치는 아미와 수비를 하던 경서에게 포지션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아미는 수비도 잘하네. 경기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네, 주전 선수 명단에 올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인원들 중에는 5번 오경서, 3번 유소라 정도가 괜찮아 보이는데, 코치들 보기에는 어때?"

"네, 그 두 친구들이 괜찮고, 개인적으로는 7번 안유미, 9번 황미미도 수비 포지션으로 괜찮을 것 같습니다."

"7번... 안유미, 황미미. 나코치가 보기엔 어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8번 김소연도 패스 정확도가 높고, 몸싸움도 잘해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헤어짐을 이미 만날 때 정해 놓은 것처럼, 헤어질 걸 알면서도 슬픔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경쟁자였지만, 동료였기에 그랬고, 자신만이 남게 되었다는 사실이 미안했기에 더 그랬다.

최종 평가전에서 생존하게 된 14명은 앞으로 겪게 될 주전 경쟁에서 또다시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견디기 힘들면 포기해도 좋으련만, 그 누구 하나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무엇이 이들을 혹독한 경쟁 속에서 견디게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토록 원했던 축구선수로서의 삶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아미야."

"왜?"

"정문에 누가 찾아왔데. 빨리 가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하는 물음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걸어간 정문에는 동생이 있었다. 두 사람은 나무 밑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누나 좋아 보인다."

"뭐가?"

"얼굴이 밝아 보여."

"너는 어때?"

"나? 그저 그래. 딱히, 특별한 것은 없지만, 누나가 축구선수라는 걸 알게 된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하더라."

"엄마는?"

"음... 아버지가 그때 다쳐서 잘 일어나지 못해. 일하러 나가는 시간 빼고는 아버지를 돌보고 있어."

"엄마도 참 대단하다. 뭐가 이쁘다고..."

"집에는 안 와?"

"다음 달에 경기가 있어."

"시즌 개막하려면 아직 멀었잖아."

"올해부터 여자축구에 시범경기가 생겼데. 다음 달부터 로테이션으로 시범경기가 있어. 그것 때문에 우리 팀 주전 경쟁이 치열해. 모두들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곤, 훈련에 집중하고 있어."

"힘들겠구나. 엄마한테는 내가 잘 말하게."

"그래"



10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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