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직자의 양치식물 강연기 / 흔들리며 자리를 잡다

(63화) 영남 알프스(버섯생태연구소) 강의

by 로데우스


"양치식물을 10배 이상 즐기는 100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 으뜸은 나의 투박한 진심을 한 편의 시와 글로 빚어 세상과 나누는 일입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처절한 인연이 어떻게 영남 알프스의 뜨거운 강연이 되었는지, 브람스의 선율을 빌려 그 떨림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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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를 들으며 그의 글을 읽는다. 치고 나가는 바그너보다 늦게 도착한 브람스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그 마음이 독신으로 지내며 남들에게 이루워 질 수 없는 사랑으로 비추긴 했으나, 브람스의 절제가 만든 위대한 음악이 귀를 때린다.


이것이 어쩌면 내 인생 후반전의 이야기 같다. 퇴직 후 숲해설 강좌에서 혹시 강의를 하는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았는데, 이미 숲해설가들이 진을 치고 있어 쓸쓸하게 발길을 돌렸던 퇴직 새내기의 단순한 해프닝이었다.

그런 후 나의 길을 가고자 제주살이를 결행했다. 그러나 낙상사고를 만난 절망에서 헤어나고자 양치식물을 붙들고 재활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양치식물은 나의 처절한 이야기가 되었는데, 통영살이에서는 전문가란 이름으로 소개되었고 당황했다. 하지만 1년 후 양치식물 강의란 이름으로 내 앞에 닥쳐왔다. 10년 전의 해프닝이 이젠 현실이 된 책임이 되었다.

경남지역 영남 알프스의 숲해설가들 앞에서 어려운 양치식물 이야기를 하라니. 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열정을 다해 열변을 토했다. 어쩌면 브람스가 알토 랩소디를 작곡하며 자신의 사랑과 마음을 쏟아부어 기이한 감정을 소유한 자만이 쓸 수 있는 슬픔을 떠올리며 쏟아낸 목소리는 아니었을까? 그리고 선두 주자 바그너의 뒤에서 독학으로 수많은 책을 읽고 그것을 음악의 결로 녹여낸 브람스의 고독을 이해하며 뱉어낸 나의 고백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나는 나니깐 간다는 뚝심으로 밀어붙인 본능의 움직임이었다고 자부한다. 그것은 내가 가는 길이니 나의 나이, 재활 등은 나의 길에 걸림이 아니라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 가야한다는 당위의 명령처럼 나를 이끈다. 이런 생각이 이번 양치식물 강의가 나에게 던져준 선물일 것이다.

모두들 흡족한 얼굴에 나도 후련하였다. 퇴직 후의 사회생활도 자기 몫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한다. 그 책임을 감당하는 마음으로 겨울을 보냈다. 그 결과 나도 많이 변화하는 시간이었다. "나도 여러분들을 만나 반갑고 이 자리가 고맙다"고 말했다. 삶의 방향은 또 이렇게 흔들거리며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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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자(胞子)의 노래

브람스의 저음이 방 안을 채우고
세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발걸음이
서러워 눈물 짓던 겨울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꽃을 피우지 못한다 하여
생(生)이 고요하기만 했을까요
제주의 돌 틈에서, 낙상의 절망 끝에서
나의 절제는 양치식물의 푸른 그늘이 되어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땅을 묵묵히 지켰습니다

나는 나니까 간다
재활의 고통도, 깊어가는 주름도
이제는 걸림돌 아닌 든든한 동반자
그 뚝심 하나로 영남 알프스 기슭에 서서
숨겨둔 열정의 포자를 바람에 날렸습니다.

퇴직 후의 삶이란 어쩌면
흔들리며 비로소 제 자리를 찾는 일
나의 투박한 책임감이 누군가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으로 피어날 때
비로소 나는 나에게 고맙다 말합니다

겨울을 견뎌낸 초록의 힘으로
오늘도 나는 나의 길을 유연하게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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