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의 태동』

마녀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by 엔시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력의 태동』은 『라플라스의 마녀』의 전일담이자, 그 신비로운 마녀 마도카의 기원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전작이 결과를 보여주는 미스터리라면, 이 작품은 그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해부하는 윤리적 실험 기록에 가깝다. 과학은 이 작품에서 또 한 번 중심이 되지만, 이번엔 기상학이나 자연현상이 아닌, 심리학과 생리학, 그리고 인간 행동 예측에 관한 실험으로 방향을 튼다. 다시 말해, ‘마녀’는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과학이 만든 산물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두 사람이 있다. 인간의 감각 너머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녀 ‘우사기 마도카’, 그리고 그런 그녀를 특별한 능력자로 길러내려는 물리학자 ‘엔도’. 실험은 처음부터 무자비하다. 그녀에게 가해지는 극한의 스트레스, 반복되는 트라우마 유도, 뇌의 활동을 자극하는 극단적 환경은 과학이라는 명분 아래 자행된다. 엔도는 그것을 ‘데이터’라고 부른다. 하지만 독자는 이 냉정한 데이터 뒤편에 숨어 있는 도덕적 모순과 인간성의 붕괴를 곧바로 목격하게 된다.


작품 속 마도카는 능력자가 아니다. 그녀는 선택받은 자가 아닌, 버림받은 자이며 동시에 실험의 산물이다.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마도카가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초월자처럼 보였다면, 『마력의 태동』에서는 그녀가 그런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차근히 밝혀진다. 실험실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인간성과 존엄이 하나씩 깎여나가는 모습은, 히가시노가 보여주는 잔혹한 ‘과학의 얼굴’이다. 능력의 발현은 기적이 아니라 상처의 결과다.


엔도라는 인물도 단순한 가해자라기보다는 과학과 윤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순수한 호기심과 인간에 대한 연민 사이에서 흔들리고, 마도카를 실험체로 대하면서도 점점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러나 그 감정은 끝내 마도카를 지키지 못한다. 오히려 그것은 마도카의 미래에 가장 깊은 절망을 남긴다. 과학이 인간을 조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어디까지 그것을 ‘진보’라 부를 수 있을까? 히가시노는 이 작품을 통해 그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


『마력의 태동』은 결과보다 과정을, 현상보다 배경을 주목하게 만드는 드문 추리소설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왜 마도카가 그렇게까지 차가운 얼굴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해는 결코 그녀를 납득하게 하거나 동정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는 묻는다. “우리는 마도카를 만든 사회와 얼마나 다른가?”라는 질문을.


또한 이 작품은 단순히 인간 능력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머물지 않는다. 감정을 계산하고, 상황을 통제하며, 인간을 프로그램처럼 설계하려는 모든 시도—그것이 기술이든 정책이든—에 대한 경고다. 마도카는 결국 예측 가능한 존재가 되었지만, 그녀는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비극적인 결과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마력의 태동』에서 단순히 ‘기원 이야기’를 넘어, 과학이 인간성을 어디까지 침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마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침묵’과 ‘사회의 무관심’이 존재한다. 이 책은 그 무관심의 대가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차갑고도 섬세하게 증명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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