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늘 꿈꾸지만…
취직, 퇴사, 이직은 참 묘한 데가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퇴사하길 바란다. 남이 만든 사업장에서 남의 지시를 받아가며, 돈을 벌어야 하니 때론 비굴해져 가며 남 밑에서 일을 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물론 보람차서, 적성에 맞아서, 안정적이라서 소속감을 느끼며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있긴 하겠으나 퇴사를 꿈꾸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막상 퇴사를 한다? 초반 얼마간은 해방감으로 인해 자유롭겠지만 로또에 당첨되거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지 않은 이상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그 돈을 벌어야 한다. 내가 그토록 탈출하고 싶었던 직장은 퇴사 후 백수가 되었을 때 나에게 가장 간절한 곳이 된다. 가장 벗어나고 싶었으나 막상 벗어나면 가장 간절한 대상이 되는 곳 직장. 참 잔인하고 아이러니한 일이다.
근데 인간관계에 비유해 보면 비슷한 것 같긴 하다. 나에게 지속적으로 고통만 주는 관계라 반드시 끊어내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모든 타인은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한 면이 있다. 출근도 노동도 괴롭지만 월급을 주는 회사라는 곳도 마찬가지고. 단점이 싫어 탈출하면 내가 누리던 장점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뭔가로부터 해방된다는 건 그 뭔가로부터 누리던 것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 관계와 직장을 비롯한 인생의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렇다는 것. 그래서 뭔가를 끊어내고 싶을 땐 장점도 포기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것까지 포기할 수 있다면 정말 견딜 수 없어 그런 것이니 끊어내는 게 맞는 거고.
지금 다니는 직장은 장점도 단점도 확실한 곳이다. 뭐가 더 큰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음 달이면 1년이 되는데 여길 다니는 내내 뭐가 더 큰지를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체감하는 것은 각자가 다 다를 테지.
지금 다니는 직장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점은 적은 곳을 포기하지 않고 찾았으나 계속 실패했다. 그 경험은 이곳의 장점을 더욱 잘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곳의 단점과 마주할 때마다 또다시 퇴사를 꿈꾼다. 더 나은 곳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놓고 싶지가 않다. 그건 나 자신에 대한 배신 같아서. 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서.
잔인하고 헛된 희망일지라도 나는 그걸 버리지 못한 채 일단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오늘도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