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제비 이미지가 그린 상상
모기떼와 싸우며 본 족제비고사리
추억의 시간들이 힘이 되어 현재를 산다.
족제비고사리가 사는 모습
족제비는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동물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족제비 관련 야생 동식물 이름도 많다.
양치식물에도 족제비 이름이 들어가는 고사리가 많다.
관중과(Dryopteridceae) 관중속(Dryopteris)에
족제비 이름이 들어간 종이 10여 개나 되니
족제비 이름의 양치식물을 찾고 동정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금족제비고사리와 가는잎족제비고사리를 제외하고
홍지네고사리류와 족제비고사리류를 구분하는 키 포인트가 있다.
최하부 우편의 맨 아래 하부 소우편이 다음 소우편에 비해
작으면 홍지네고사리류이고, 비슷하거나 크면 족제비고사리류이다.
홍지네고사리 / 최하우편의 하향 제1소우편이 작다.바위족제비고사리 / 최하우편의 하향 제1소우편이 크다.
홍지네고사리류는 최하우편의 하향 제1소우편은 수축되어
하향 제2소우편에 비해 1/2 정도로 작아진다.
반면 족제비고사리류는 최하우편의 하향 제1소우편은 수축되지 않고
하향 제2소우편에 비해 비슷하거나 크다.
여기에 꼬리족제비고사리, 산족제비고사리, 바위족제비고사리, 광릉족제비고사리,
족제비고사리, 애기족제비고사리, 큰족제비고사리가 해당된다.
이렇게 복잡한 족제비 이름이 들어간 고사리 중에
수식어가 붙지 않는 오리지널 족제비고사리(D. varia)가 있다.
제주의 해안가 수림 아래에서 드물게 자란다.
제주에서 뛰어가는 족제비를 보았으나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이제는 족제비 보기가 만만찮은데 오리지널 족제비고사리도 찾기가 어렵다.
제주의 바닷가가 가까운 내창 절벽에서 족제비고사리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족제비고사리
5 각형을 이루는 족제비고사리가 절벽에서 서식하는 모습을 보고
족제비고사리를 직감했고, 마치 절벽에 족제비 가죽을 걸어놓은 것 같은 모습이 눈에 스친다.
언젠가 어느 집에서 본 족제비의 가죽 이미지가 절벽의 족제비고사리에 투영된다.
살아있는 족제비를 보는 몽롱함에서 헤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족제비고사리에 초점을 맞추며
소설 밀림무정(김탁환)의 주인공 포수가 족제비 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걸치고 윈체스터의 총구로 백호를 겨누는 것처럼
족제비고사리의 모습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 순간은 진지한 스릴이었다.
현실로 돌아오자 모기떼의 등쌀이 이만저만 아니다.
뛰쳐나오길 반복하며 날렵한 모습의 멋쟁이 족제비고사리의 면면을 본다.
잎몸이 두텁고 상부 우편은 좁아져 꼬리처럼 늘어졌다.
족제비고사리 포자낭군 달린 모습
절벽에서 족제비고사리를 보면서 모기떼가 싸우는 것은 고생이다.
그러나 족제비고사리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에 대하여 알게 되는 과정이니 즐겨야 한다.
상상의 이미지를 그리며 멋지게 포장하는 것은 취미에 세계에 다가가는 힘이 된다.
칸트가 "행복은 이성의 이상이 아니라 상상력의 이상이다"라고 말한 것도
행복은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모기떼와 싸우며 족제비고사리를 촬영하는 꽃객의 마음을 대변해 준다.
그렇게 알게 된 양치식물이 나에겐 소중한 추억과 자산이 되었다.
제주의 습기, 모기, 진드기를 극복하니 흐뭇하다.
지난 시간의 만족감은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다.
족제비고사리 새순
국명 / 족제비고사리
학명 / Dryopteris varia
과속명 / 관중과(Dryopteridaceae) 관중속(Dryopteris)
해안 근처의 낮은 산지 그늘진 사면에서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로 키 30~80cm의 양치식물이다.
뿌리줄기는 짧고 비스듬히 서며 덩어리 진다.
잎자루 밑에 갈색의 비늘조각이 밀생한다.
잎몸은 2회 깃꼴로 갈라지며, 위의 갈래조각은 갑자기 좁아져 꼬리처럼 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 자생하며,
타이완,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등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