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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등을 맞대는 삶의 의미를 생각한다

주름고사리 - Diplazium wichurae

by 로데우스

낙상사고 투병 케어에 고생이 많은 아내

주름고사리 이름처럼 얼굴에 주름이 많아졌다.

붕대를 푼 내 팔에 생긴 주름을 보는 마음이 짠하다.


주름고사리 겨울의 모습


한라산 계곡의 낙상사고는 긴급한 계곡 탈출, 제주 탈출을 해야 했고

골절된 다리에 철심을 박고, 허벅지까지 통깁스로 감쌌다.

힘줄이 끊어진 새끼손가락도 팔의 반깁스로 움직임을 제어했다.


감긴 깁스와 붕대들이 팔다리를 조여 피가 잘 통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리와 손을 심장보다 높게 들라고 하는 것이다.

자가 드레싱하려고 팔의 붕대를 풀었다.


붕대에 싸였던 살갗이 쭈굴쭈굴해졌다.

보기에도 징그럽게 주름이 만들어졌다.

깁스에 싸여 움직이지 못하니 가늘어진 팔에 남긴 붕대 흔적이 처참하다.


새끼손가락과 자뼈머리를 아내가 소독해 주었다.

케어하는 아내의 머리도 많이 희어졌고

주름이 많아진 아내의 얼굴을 보는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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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고사리(좌), 깃주름고사리(우) / 겹쳐진 포막 비교



주름고사리는 개고사리과(Athyriaceae) 주름고사리속(Diplazium)이다.

주름고사리속의 특징은 포막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것이 많다.

속명 Diplazium은 그리스어 Diplasios(두 배의, 二重의)에서 유래했다.


주름고사리는 제주의 습기 많은 수림 아래에서 자란다.

우편 기부의 귀가 뚜렷하고, 엽질은 두껍고 딱딱하다.

깃주름고사리는 우편 가장자리가 중간까지 갈라지고, 귀가 발달되지 않는다.

깃주름고사리는 주름고사리에 비해 희귀하다.


깃주름고사리는 포막 두 개가 맞댄 것이 많으나

주름고사리 포막에서 두 개가 맞댄 것은 찾기가 어렵다.

수많은 주름고사리 잎 뒤의 포막을 확인했는데

두 개의 포막이 맞댄 것은 딱 1개 발견하였다.


주름고사리 군락


등을 맞댄다는 것은 등배운동과 닮았다.

등배운동은 등과 배를 단련하기 위한 맨조체조의 일종인데

이중 상대방과 등을 맞대고 서서 서로 양팔을 감싸고

앞으로 뒤로 구부렸다 젖혔다 하는 운동이다.


부부란 어쩌면 두 사람이 하는 등배운동 같다.

서로 믿고 호흡을 맞추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케어를 받으며 주름고사리를 떠올리고

Diplazium의 의미를 내 것으로 만든다.


주름고사리에서 등을 맞댄 포막을 어렵게 찾았듯이

부부의 인연도 어쩌면 천운인 것 같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시니어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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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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