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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엽체(前葉體 prothallium)

양치식물의 전생(前生) - 도전

by 로데우스

양치식물 초보자의 대단한 목표

전엽체를 찾으려는 무모한 도전

그 도전이 있기에 본 고사리의 전생(前生)


img.jpg 꼬리고사리 전엽체


내가 고사리의 매력에 빠진 것은 전생(前生)이라는 용어 때문이다.

고사리는 태어나기 전 전엽체(前葉體)라는 전생을 거친다.

전엽체는 대부분 하트 모양으로 생긴 단상(n)의 배우체인데 그 크기 매우 작다.


양치식물을 배우는 초기 고사리의 전생을 찾아 나섰다.

처음에는 우산이끼의 엽상체를 보고 전엽체인가 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양치식물 속으로 들어가 전엽체를 보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넓은 계곡의 움푹 파인 흙벽에 꼬리고사리 새잎들이 쫌쫌히 돋아나고 있었다.

근시안에 되어 가까이 보려면 안경을 벗어야 하는 노안이다.

안경을 벗고 흙벽에 가까이 눈을 대고 살폈다.


1~2mm 정도는 될까 하는 하트 모양의 엽상체가 눈에 아른거린다.

혹시 전엽체가 아닐까 기대하는 마음이 쿵꽝거린다.

삼각대에 설치한 백마 렌즈로 뷰파인더에 초점을 맞추었다.


LCD 모니터를 확대해 보니 하트 모양이 선명하다.

현재까지 공부한 전엽체의 모양을 가졌다.

고사리사랑 카페에 사진을 올리고 전엽체 여부를 문의했다.


"더 자세히 보면 장란기 장정기도 보일 듯하네요."란 답글이 달렸다.

가슴에 체증이 내려가듯 후련한 마음이 들썩인다.

아~ 드디어 보았구나, 고사리의 전생(前生)


img.jpg 전엽체에서 싹튼 꼬리고사리 새잎


양치식물은 유성세대와 무성세대의 세대교번을 한다.

유성세대는 포자에서 전엽체의 수정이 되기 전까지를 말하고

무성세대는 수정된 후 포자체로 자라 잎 뒤의 포자낭 세대까지를 말한다.


고사리의 잎 뒤에 있는 거뭇거뭇한 포자낭이 익어 터지면

포자들이 날아가 땅에 떨어져 싹이 뜨면 전엽체가 생긴다.

이 전엽체에서 수정이 이룬 후에야 고사리가 나타난다.


전엽체의 잎 뒤면에 장정기와 장란기가 있다.

장정기는 정자를 생산하는 기관으로 전엽체 하부에 위치하고,

장란기는 난자를 생산하는 기관으로 전엽체 상부에 위치한다.


대부분의 양치식물은 정자와 난자를 다른 시기에 생산한다.

따라서 하나의 전엽체의 난자는 다른 전엽체의 정자를 이용하여 수정한다.

동일 개체에 암수꽃을 피우는 식물들도 암수꽃 피는 시기를 달리 하듯이

양치식물도 근친 수정을 피하려는 노력으로 진화했다.


양치식물의 정자에는 편모들이 달려있어

물을 이용하여 난자에서 접근하고

난자는 유도물질을 분비하여 정자에게 길을 안내한다.


이렇듯 양치식물의 수정에는 물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므로 양치식물은 습기가 많은 음습한 곳에서 왕성하게 자란다.

우리가 보는 양치식물의 멋진 잎은 전엽체의 근친수정의 피하려는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위 사진에서 전엽체와 전엽체 사이를 헤엄쳐 다가가는 정자를 떠올려보자.

정자의 멀고 먼 험난한 길은 반듯이 가야 하는 길이다.

종족 보존이란 대명제는 자연을 만드는 힘이다.


img.jpg 잔고사리 전엽체



img.jpg 전엽체에서 싹튼 잔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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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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