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트북>

그들만의 사랑을 추억하는 방식

by 고윤지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뭔가 보고 싶은 것도 없고, 읽고 싶은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럴 때는 TV 리모컨을 툭툭 넘기다가 우연히 걸리는 영화를 그냥 틀어둔다. 노트북은 그렇게 만난 영화였다. 노트북을 보면서 한 개의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대체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영향? 힘? 욕구? 공감?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 사랑의 끝자락에서, 노아는 엘리의 기억이 사라져 가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과 나눴던 사랑의 일기장을 읽어주고 계속 그 사랑을 절대 잃지 않으려 한다. 사랑이 빚어낸 절대적인 신뢰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하다.


노부부들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을 목격할 때면 사람들은 감동적이고 아름다워한다. 바로 10분 전 그 노부부는 크게 싸웠을지 모른다. 물론 다투기도 하고, 오랜 세월 속에서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결국에는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들의 모습을 볼 때,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랑의 희소성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년이 되어서도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정말 일부 소수한테만 부여된 굉장한 축복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도 그런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에게도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사실 그런 불같은 사랑을 해본 적은 있지만, 내가 원하는 사랑은 그런 뜨겁고 불같은 사랑이 아닌, 차분하고 따뜻한 온도를 가진 사랑이다. 영화 속에서처럼 서로의 모든 것을 그 자체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행복한 일일 것이다.


노트북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그것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 사랑을 꿈꾸고 갈망하는 마음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런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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