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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Nov 11. 2024

여왕벌 전투

10 엔트리

"모두가 최선을 다 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겠죠.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그 수고가 헛된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선발된 선수들은 계약기간 동안 세미프로 리그에서 각 구단 대표선수들과 승부를 겨루게 됩니다. 지금부터 FC파란펭귄 엔트리를 발표하겠습니다."


엄코치는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 폰을 쳐다봤다.


"골키퍼 1번 서민지, 수비수 5번 오경서, 수비수 3번 유소라, 공격수 7번 안유미, 공격수 10번 김아미,

백업선수 2번 이수연, 8번 김소연, 9번 황미미 이상 8명입니다.

엔트리에 들어간 선수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호명되지 않은 선수들은 2군으로 편성되었으니, 분명, 기회가 또 있을 겁니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 꺽. 마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엄코치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고, 선수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웃음이 섞여 나왔다. 2군으로 편성된 선수들은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컸을 텐데, 선발된 동료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그 기회란 것을 잡기 위해 또다시 경쟁적으로 훈련을 할 것이, 주전선수로 선발되지 않게 된다 하더라도 축구를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들에게 축구는 이미 맹목적 사랑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아미야, 자?"

"아니, 왜?'

"라면 먹을래?"

"안 피곤해?, 그냥 참고 자."

"배고파서 잠이 안 와."

"너나 먹어. 난 잘래."


스마트폰 라이트를 켠 민지가 부스럭거리며 침대 밑에서 비닐에 싸인 전기 쿠커를 꺼냈다. 방 한쪽에 놓인 물통의 물로 쿠커를 채우고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았다.


"부스럭거리니까 잠을 못 자겠잖아!"

"미안, 미안"

"잠이 깨버렸어."


슬그머니 침대에서 일어난 아미가 스텐트 조명을 켰다.


"왜?, 너도 먹게?"

"야! 절친인데 당연히 같이 먹어줘야지."

"넌 이럴 때만 절친이냐!"

"왜? 싫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서 오시죠."

"오, 맛나네."

"내가 말했잖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뭐다?"

"몰래 먹는 라면!"


두 사람은 낄낄거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고, 창 밖으로 어둠은 더 깊어지고 있었다.



11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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