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일에 빠져서 때론 불면증으로 몇년째 새벽 4~5시는 되어야 간신히 잠이 든다. 05년생 큰 총각은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고, 2010년생 꼬마가 일어나는 시간은 7시 30분.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지만 몸을 일으키기 너무 힘든 탓에 저녁에 미리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잔다. 두 아이는 지난 일년간 온라인 학습과 등교를 병행하면서 준비된 아침을 꺼내 챙겨먹는 것에 익숙해졌다. 고마운데 미안하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어제도 늘 한결같이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 붙잡고 글 끄적거리다 새벽 늦게 잠이 들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에 꼬마의 아침을 챙겨주지 못했다.
내가 챙겨주지 못할거란걸 알고있었어서 미리 요거트에 오트밀 재워놓고, 사과 잘라서 랩 씌워 냉장고 넣어놨었다. 꼬마는 소리가 다 들리는 가만가만 움직임으로 냉장고에서 준비된 음식을 꺼내 먹고 뭐가 기분 좋은지 노래도 살짝 부른다.
이미 잠에서 깼고 아침마다 늘 먹어야 하는 약도 먹어야했기에 비틀거리며 나와 꼬마에게 말한다.
'귀염동! 오늘 춥데. 내복 입고 옷 입고 오늘은 장갑도 끼고가! 급식은 마음껏 배부르게 먹어~'
(꼬마는 어제부터 체중관리를 하기로 했다)
'알았어~ 엄마 잘자!'
'나 안자. 누워만 있는 거야'
'알았어~ 엄마 잘 누워있어!'
'고마워'
딱 두시간만 더 잤으면 좋겠는데 잠이 안온다.
누워서 꼬마 건강상태 자가진단 어플에 체크 해 주고, 밤 사이 온 카톡을 점검한다. 기사도 몇개 본다.
다 먹고 그릇에 물 받아놓고, 준비해둔 물병과 수저통 챙기는 소리. 옷 입는 소리. 양치와 세수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다녀오겠습니다'
이미 문은 닫히고 꼬마의 계단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나는 작게 말한다.
'미안해'
얼른 일어나 세수하고 꼬마와 똑같이 오트밀에 사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서서 한 숟갈씩 떠 먹으며 오늘은 온라인 수업하는 큰 총각의 점심 샌드위치를 준비한다.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일어날꺼면 꼬마 밥 먹을때 일어날껄.
오늘은 몇일 참은 수면제 반 알 먹어야겠다.
큰 총각이 온라인 수업이라 오늘은 내가 카페에 나왔다. 오미클론 영향 때문인지 오전에도 카워크족이 꽤 많은 카페임에도 자리잡고 앉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캐롤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꼬마한테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캐롤 들으며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채로 월요일 업무를 시작하는 프리랜서 싱글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