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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의 안일함으로 천운을 잡지 못해 꽝

꿩고사리 vs 섬꿩고사리

by 로데우스

제주에는 꿩이 많다.

그러나 꿩고사리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꿩고사리의 포자엽을 본 행운을 천운으로 만들지 못한 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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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고사리 포자엽


"꿩고사리 포자낭군을 본 것은 천운이었어요."

한국의 양치식물 도감의 포장낭군 사진을 보고

원본 사진을 찍은 분에게 들은 소리다.


"아! 나는 천운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구나!"

현재 글을 쓰는 순간에 느낀 그 당시의 아쉬움이 철철 넘친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는 천운이었던 것이다.


땅을 치고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그 당시의 시간이다.

다음 해에 다시 찾았지만 포자엽을 올리지 못했다.

그 다음해는 낙상사고, 그 후의 기회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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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고사리(좌), 섬꿩고사리(우)


꿩고사리과(Plagioceae) 꿩고사리속(Plagiogyria)에는 우리나라에 2종이 서식한다.

꿩고사리(P.euphlebia)는 제주에서, 섬꿩고사리(P.japonica)는 경남과 제주에서 서식한다.

꿩사리속의 잎은 영양엽과 포자엽 2가지 있고, 포자엽은 보기가 어렵다.


꿩고사리는 영양엽의 하부 우편 자루가 뚜렷하게 있지만

섬꿩고사리는 영양엽의 하부 우편 자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꿩고사리와 섬꿩고사리의 구별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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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꿩고사리 포자엽(좌)과 포자낭군(우)


섬꿩고사리는 다행히 계곡 절벽에서 봄에 지난해의 포자엽이 마른 것을 보았기에

여름과 가을에 여러번 찾아가 새로 나온 포자엽과 포자낭군을 촬영했다.

다행히 어느 날 꿩고사리도 포자엽 같은 것이 올라온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영양엽과 포자엽의 구분도 어려운 때였다.

그냥 영양엽이겠지 생각하고 그 후에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포자엽이 없는 것을 보고 그때 본 것은 영양엽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다음 해도 계속 찾았으나 포자엽을 올리지 못했다.

내가 본 꿩고사리 중 가장 잎이 많고 실한 것이다.

그리고 나무등걸 속에 감춰져 있어 안심했다.


그런데 다시 찾았을 때 나무등걸이 치워졌고 꿩고사리는 훤히 노출되어 있었다.

누군가 사진을 찍었으면 원위치라도 해주어야 했는데 너무 야속했다.

무거운 나무등걸을 제자리 옮겨 놓으며 꿩고사리가 포자엽을 올리길 바랬다.


그러나 결국 꿩고사리는 포자엽을 보여주지 못했다.

포자엽을 보고도 포자엽인 줄 몰랐던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실감한다.


사진을 찍고 공부하고 글을 쓰면서 알게 되는 것도 많다.
비 내리는 날도 포스팅하지 못한 제주의 양치식물 사진 정리에 바쁜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내가 이것을 보았네!" 놀라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 배우는 양치식물이다.
이것도 양치식물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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