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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도스로 Oct 18. 2020

권력: 권력욕은 피보다 진하다

태조 시대 왕자의 난과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 사건

○ 조선의 두 번째 왕을 누구로 할 것인가?

 고려의 장군이던 이성계가 요동을 정벌하러 떠났다가 위화도에서 회군을 한 건 1388(우왕 14년)입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392(공양왕 4년) 이성계는 조선을 개국하여 첫 번째 왕위에 오르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57세였습니다. 지금 기준으론 노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나이지만, 조선시대 임금 27명의 평균수명은 46.1세였던 걸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나이입니다. 이성계는 건국이라는 엄청난 일을 해내서 ‘태조(太祖)’가 되었지만 무한정 왕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었으므로 태조의 뒤를 이어 왕위를 이어받을 사람을 정하는 일이 중요하였습니다.

 태조에게는 두 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신의왕후 한 씨와 신덕왕후 강 씨였습니다. 신의왕후 한 씨 슬하에는 총 8명의 자녀(아들 6명, 딸 2명)가 있었고, 신덕왕후 강 씨 슬하에는 총 2명의 자녀(아들 2명, 딸 1명)이 있었습니다.    



 여러 자녀 중에서 태조의 선택을 받아 세자가 된 사람은 신덕왕후 강 씨의 아들이었던 의안대군(이방석)이었습니다. 아들 중에서 막내를 세자로 삼은 것인데, 이러한 태조의 결정에는 신덕왕후 강 씨의 역할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책봉해달라고 태조에게 강하게 요구하여 태조가 이를 수용하였는데, 성격이 포악한 이방번보다는 성격 좋고 명민한 이방번이 세자가 된 겁니다. 이방번이 세자가 된 과정에는 정도전의 역할도 있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정도전은 조선의 건국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고려와는 전혀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왕조의 밑그림을 그리고 국가 운영의 이념적인 기초를 마련한 인물이 바로 정도전입니다. 이성계가 조선의 초대 왕이기는 하나, 정도전이 없었다면 조선이 건국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을 정도로 조선을 세우고 초기 왕조를 기틀을 다지는데 정도전은 핵심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의 그림자는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복궁, 보신각, 숭례문과 서울의 주요 상징물의 이름을 지은 것도 바로 정도전입니다.

 조선의 설계자로도 불리는 정도전도 왕위 계승 과정에서 이방석을 지지했습니다. 그 이유는 정도전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나라를 실현하는데 이방석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도전은 왕권보다 신권을 우위에 두는 나라를 지향했습니다. 왕이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있으면 위험성이 크다는 게 정도전의 생각이었습니다. 능력이 뛰어나고 성품도 훌륭한 사람이 왕이 되면 나라가 평안하게 발전할 수 있겠지만, 능력도 없고 성정마저 포악한 사람이 왕이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 질 수도 있으니, 시스템을 통해 훌륭한 관리(재상)를 키워내서 관리들이 나라 운영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와 같은 신권 우위의 나라를 만들려면, 태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되려는 자가 너무 ‘강한’ 인물이어서는 곤란했습니다. 강한 인물의 대표주자는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던 이방원이었습니다.

 이방원은 아버지가 조선을 건국하는데 많은 공을 세웁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정몽주를 죽인 일입니다. 정몽주는 고려 말기의 고위 관료로 고려를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 일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방원은 정몽주가 대업을 성공시키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죽입니다. 태조는 정몽주는 죽이는 것에 반대하였고 이방원이 정몽주를 죽인 뒤 크게 분노하였다고 하나, 어쨌든 이방원이 이 일을 계기로 큰 공을 세운 사람으로 부상합니다.

 건국 과정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고 야심도 컸던 이방원은 막내동생이 왕이 되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방석이 세자로 책봉된 지 6년이 지난 1398년 거사를 일으키기로 결심합니다. 이방원은 군사를 일으켜 당시 대표적인 개국공신인 정도전과 남은(南誾), 그리고 신덕왕후 강 씨의 첫째 아들인 이방번과 둘째 아들이자 당시 세자이던 이방석을 모두 죽입니다. 이른 바 ‘왕자의 난’이 일어난 겁니다. 왕자의 난은 두 번이 있었는데, 1400년 태조의 넷째 아들 이방간이 일으켰다가 이방원에게 패해 실패로 끝난 2차 왕자의 난과 구별하기 위하여, 이방원이 일으킨 난을 보통 ‘1차 왕자의 난’이라 부릅니다. 이 일을 통해 확실하게 권력을 장악하게 된 이방원은 2년 뒤인 1400년 조선 3대 왕인 태종에 즉위합니다.


