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Special – TWICE)
4. 내 자리에 앉아 내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릴 때
(Feel Special – TWICE)
고갠 떨궈지는 날 그럴 때마다 내게 얼마나 내가 소중한지 말해주는
너의 그 한마디에 Everything's alright
초라한 Nobody에서 다시 Somebody
특별한 나로 변해 You make me feel special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네가 있어 난 다시 웃어
온 국민을 열광하게 만든 운동선수나, 세계적인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가 아닌.
나 같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도 슬럼프를 겪는다.
여타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출근이 너무 싫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사춘기처럼 마음의 울렁증을 겪는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마음이 멈추라고, 잠깐 멈추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
그런 나에게도 하루 종일 씨름했던 것을, 보자마자 쉽게 풀어내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주눅이 든다. 압도적으로 속도도 퀄리티도 좋으면 나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자꾸 주저하게 된다. 어쩌면 출근이 싫어지는 것은 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지는 거겠지.
지구력을 가장 부족한 덕목으로 꼽는 내가 가장 성실하게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일중 하나가 '출근'이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성취해내고 싶어서, 내가 해내고 싶어서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가끔은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기 위해 칫솔을 입에 물고 휴대폰 메모장을 연다.
일도 소위 '일머리'라고, 일 센스를 타고 나는 사람들이 있다. 왜 우리가 한 분야에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신동'이라고 하지 않나. 경력이 쌓일 기회와 시간이 없었지만 압도적으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이들을 정의하는 단어다. 하지만, 신동이라고 해도, 계속 시간과 노력을 축적하지 않으면 전문가, 경력자 되기 어렵다고 믿는다. 마치 절대음감처럼 개인에게 주어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 재능 여부와 관계없이 성실하게 내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은 내가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잡기 힘들다는 매체에 내가 원하는 광고 타임만 딱 남아 있고, 비슷한 이슈가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에 힘이 실리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렇게 긴장되지만 매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도 있지만 인생이란 게 항상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니 오르막길을 마주하고 난 뒤에 내려가야 하는 내리막길 앞에서도 의연하면 좋겠지만, 난 내리막길 앞에서 의연함을 잃는다. 어쩔 땐 뭘 해도 안 되는 시기가 있다. 열심히 쓴 자료를 세 명의 검토를 받아 상사에게 가져갔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던 오타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상사가 자료를 읽기 시작하면, 그 자료를 다 읽을 때까지 마음은 불안하고, 수십 가지의 경우의 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매번 확인하고 컨펌을 주던 자료였는데 이제는 잘하겠지 싶어 마음 놓고 재량권을 준 후배의 실수에 귀가 달아오를 정도로 무안한 지적을 받거나, 나의 실수로 다음의 기회도, 다다음의 기회도 모두 잃어버릴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하면 더 잦은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나는 과연 언제까지 이곳에서 근무할 수 있을지, 내 자리는 언제까지 있을지. 자꾸 굴을 파고 들어갈 듯 고민을 이어가게 되면 회사는 많게는 내 하루의 절반을, 혹은 1/3의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월급날까지 견디고 버텨야 하는 곳이 된다.
연차가 낮은 시기에는 그런 마음의 혼란을 이겨내는데 선배들이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나누는 신세한탄과 사무실 뒷담화(맞춤법 검사는 험담으로 교정해줬지만...)도 도움이 되었다. 결국은 서로 잘 해낼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매번 같은 레퍼토리의 대화 마무리지만 그 시간을 이겨내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매일 출근하면서 내 자리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건, 아프고 슬픈 일이다. 매일이 찬란하고 매 순간이 눈부실 수는 없지만, 다시 돌아오지 못할 내 인생의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공간에서, 이왕이면 내 자리에서 내 이름을 가치 있게 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인턴을 뽑아서 교육해 보면 초반에 빠릿빠릿, 센스 있게 일처리를 해내는 친구가 있고, 여러 번을 알려주고, 직접 끼고 가르쳐야 되는 사람이 있다. 인생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하지만 일머리 있는 인턴이 좋은 직원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여기면 소속감보다는 더 나은 보상을 찾아 떠나게 된다. 회사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자원을 투자하는데 키워내자마자 다른 곳으로 몸값을 올려서 가는 곳은 당연하게 매번 되풀이되는 일인 동시에 익숙해지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명언을 마주하게 되는데,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거나, 네가 0이면 어떤 기회가 와도 제로라거나... 어떤 명언이 진리라고 하기 평가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명언이라고 회자되는 문장들은 읽고 씹어서 소화시켜 볼 만하다.
내가 면접을 봐야 했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다. 회사는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 이해하기에는 내가 시야가 좁았다. 자기소개서를 눈에 들어오게 만들고, 나에 대한 수식어를 고르고 골라서 정리했다. 얼마나 뛰어난 사람이고, 내가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나 열심히 잘할 수 있는지... 단어를 고르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외우고 또 외웠다.
근데 조직 안에서 생활해 보니, 혼자 뛰어난 사람보다는 조직 안에서 함께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게 되더라. 그 성장의 준비는 대부분 '태도'에 담겨 있다. 완벽한 사람이란 건 없지만 조직에서는 '리스크'와 '가능성'을 비교해서 사람을 채용할 수밖에 없으니,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처럼 는 회사의 가치를 이해하고, 회사에 구성원으로 노력할 사람을 찾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되짚어보게 되더라.
난 매번 뒷걸음질을 쳤다. 이제 되든 안되든 내딛는 쪽을 선택해보려고 한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아무 경험도 할 수 없고-
누구나 다 아는 진리인 것 같지만 어쩌면 난 그걸 참 입으로만 떠들었다
누군가 내게 조언을 구하면 나조차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진정성 있게 이야기했었나-
걱정이 나를 잡아먹는 기분이 들 때면,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지식으로 말랑말랑하게 내 뇌를 관리해야지
나의 특별함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나의 특별함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 곁에서
오늘도 성실하게 출근해 달력을 보며 휴가 쓸 궁리를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