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을 뚫고 철조망을 넘어
화산암 절벽의 사면을 엉금엉금
위험하지만 내 발로 대시한 고사리 사랑
절벽 사면에서 600mm 망원으로 보는 큰우단일엽
"험한 곳에 있어 어려워요."
큰우단일엽이 보고 싶었으나 너무 험한 곳이란 말이다.
오직 유일한 방법인 재활에 삶을 걸어야 한다.
이것도 할 수 없고 저것도 할 수 없는 다리에 철심을 박은 상태
나도 보고 싶지만, 함께 가는 지인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는 처지이다.
해결 방법은 내가 혼자 걷고 뛰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다리에 철심을 심고도 하루 1만 보 이상 걷기를 1년 이상 계속하며 뛰기도 했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걷기 위해 수없이 넘어지며 본능으로 걸은 방법이기도 했다.
재활(再活)은 다시 살아난 사람의 걷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다리에 박힌 철심이 짓눌러도 본능으로 걸었고 뛰었다.
그래야 내가 스스로 설 수 있는 이동의 자유를 얻는다.
이동할 수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하고 꽃을 볼 수 있다.
관세음보살을 의미하는 Avalokitesvara라 말이 있다.
관세음보살은 관자재보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선입견을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실천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재활은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고독의 길이고 본능의 길이다.
나는 Avalokitesvara를 "야! 발로 대시해 봐라"라고 읽는다.
그래 재활은 어디라도 어떻게라도 걸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큰우단일엽 / 절벽의 오버행 높은 곳에 자생한다.
"큰우단일엽 보러 가실까요?"
이 말을 듣기 위해 4년이 걸렸다.
보고 싶었으나 낙상사고로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예, 갈게요."
정글 같은 가시덩불과 가로 막힌 철조망을 뚫고 다가갔다.
거대한 화산 절벽이 내 가슴을 압도한다.
절벽 끝에 큰우단일엽이 무더기로 잎을 내리고 있다.
어떤 것은 잎이 갈라진 것도 보이는데 너무 멀다.
큰우단일엽과의 조우에 가슴이 뛰고 재활의 시간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나뭇가지를 뚫고 절벽의 남측에 섰다.
사면에 돌을 버티고 600mm 망원으로 올려다본다.
화면에 담기는 큰우단일엽의 모습에 몸을 떨었다.
다리에 철심을 박은 채로
1일 1만보 이상 하루도 빠짐없이 걷기 411일째였고
월드컵경기장 트랙 700m를 2 바뀌 달리기를 한 날이기도 하다.
큰우단일엽은 순직(純直)한 마음으로 실천한 재활의 선물인 동시에
Avalokitesvara를 내 처지에 맞게 해석하고 읽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 앞으로도 내 발로 힘차게 대시해 보자!
큰우단일엽 포자낭군국명 / 큰우단일엽
학명 / Pyrrosia × nipponica
분류 / 고란초과(Polypodiaceae) 석위속(Pyrrosia)
우단일엽와 세뿔석위의 중간 잡종이다.
잎자루가 길고 포자낭군의 3열 이상이다.
제주의 산지 바위에 자생하고, 일본에도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