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특수성과 보편성의 균형
주먹 쥐고 일어서
별을 보듯 꿈을 꿔
세 뿔이라 놀리지 마라, 이것이 내 삶이다
아기손을 닮은 고사리라는 표현이 나이가 들수록 줄고 삭막해지는 현실에서 양치식물은 점점 멀어진다. 그런데 은퇴 후 발견한 양치식물은 나의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고사리 새순이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모습에서 꿈을 본다. 나선형 속의 비밀이 서서히 풀어지며 만드는 모습은 아기들이 태어나 장래의 꿈을 꾸는 모습을 닮았다. 새 생명이 갖는 무한한 가능성, 그것은 거친 삶을 이겨나가는 힘이 되리라.
양치식물의 새순의 모양은 형형색색이란 말처럼 생명의 찬가를 부르듯이 꿈틀거린다.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며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새순의 모습을 보는 인간의 눈은 아전인수의 시각처럼 다양한 표현을 쏟아낸다. 프랙털(Fractal), 스피라 미라빌리스(Spira mirabilis) 등 지식의 향연이다. 그러나 나는 발로 뛰는 현장 답사와 재활이란 어려움을 견딘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체득한 해석'을 말하고 싶다.
양치식물 이야기 전반부를 쓴 1년의 시간이 지나고 후반부에 돌입한 시점에서 뱉어내는 나의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그간 양치식물 이야기를 전개하는 힘은 재활의 고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60여 편의 이야기를 밀어붙였던 치열한 질주였다. 몸과 마음에서 느끼는 힘에 부침은 온 힘을 쓴 후의 쉼을 요구하는 몸과 지친 마음이다. 그런 와중에 문득,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보였다.
제주살이 중 제주와 김포를 오가며 몸으로 느꼈던 비행기의 육중한 이륙의 에너지가 아마도 나의 전반부의 원동력이었으리라. 그렇다면 후반부는 좀 더 쉽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시각은 바로 희망이고 힘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고사리의 새순이 나에게 던져준 시그날인지도 모른다. "학자들은 자신의 지식으로 양치식물을 평가하는데, 당신은 체험과 경험으로 우리를 보는군요." 이렇게 생각하자 다시 힘이 나는 것 같다.
세뿔석위 새순이 자라는 모양을 보면 처음에는 흰 비늘을 뒤집어썼고, 비늘은 점차 붉어지면서 새순은 줄기를 올린다. 나선형의 귀여움이 풀리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잎을 펴는 모습이고, 새 잎의 표면에는 무수한 별모양의 털(성상모)이 있다. 새순이 밀어붙인 힘을 유연성으로 변환하는 모습과 별처럼 반짝이는 털은 후반부의 양치식물 이야기에 희망을 주는 영감으로 다가온다. 이 희망은 전반부의 관념적인 희망이 아니라 삶 속에 묻힌 체화된 꿈이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절벽의 메마른 틈에서 고고하게 살아가는 세뿔석위는 어쩌면 나의 지방살이를 닮았다. 두 집 살림을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주에 이어 통영에 살면서 꽃을 찾으며 즐기는 모습은 세뿔석위의 생태를 닮았다. 자연의 모습을 나의 삶에 투영하는 시니어의 마음은 이끼의 삶에서 배운 "나니까 간다"라는 뚝심이다.
펼침, 꿈... 모든 사람들이 그리는 희망이다. 이제 보인다. 양치식물이라는 특수 렌즈를 통해 우리의 삶이란 보편성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나의 양치식물 이야기 후반부가 가야 할 길인 것 같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통합의 문제도 특수성과 보편성의 균형이라는 추를 조정하는 것과 같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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