 조선시대에 주로 분쟁의 대상이 되었던 권력이 왕권(정치권력)이었다면 오늘에는 금권(경제권력)을 두고 다툼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대체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과 다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그룹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경영권 분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기본기

 롯데그룹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롯데그룹 주요 경영진 가족의 가계도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롯데그룹을 창업한 사람은 신격호 회장입니다. 신격호 회장에게는 총 3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노순화(1970년 사망), 사게미쓰 하츠코, 서미경 씨가 그들입니다. 노순화 씨와 사이에 태어난 자식이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있고, 둘째 부인 사게미쓰 하츠코와 사이에는  장남 신동주 와 차남 신동빈이 있습니다. 그리고 37살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신격호 회장과 결혼한 셋째 부인 서미경 씨 슬하에는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있습니다.  


                  

 지금은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지주회사 출범 전인 경영권 분쟁 당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의 중심에는 ‘주식회사 롯데홀딩스’(이하 “롯데홀딩스”)가 있었습니다. 롯데홀딩스는 일본에 있는 회사였는데, 롯데그룹에 속한 회사들의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도 롯데홀딩스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습니다. 롯데홀딩스가 직접 보유한 주식은 19.1%였고, 다른 자회사를 통해 보유한 주식은 75.4%였으니 롯데호텔 주식의 95.4%를 롯데홀딩스가 보유한 셈이었습니다.

 신격호 회장은 두 아들인 신동주와 신동빈을 1980년대 후반부터 경영에 참여시켰습니다.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사업을 하였는데, 한국 롯데그룹은 둘째 아들 신동빈이 맡고, 일본 롯데그룹은 첫째 아들 신동주가 담당하였습니다.     

 롯데그룹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파악했다면, 다음으로는 회사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법률 지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상법>에 따른 회사의 종류는 총 5가지(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주식회사, 유한회사)가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주식회사이므로 이하에서는 주식회사 위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회사는 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사람(법인)이므로 권리를 가질 수도 있고(회사 명의로 땅을 소유할 수도 있고), 의무를 부담하기도 합니다(사업을 해서 번 수입이 있다면 회사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회사는 보통의 사람(자연인)과 달리 명확한 실물이 없는 추상적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삼성전자에 물품 납품하기 위하여 계약을 체결할 때 ‘삼성전자’라는 회사가 계약을 체결행위를 할 수는 없고, 실제로는 삼성전자 직원이 계약 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회사의 경영이나 업무는 결국 보통의 사람(자연인) 혹은 보통의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기관)을 통해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주식회사에서 주요 경영 이슈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이사회가 가집니다. 대규모로 투자를 하는 일, 중요한 회사 자산을 팔거나 넘기는 일, 다른 곳에서 경영자금을 빌려오는 일 등을 결정하는 주체가 이사회입니다. 이사회는 당연히 ‘이사’들로 구성됩니다. 이사에는 크게 회사에 소속된 사내이사와 회사 외부의 사외이사로 구분됩니다. 사내이사는 주로 회사에 상주하면서 실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고,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잘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흔히 회사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 및 의사결정권을 사람을 회장, 총수, 사장, 총수 등으로 부르는데, 사실 이런 표현들은 법적인 용어가 아닙니다. 법적인 의미에서 회사를 대표하여 의사를 결정하고 대외적으로 공표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진 사람은 ‘대표이사’입니다. 대표이사는 이사들 중에서 한 명이 맡는데, 대표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권한도 이사회에 있습니다. 그만큼 이사회는 회사 운영에 있어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죠.

 이사회가 중요한 만큼 누가 이사가 되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이사는 누가 정하는 걸까요? 이사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은 주주총회에 있으므로, 주주는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가 주주가 낸 돈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는 걸 고려하면 주주총회가 이사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회사의 경영에 관한 주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건 여러 명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이고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도 이사회에서 뽑는데, 이러한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건 주주총회라는 겁니다. 


             

○ 롯데그룹판 왕자의 난은 어떻게 일어났나?

 롯데그룹의 가계도 및 지배구조 및 회사 경영 관련 법률 지식을 간략하게 알아보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과정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신격호 회장의 두 아들인 신동주와 신동빈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건 2015년 1월이었습니다. 먼저,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은 신동빈이었습니다. 롯데홀딩스는 2015년 1월 8일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신동주의 이사직을 박탈하였습니다.

 그러자 신동주도 반격을 개시하였습니다. 2015년 7월 27일, 신격호 회장과 친족들을 대동하고 롯데홀딩스 본사를 방문한 뒤, 롯데홀딩스 사내 인트라넷에 ‘신동빈을 이사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을 게재하였습니다. 롯데홀딩스는 적잖이 놀랐을 겁니다. 롯데그룹의 창업자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신격호 회장이 첫째 아들인 신동주의 편에 섰기 때문입니다.

