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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포자의 비밀을 가진 양치식물

고비 - 제주살이 중 알게 된 사실들

by 로데우스

어렸을 때의 고급 나물이

제주살이 중 신비와 아름다움으로 보인다.

삶의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 같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39739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5S%2BoNywUoQcJgbnn6KokYVY5qvY%3D 고비나물 / 포자낭 부분을 떼어내고 순을 삶아 나물로 사용한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고사리보다 고비가 훨씬 고급 나물이었다.

일본에서도 고사리보다 고비가 3배 이상 비싸다고 한다.

그런데 제주에서 와서 보니 고비는 찬밥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고비를 뱀고사리라 하여 먹고 않았고

오직 고사리를 최고로 쳤고, 고사리 장마 때는 고사리 채취 열풍이 인다.

제주인 중에서 몇몇이 고비를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제주살이 할 때 고사리는 제주인들의 주요 수입원이었기

고사리는 채취하지 않고, 구입해서 먹었고

제주인들이 거들떠보지 않은 고비는 직접 채취하였다.


고비의 포자낭 부분과 거미줄 같은 것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순을 삶아서 말린 후 저장하고

제사 때에는 말린 고비를 익혀 고비나물을 만들었다.

고사리보다 역시나 맛이 좋고 먹음직스러운 고비나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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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새순 / 영양엽(좌), 포자엽(우)



양치식물의 계통수는 석송식물문과 고사리식물문으로 대별되고

고사리식물문에는 속새강, 솔잎란강, 고사리강이 있다.

고비는 고사리강의 처음을 차지하고, 고사리는 고사리강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이렇게 볼 때 고사리보다 고비는 훨씬 더 원시적이다.

그러니 만큼 고비는 녹색 포자라는 특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녹색 포자는 수명이 짧은 반면 발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녹색 포자는 엽록소를 함유하여 광합성을 하므로 신진대사가 빠르다고 한다.

이런 장점으로 전 세계 양치류 중 약 7% 정도가 녹색 포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비의 녹색 포자가 담긴 포자낭도 녹색으로 보인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39739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3JstIRlzLw563l8v0%2FdA1fOyMvM%3D 고비의 녹색 포자낭 / 성숙하여 녹색 포자가 날아가면 노랗게 보인다.


고비의 포자엽 새순이 녹색 포자낭을 달고 나오는 모습은 경이롭다.

원시적인 불리함을 빠른 신진대사로 극복하고자

광합성을 하는 녹색 포자를 만든다는 신비함이다.


포자낭이 익어 녹색 포자가 날아가면 포자낭의 색깔은 노랗게 변한다.

녹색과 노랑이 섞여있는 포자낭군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본다.

양치식물을 공부하면서 식용 고비를 신비함의 세계로 업그레이드한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39739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7ytk7VvMYeobM84HgmE%2FSzd%2F8S0%3D 고비 영양엽 / 역광으로 본 잎맥


고비의 영어명은 Asian royal fern이다.

한국·일본·중국·타이완·히말라야·사할린·필리핀 등 아시아에 분포하는

아주 고급 고사리라는 뜻일 것이다.


제주 계곡 절벽에는 고비가 많이 자라고 있다.

평지에서 자라는 고비보다 약간 작은 계류형 고비들이

군락을 형성하며 자라는 모습은 원시의 숲을 생각게 한다.


원시의 아름다움은 문명이 만든 허상과 아귀다툼을

말끔히 지우고 순수의 세상으로 안내하는 듯하다.

제주 계곡의 모습은 제주를 떠나서도 그리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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