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은 우리의 정서에서 친근한 고향을 느끼게 한다. 추석에는 솔잎을 따서 송편을 해 먹었고, 솔씨에서 어린 솔잎이 우산살처럼 펼치는 모습에 호기심을 열었던 추억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야생화를 좋아하는 꽃객은 솔잎란을 보고 싶어 한다. 나 역시 '원색 대한식물도감' 첫 페이지를 장식한 솔잎란을 무척 보고 싶었다. 솔잎란은 솔잎을 닮았는데 난초가 아닌 양치식물이다. 제주살이를 감행하고 첫겨울, 계곡 탐사를 하던 중 발견한 솔잎란에 환호했고, 초면에 바로 알아차린 모습에 감탄했다. 계곡 절벽의 바위틈에 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고고했다. 이후 여러 곳에서 솔잎란을 찾았다. 그런데 모두 바위틈에서만 보았다. 도감에는 암벽이나 나무줄기에 자란다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나무줄기에 자라는 솔잎란을 찾아야 한다. 목표가 생기니 정보를 수소문하게 되고, 고목의 줄기를 유심히 살피는 계기가 되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있듯이 드디어 나무줄기에서 솔잎란을 보았다. 조록나무 고목 줄기에서 담쟁이덩굴과 함께 살고 있는 솔잎란은 바위틈에 외롭게 살고 있는 솔잎란보다 풍성하다. 함께 산다는 의미가 이렇게나 좋구나 그 해 겨울 눈이 많이 내렸는데 솔잎란 설경을 찍는다고 다시 조록나무를 찾았다. 그런데 웬걸 나무 잎에 가려 줄기에는 눈이 없었다. 솔잎란 설경? 미친놈~ 픽 웃었다.
솔잎란은 Y자 모양으로 갈라진 두 가닥으로 가지를 친다.
솔잎란은 잎과 진정한 뿌리가 없는 원시적인 양치식물이다. 착생한 암석은 절리가 발달되어 절리 틈은 다소 습기가 머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나무줄기에서 자라는 솔잎란도 비틀어진 줄기 틈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다. 한국식물도해도감 2 양치식물(국립수목원 2008년)에서 솔잎란과가 첫 장을 차지했는데 한국의 양치식물 제2판(이창숙, 이강협 2015년)에는 석송과, 부처손과, 물부추과 다음에 솔잎란과가 위치한다. 즉, 양치식물을 석송식물문(Lycophytes)과 고사리식물문(Moniliphytes)로 대별할 때 솔잎란과를 고사리식물문에 넣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솔잎란류의 엽록체 DNA 구조는 고사리류나 종자식물과 유사한 특징을 공유한다는 최근 양치식물의 계통 연구 결과를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석송류는 '소엽', 고사리류는 '대엽'의 특징을 보인단다. 대엽을 갖는 고사리류는 엽맥이 차상분지에서 단축분지로 진화하였다고 한다. 솔잎란이 Y자 모양으로 갈라진 두 가닥으로 가지를 치니 솔잎란은 고사리류 중에서는 원시적인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솔잎란은 잎과 뿌리가 없다.
솔잎란은 진정한 뿌리가 없고, 이끼류처럼 헛뿌리로 지지하는 기능만 있다. 속명 프실로툼(Psilotum)은 그리스어 psilos(裸)에서 유래되었으며 종명 누둠(nudum)도 나출(裸出)된, 장식이 없다는 뜻이니 솔잎란에 잎과 뿌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속명, 종명이다.
솔잎란 포자낭
솔잎란의 포자낭은 짧은 가지의 윗부분에 달리며 3개의 홈이 있고, 뭉뚝한 삼각형 모양이고 녹색에서 황색이나 연갈색으로 익는다. 국명 / 솔잎란 학명 / Psilotum nudum 분류 / 솔잎란과(Psilotaceae) 솔잎란속(Psilotum) 솔잎란은 상록성 여러해살이 양치식물이다. 전남, 경남, 제주의 해안가 암벽이나 나무줄기에서 자란다. 일본, 중국, 타이완,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