 롯데홀딩스의 이사들은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강수를 두기로 결심합니다. 신격호, 신동주가 회사를 다녀간 다음 날 이사회를 개최하여 신격호를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킨 겁니다. 신동주가 다시 반격을 준비하는데, 그가 믿을 사람은 아버지였습니다. 신동주는 ‘아버지가 나를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인정했다’라고 주장하며 신격호가 작성한 문서를 공개했는데, 그 문서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본인(신격호)은 롯데그룹의 총괄회장의 지위에서 2015. 7. 17.자로 본인의 장남인 신동주를 한국 롯데그룹의 회장으로 임명함. 아울러 본인은 본인의 차남인 신동빈을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함”     

 이런 내용은 KBS뉴스를 통해 기사화되었습니다. 언론에서 롯데그룹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하자 신동주는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신격호와 자신의 대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였습니다. 그 대화 내용은 신동빈이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신격호 회장이 “그래도 가만 있을 거냐. 진짜 너는 바보다. 사장이 그만두게 하면 그것은 절대적인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신동빈 부회장이 벌인 중국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걸 알게 된 신격호 회장이 신동빈 부회장을 때렸고 ‘신동빈을 교도소에 넣으라’로 말했다”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신동주가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신격호 회장이 자신의 편이라는 걸 널리 알려서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롯데호텔이 2015. 9. 10.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신동주를 이사에서 해임시킨 겁니다. 1997년부터 롯데호텔의 이사로 재직하던 신동주가 18년 만에 회사 경영에서 강제로 쫓겨난 겁니다. 롯데호텔이 신동주 부회장을 해임하면서 내건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회사의 이사로 있으면서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둘째, 각종 언론을 통해 롯데그룹 최고 경영진 간의 불화가 심각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     

 쉽게 말해 이사로 있으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허위 사실로 회사 망신을 시켰는 겁니다. 그러자 신동주는 이런 해임이 잘못되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신동주가 롯데호텔에 요구한 내용은 부당하게 이사에서 해임되어 손해가 생겼으니 약 3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동주 부회장의 재산을 고려할 때, 3억원 받는 게 진짜 목적은 아니고, 해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겠죠.     


○ 신동주를 해임한 건 정당했나?

 신동주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롯데그룹 계열사 사이의 공조 업무 및 기획업무를 담당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롯데호텔이 제2롯데월드 건설 자금을 대여하는 일, IMF경제 위기 때에는 일본 롯데그룹회사로부터 한국의 롯데 그룹 회사에게 자금이 지원되도록 하는 일 등을 예로 들기도 했죠.

 그리고 설령 이사로서 특별히 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최초로 이사가 1997년부터 해임 전까지 역할이 변한 건 아니고 늘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 이사직은 계속 유지하여 왔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이사로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임시키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여러 회사가 하나의 그룹을 이루는 경우에 그룹 전체의 기획 및 공조 업무를 하는 것도 이사의 임무로 볼 수 있다는 것까지는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롯데호텔이 신동주에게 그런 임무를 부여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동주가 그런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2롯데월드 건설자금 대여나 IMF 당시의 자금 지원은 신동주가 주도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 신격호의 역할이 컸다고 본 겁니다. 즉, 신동주가 이사로서 롯데호텔의 경영에 관여한 것이 거의 없으니, 이사로서 제 할 일을 못한 것이어서 해임을 해도 된다는 게 법원의 결론입니다.

 사실 롯데호텔이 신동주를 해임시킨 결정적인 이유는 두 번째에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 롯데그룹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실추되었다는 것이죠. 신동주는 롯데그룹의 모든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신격호가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음에도 동생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자 그 과정을 사실대로 설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잘못한 게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는데,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신격호가 신동주를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하더라도 신동주가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가지는 건 아닙니다. 회사의 경영을 누가 맡을 지는 이사회, 주주총회 등을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동빈은 법에서 정해 놓은 적정한 절차를 통해서 경영권을 가지게 된 것인데, 신동주가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후계자로 인정받았는데도 동생이 내 자리를 빼앗아 갔다”는 주장을 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법원은 신동주의 언론 인터뷰를 접한 많은 소비자들은 롯데그룹이 법대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어 그룹 전반의 이미지가 악화되었다고 봤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심각하게 언론에 보도되는 동안 약 2,000억원의 주가가 하락한 것에 신동주가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판단한 것이죠.

 사실 신동주의 주장은 법률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회사를 창업한 아버지가 자신을 후계자로 임명했으니 경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신격호가 롯데그룹을 창업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롯데그룹이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신격호의 개인 재산인 것도 아니니 설령 신격호의 뜻이 그렇다고 해도 그의 말대로 되는 건 아니죠.     


<사족>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강한 권력도 시간이 지나면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기존 권력이 약해지면 자연스럽게 관심은 ‘차기 권력을 누가 가질 것인가’로 옮아갑니다. 권력자는 이왕이면 오랜 기간 동안, 가능하면 스스로 권력을 모두 가지는 걸 바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힘듭니다. 그럴 때는 차선책으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자식)에게 권력을 이어 받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자식이 한 명이라면 고민이 덜 할 수도 있지만, 자식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문제가 생깁니다. 권력은 쉽게 나누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부모의 권력을 누가 승계를 할지를 두고 다툼이 빈발합니다. 권력을 둘러싼 다툼은 인정사정없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권력은 피보다 진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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