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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봤다" 험난한 고생을 통해 맛본 짜릿한 희열

층층고란초 - 몸은 주인의 의지를 따라간다

by 로데우스

낙상자의 처절한 몸부림

다리는 교통수단이다.

몸은 주인의 의지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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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고란초


다리에 철심을 박은 채로 스틱에 의지해 조심조심 위험 천만한 계곡을 내려갔다.
바위 테라스 천장의 날카로운 이빨을 피해 구부러지지 않는 무릎을 질질 끌며

뾰족하고 축축한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벌레처럼 뒤로 조금조금 다가가는 모습은

한 마리 벌레가 무엇에 미쳤는지 발버둥 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층층고란초를 보기 위한 낙상자의 처절한 몸부림

그 험난한 고생을 통해서라도 "심봤다"를 외칠 수 있음이 내 존재의 이유이다.
귀갓길의 흐뭇한 대화 속에 두 마디 말에 공감했다

"교통수단으로써의 다리", "몸은 주인의 의지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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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고란초 새순


층층고란초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고

힘줄이 끊어져 장애가 된 손가락 재활을 위해

손가락 꺾기와 주먹쥐기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바위 절벽에서 새순을 올리는 층층고란초는

나의 재활에 위로를 주며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힘을 주는 것 같다.

층층고란초를 보겠다는 집념이 나의 재활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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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고란초 수형


층층고란초는 갈라진 우편이 층층으로 되어있어 이름 지어졌다.

제주도와 경남(남해도)에서 귀하게 자란다.

그러니 제주살이 할 때 험난하더라도 보아야 한다.


재활은 단기 목표를 정해 이루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나의 목표를 성취하고 난 후의 만족감이 다음 목표를 도전하게 된다.

한라산을 오르겠다는 재활의 의지가 아기쌍잎난초, 댕댕이나무의 꽃을 보았듯이

함께 가자는 말에 동의하려면 재활의 간절함을 이어가야 한다.

그 정신력과 실천이 층층고란초를 볼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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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고란초 포자낭군


"너무 무리하시는 건 아닌가요?"

아내도, 동료도, 블로그 댓글도 무리한 재활이라고 했다.

낮에는 꽃을 찾고, 밤에는 스포츠센터에서 재활운동을 했고, 하루 1만 보 이상 걸었다.


몸의 피곤함이 떡을 만들어도 걸었고,

추워도, 더워도, 비가 와도,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악착같이 걸었다.

'얼른 다리의 뼈를 튼튼하게 하여 철심을 빼내야지'

'보통 사람들처럼 다리를 의식하지 않고 걸어야지'

'높은 산에 올라가 보고 싶은 꽃도 보아야지'


재활과 취미를 병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매일 규칙적으로 움직이면 뇌는 움직임에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신체예산"이란 말을 실감했다.


생활비 통장에서 아무리 타 용도가 생겨도 통신비는 줄일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피곤해도 규칙적으로 매일 1만 보를 걷는다면
뇌는 하루에 1만 보는 걸을 수 있게끔 에너지를 배분한다는 것이다.


30일, 100일, 365일, 400일, 그리고 다리 철심 제거 수술 전날까지

매일 하루 평균 14,824보를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한 비결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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